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 30. 14:17ㆍ잡초,거름,멀칭,농약
암만 봐도 예쁜 구석이 없다.
식물학자들이 현미경까지 동원하며 분류를 한다는 놈이다.
요놈은 내 부추밭을 어슬렁거리다가 잠깐 한눈을 팔면 부추무리 속으로 파고든다.
어느 때에는 아내를 깜짝 속이고 부추전 속으로 유유히 들어간다.
잡초도 지혜를 가졌다.
잡초가 영혼이 있다고는 할 수는 없겠지만 분명 살아가는 지혜 내지 요령은 가졌다고 본다.
생존을 위하여 다른 풀이나 나무들을 올라타고 햇볕을 독점하기도 하며,
농부가 키우는 작물들 중에서 놈들과 비슷한 무리 속으로 끼어들며 생존을 기대하기도 하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자신의 크기를 줄여가면서 다이어트를 할 줄도 알고,
후손들을 세상에서 계속 살리기 위해 씨앗을 바람에게 실어달라고 부탁할 줄도 안다.
또 잡초들은 자신을 겸손하게 낮추기도 한다.
바랭이란 놈은 몸집을 키우기 전에 바닥을 슬슬 기며 존재감 없이 비굴하게 살다가,
때가되면 순식간에 작물들 위로 재빠르게 솟구치며 꽃대를 올리면서 꽃을 피우고 수많은 씨앗을 흙에 떨구는 재주를 부리기도 한다.
잡초들 씨앗은 흙 속에서 몇 년을 살면서 농부가 밭을 가는 때를 기다렸다가 싹을 틔울 줄도 안다.
그리고 밭에서 세력이 센 다른 녀석들이 약해지면 똘똘 뭉쳐 자기들 세상을 만들기도 한다.
텃밭에서 군림하는 잡초들은 차례를 지키며 자기들 세상을 만들어 간다.
쑥, 개망초, 달맞이꽃, 명아주, 환삼덩굴, 닭의장풀, 도깨비풀 등이 작물들이 비어있는 텃밭을 독점하지 않고 사이좋게 교대로 지배하며 살아간다.
그러니 잡초도 지혜가 있다고 하겠지!
(`23,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