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7. 15. 11:53ㆍ나들이
세브란스병원 진료와 검사 사이의 두어 시간의 짬을 이용하여 모교교정을 오랜만에 여기저기 돌아보았다.
졸업 후에 몇 번 못 갔으니 두 시간의 짬을 이용하여 돌아보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워낙 많이 변했어도 곳곳에 예전의 모습이 그대로인 것들이 보이니 여전히 정감이 간다.
청송대의 숲길을 걸으며 세월이 그대로인 착각을 잠시 해 보았고, 졸업 후에 들어선 건물이 워낙 많아 그간 흐른 세월이 길었음을 느껴본다.
죽음과 사후세계를 생각해보는 전시회를 중앙박물관에서 동서 부부들이 함께 숙연하고 평화로운 마음으로 관람하고, 점심을 먹으며 장시간 수다를 떨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손윗동서와 손아랫동서 두 분들이 여든이 넘는 연세이면서도 몸이 꼿꼿하고 정신이 맑은 건강을 누리고들 계시니 이제야 일흔을 넘은 내가 부러워하는 이유이다.
나이들 들어 부부가 함께 만나는 기회를 자주 만들어가니 세 자매들의 우애가 새롭게 깊어짐을 알 수가 있다.
앞으로도 자주 만나고 즐기는 시간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박물관전시를 보고 난 후에 압구정성당에서 혜민 스님의 강연을 들으며 소소한 일상의 행복과 사랑에 관한 것들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성당에서 스님의 강연을 듣는 것이 아주 편했고, 그러한 종교 간의 벽을 허무는 행사가 참으로 좋았다.
불경과 스님들의 이야기에 친숙한 나에게는 당연한 느낌이지만, 성당 안을 꽉 채운 사람들의 반응도 나와 마찬가지이기에 내 느낌이 잘못된 것이 아님을 알았고, 다른 종교간의 불화와 반목은 없어져야 마땅하고 옳은 것임을 새삼 생각해본다.
대자 부부와 아내 넷이서 강화도 갑곶순교성지를 돌아보고 미사도 보았다.
대자가 나보다 넷이나 위인 형님뻘인지라 좀 어색하지만 작년에 늦은 연세에 영세를 받으신 분이라 같은 아파트에서 살은 인연으로 맺어진 관계이니 그 또한 좋은 인연이다.
미사 후에는 강화섬보리밥집에서 점심을 하고, 조양방직에서 옛 풍물들을 구경하면서 커피를 마신 다음 강화도 바닷가 둘레를 돌았다.
내가 대부된 후 오랜만에 대부로서의 구실을 좀 한 것 같은 기분이고, 8시간을 같이 다니며 흠뻑 즐겼기에 서로 고마움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