2008. 3. 22. 18:55ㆍ농사
텃밭의 공유자인 친구가 분가를 한지 일년이 지났다.
따로 농막을 지어 나간 지 일년이 되니 친구의 농막도 부속물들을 거느리게 된다.
농막의 출입구 옆으로는 차광막을 세웠고, 농막 뒤편으로는 목욕실과 간이창고를 한 평반 되게 만들어 마무리를 하는 중이다.
목욕실에는 전기온수기를 설치하고 있다.
친구가 분가하여 전기온수기까지 설치하니 나도 전기온수기를 설치하여야 하나?
친구 농막 앞쪽에 한 평이 넘는 평개석이 있다.
친구 마누라가 앙증맞은 항아리 몇 개를 올려놓았다.
속엔 아무것도 없다.
텃밭에 상수도가 들어왔다.
시가 설치하여 준 상수도로 마을 40여 호에 공급이 되고 있다. 암반층을 몇 군데 지나 지하 120여 미터를 뚫은 관정에서 나온 물이 공급되고 있다.
농막이 마을의 제일 위쪽에 있는 관계로 수압이 아주 세지는 않으나 수세식양변기나 정수기(내 친구는 물이 좋은데도 정수기로 걸러서 쓴다)를 쓰는데 불편이 없다.
마누라가 물맛이 시판되는 생수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하여 텃밭에서 귀가할 때는 꼭 물을 받아간다.
파는 유난히 추위에 강한 작물이다.
작년에 김장을 하고 난 뒤에 남은 쪽파를 한 평 정도 그대로 텃밭에 놔두었었다.
검불을 덮어주지도 않고, 한동안 보살피는 눈길을 주지도 않았는데도 추운 겨울을 잘 견디고 아주 눈부시게 싱싱함을 과시하고 있다.
쪽파농사는 아주 쉽다.
대파와 같이 씨앗을 뿌려 모종을 키우고 좀 자란 뒤에 정식을 하는 번거로움도 없다. 그저 거름이 적절히 된 텃밭에 구군을 심으면 된다. 이따금 추가 시비를 하면 탱탱한 줄기를 가진 쪽파를 특별한 보관방법을 동원하지 않고도 텃밭에서 언제나 뽑아서 먹을 수 있는 것이다.
텃밭이 텅 비어 먹을거리가 없는 요즈음이라도 텃밭에 손님이 오면 손쉽게 요리를 할 수 있어서 더욱 좋다. 밀가루를 쪽파와 함께 이겨서 프라이팬에 부쳐내면 훌륭한 술안주인 파전이 되니 말이다.
지금 텃밭에는 먹을거리가 쪽파 이외엔 없다.
딸기는 뻗어낸 리드에서 파란 잎을 부지런히 만들고 있으나 꽃도 못 피우고 있고, 마늘은 이제야 새싹을 내밀고 있으며, 부추는 흙 속에서 미동도 하지를 않고 있다.
유일하게 먹을거리임을 자랑하는 쪽파가 구수하고 시원한 된장국의 맛을 더하기 위하여 두 포기 뽑혀왔다.
텃밭에서 베어낸 잡초를 연못 옆쪽 구석빼기에 쌓아놓고 있다.
작년 말에 가슴높이로 잡초더미를 만들어 놓았는데 삭아서 지금은 한 다섯 삼태기에 담을 양 만큼 작아졌다.
집에서 가져가는 고구마, 감자, 과일 등의 껍질을 섞어주고 이따금 연못의 물을 적당히 뿌려준다. 어쩌다 쌀뜨물 받아 발효시켜놓은 것을 영양식으로 주고, 기분이 내키면 구수한 인분주도 특식으로 먹인다.
덮개를 하지 않아도 위의 검불 아래로 잘 발효된 퇴비가 만들어진다.
올해는 그 자리의 흙에 바로 섞어 토란을 심어볼 요량이다.
작년 봄에 짓기 시작한 비닐하우스를 아직도 완성하지 못하였다.
막상 비닐을 씌우려 하니 잘못된 부분이 있어 손을 다시 보았고, 모서리가 진 부분을 일일이 테이핑처리를 하느라고 꼬박 이틀을 보냈다.
친구와 둘이서 비닐을 씌우려 하니 하필이면 그 때에 바람이 불어 아예 시작도 못하고....
다음 주에 바람 없는 날을 기다려 비닐 씌우기를 시도해보려 한다.
텃밭에 해가 지자 동편에서 둥근 달이 차오른다.
바로 기온이 떨어져 함지박의 허드렛물이 얼기 시작한다.
저녁을 먹고 나면 추위에 감싸인 조용한 텃밭의 기운에 감싸인다.
나는 텃밭의 일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