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3. 13. 16:50ㆍ삶의 잡동사니
20여 년 만에 이사를 하게 된다.
아마도 내 인생에 더 이상 이사는 없으면 하는 마음이라 신경을 쓰고 있다.
그렇다고 이사하여 들어가는 집이 고급스런 새 아파트도 아니고 비싸지도 않다.
지은 지 26년이나 지난 아주 오래된 아파트다.
지금껏 그 흔한 아파트분양 한 번 받아보지 못한 팔불출 인생이고, 전절 무임승차하는 나이 되고나니 새 아파트 분양받아야지 하는 욕심은 아예 가질 수도 없다.
그리고 평생을 작은 돈으로 조그맣거나 싼 내 집을 갖고 편한 마음 가지고 지내며 살아왔으니 이제 와서 빚내서 비싼 주택이나 아파트에 들어가서 살 배짱이나 능력도 없다.
작년 말에 노후를 대비하여 보다 평수가 작고 주거비가 적게 들어갈 아파트를 구하다가 이상스레 발동이 걸려 오히려 더 큰 평수의 아파트를 사고 말았다.
지금 사는 아파트가 오십 평짜리인데 오십오 평짜리를 샀으니 처음의 생각과는 다르게 일을 그만 저지른 꼴이 된 것이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는 아마 전국에서 제일 싼 아파트가 아닐까?
팔은 가격이 이억 삼천 만원 밑이니 평당 오백도 안 된다.
이사할 아파트는 더 크다 해도 삼억 정도이니 그 또한 비슷하다고 보겠다.
서울 사는 친구들은 대부분 평수가 오십 평 이하라 해도 십억 내지 이십억 이니 내가 살고있거나 이사하는 아파트와 서울 강남의 아파트는 엄청난 가격차이가 있다.
이왕 아파트를 산 김에 그 사유야 어떻든 간에 돈 적게 들이고 편하게 살만 한 공사를 하는 중이다.
아내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천장 빼고 모두 수리를 해야 하는 낡은 아파트에 최소한의 비용을 투입하면서 우리 부부 기준으로는 멋있는 아파트를 만들어 보라고 요구했다.
내가 제천 텃밭에 노후에 지낼 조그만 주택을 짓겠다고 마음먹을 때부터 아내가 몇 년 동안 공부한 인테리어 실력을 발휘해 보라고 하니 아내는 골머리가 아팠다.
비싸게 들이고 멋진 인테리어를 하는 건 아주 쉽다.
인테리어업자가 달라는 대로 돈 주면 된다.
고급자재와 멋진 디자인이 합해지고 돈 많이 들인다는 데는 힘들 일이 없다.
아내는 인테리어업자와 많은 실랑이를 벌이고 타협을 하면서 여러 날들을 밑그림을 그렸다.
다행스럽게도 인테리어업자가 많은 귀찮음 속에서도 성실히 상담에 응하고 아내의 뜻에 따라 고개를 끄덕여주면서 정직한 견적을 내어 마음에 드는 결과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이사하는 아파트는 남향이면서 9층 중간으로 지금같이 난방비 신경 쓰면서 아내가 춥게 지낼 일도 없고, 그 좋아하는 등허리 햇볕 쪼이기에도 아주 알맞다.
거실 밖으로 볼 때에 중앙좌우측의 하늘이 파랗고 훤히 터져있어서 갑갑한 느낌이 없다.
그리고 북쪽의 시야가 무척 좋아 호봉산, 원적산, 계양산이 넓다랗고 시원하게 열려 보이는지라 이 번 공사로 주방에 연이어 북쪽 베란다를 터서 거실을 한 평 넘게 늘리니 한결 운치가 있다.
아마도 우리 부부가 죽을 때까지 살게 될 아파트의 인테리어작업임에도, 거실 벽에 비싼 가구와 대리석판 등으로 치장하거나 화장실과 주방 등에 멋있고 비싼 타일을 붙이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벽지와 타일의 색으로 포인트를 주는 지혜로 실용과 절약에 마음을 쏟아 멋진 작품을 만들어낸 아내가 참으로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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