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8. 8. 16:49ㆍ나들이
세 자매의 부부들 여섯이서 월정사를 찾았다.
정식으로 템플 스테이를 하는 기간이 아니고 사이의 기간을 활용하여 절에서 2박을 하는 휴양 스테이라고나 할까?
어쨌든 절에서 2박3일을 숙박하는 것이기에 스님이 인도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처형부부가 불자이기에 이왕이면 제대로 한번 절 생활을 해보겠다는 발심에 예불참여도 하고 전나무숲길과 선재길을 산책도 하면서 불심을 많이 접해보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폭염경보가 연이어 울리는 가운데도 오대산의 청정기운에 덮여있는 월정사 제월당은 천연에어컨바람과 계곡물소리로 도시에서 찌든 땀을 깨끗이 씻어버리고, 세속에서 머릿속에 알음알이로 쌓여있던 잡동사니 쓰레기들을 싹 던져버리기에 충분하였다.
처음으로 참여한 저녁예불에서는 정한 마음에 보태어 평소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며 연습했던 절을 하였다.
108배를 해 본적은 없었으나 처음으로 예불에 참가하였으니 천주교신자이지만 불자처럼 절을 해보고 싶은 마음에 교과서적인 절을 108배 하였고, 석가모니불을 연이어 음송하는 예불이 끝날 때 까지 아마 300배는 한 것 같았다.
내 뒤에서 내 절하는 모양을 본 아내와 처제부부는 내가 언제 절을 다녔냐하며 놀랐던가보다.
예불을 끝내고 나니 어깨와 등에 기분 좋게 흐르는 땀으로 온몸이 개운함을 느꼈고, 신앙으로서가 아닌 마음 닦음으로 바라보던 불교를 좀 더 알고 이해하는 관점에서 이번 월정사 적광전에서의 예불은 나름 의미가 큰 것이었고, 앞으로 108배와 명상을 더 자주하여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다.
월정사의 전나무숲길은 언제 걸어도 편한 길이며 가슴과 마음속에 선함을 채워가며 느긋하게 거닐 수 있는 좋은 길이다.
세 자매들이 즐겨가며 거닐 으니 덩달아 여러 번 천왕문을 반성하고 다짐하며 조심스레 지나다녔다.
선재길은 상원사까지 이어지는 수행의 길이라 완주를 해야 마음비우며 걷는 참맛을 보는 길이지만 여러 번 오대산을 찾았음에도 완주실행을 하지를 못한 길이다.
이번에는 좀 많이 걸어보려고 했지만 이따금 가로지르며 만나는 신작로를 지날때에 철없는 자동차들의 질주로 날리는 흙먼지를 마시는 고행 끝에 발길을 되돌릴 수밖에 없었다.
선지식을 찾아다니며 고행을 하던 선재동자의 마음을 헤아리기가 너무나도 어려운 것이고, 더구나 보현보살을 만나는 불심을 얻기는 그렇게도 힘든가보다.
적멸보궁을 찾아가는 일행의 덕분으로 마음이 동하여 물병 하나 들고 걸음을 내쳤다.
사자암 입구에서부터 부지런히 치고 올라 온몸을 적시며 비로봉에 서서 동대산 너머로 구름 낀 노인봉과 황병산을 마주하며 옛날을 바라본다.
비로자나불을 볼 수 없는 모자란 중생임을 알고는 사방을 둘러보다가, 조만간 눈 덮인 노인봉에 오른 후 소금강계곡을 내려가 연곡천을 따라서 하염없이 영진해변까지 거닐어볼 생각에 잠시 잠겨보았다.
기다리는 일행들을 생각하여 쉼 없이 아래로 달려 적멸보궁을 찾고는 때마침 예불을 드리는 스님의 음송에 이끌려 들어갔다.
다시금 108배를 할까하는 마음이 있었으나 이십여 배를 하기 전에 아마와 코로 흐르는 땀이 방석을 적시며 다시금 발길을 재촉한다.
적멸보궁을 나와 시원한 용안수로 빠진 땀 이상으로 목을 적시면서 비로봉 쪽을 바라본다.
아마도 오대산 비로봉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지난 날들의 오대산등산길을 다시금 되돌아보며 발길을 돌렸다.
***월정사 탬플 스테이 개선할 사항을 말해봅니다.***
좋은 여행과 쉼에서 더하여 불자의 맘을 얻으려는 욕심이 너무 지나쳤나봅니다.
템플 스테이를 좋은 환경 속에서 하면 불자가 되고픈 마음도 더 많이 생기겠지요.
그러한 바람이 여러 번 머뭇거려지는 장면을 대하고는,
앞으로 좀 더 나은 월정사 템플 스테이가 되기를 바라면서 월정사로 제 마음을 보냅니다.
* 화장실 옆 옷장(?)이 자물쇠로 잠겨있습니다. 우리는 어디에 짐을 놔야합니까?
* 그래서 입실한 두 사람의 옷가지와 짐들이 방에 이렇게 품위 없게 널립니다.
* 무소유의 스님도 방바닥에 먼지 붙은 이부자리 하나 그대로 놔둘 수는 없겠지요. 법정스님이라도 조그만 탁자 하나 정도는 있어야겠지요! 이부자리가 지저분하였고, 방바닥 구석엔 먼지들이 굴렀습니다.
* 화장실양변기 청소는 객이 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시꺼먼 때를 수세미나 세제를 찾아서 닦아내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습니다.
* 템플스테이 하는 분들을 위한 음료시설인데,,,,참 지저분하고 정돈되지 않은 상자에서 몇 개 없는 차 재료를 찾아 마시기도 거시기 합니다.
* 템픞 스테이용 해먹이라고 써있네요. 그런데 저분하고 낡아서 올라서 눕기가 불가능합니다.
* 방 안의 화장실 문짝! 아주 지저분한 게시판이 되었습니다.
* 멋진 사무실건물이 절도 없게 멋대로 쳐진 발로 보기 싫었고, 잡동사니가 여기저기 널려있는 광경에 바라보는 맘이 편하질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