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1. 4. 16:28ㆍ삶의 잡동사니
점심때 이따금 다니는 맛집이 있다.
옆에 있는 유명한 맛집으로 알려진 용인정이란 음식점이 있어 존재감이 미약하지만 나름대로 탄탄한 고객층을 가지고 있는 아주 후지고 작은 음식점이다.
그 이름은 해주물텀벙! 물텅벙? 물텅범? 물텀범? 물텀벙? 물텀벙이? ㅎㅎㅎ
주인은 황해도 아줌마. 아줌마라도 아마 나보다는 한 두 살 아래인 할머니급.
약간 걸쭉하기도 하고, 약간 모자란 듯하게 인심이 좋다고 볼 수 있는 아줌마가 주인이자 주방장이다.
옆집 용인정의 그늘에 가려 이십 여 년 이상(?) 지내도 욕심내지 않고(아마 낼 줄 모르고?) 그저 그렁저렁 밥집을 해오고 있는 듯하다.
4인용 상은 8개쯤 있는 데 세 군데로 붙여 만들어 놔 열여덟 명이면 방바닥이 꽉 찰 것이지만 몇 년을 들락거려 봤어도 열두 명 이상이 점심을 먹을 때를 본 적이 없다.
아마도 그 이상 손님이 밀어닥치면 식당운영시스템이 마비되지 않을까 한다.
어쩌다 유리컵을 잘 딱지 않아 냄새가 나면 내게 핀잔을 먹기도 하지만 주인 천성이 좋아서 얻어터지고도 조금도 얼굴을 찌푸리지 않는다.
메뉴는 물텀벙이가 주이기는 하나 연안부두 시장상황에 따라 생선이 그때그때 달라지니 딱히 정해진 건 없다.
그래도 고정손님들이 꽤 있어 갈 때마다 마주치다시피 한다.
주로 황해도 출신 분들이 고정멤버이고, 나보다는 더 노땅 분들이 충성파들이다.
맛은 극찬할 정도는 아니지만 점심 먹다보면 술 좀 하는 이들은 소주 한 병 가볍게 들이켜야 하는 수준의 맛에는 틀림이 없다.
젊은이 버전이 아니면서 된장 푼 맛이 깊고, 어쩌다 주인이 내게 주문하라고 건방떨며 요구할 때의 횟감이 싸고 좋으며, 푸짐한 양과 집 반찬 같은 질박한 반찬과 분위기로 한 달에 두어 번은 아줌마를 찾게 만든다.
올드버전이라 그럴까?
아마도 내겐 멀지않아 추억의 생선매운탕 맛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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