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5. 9. 23:58ㆍ삶의 잡동사니
오랜만에 텃밭 농막에서 잠을 자니 편하지 못한 부분이 많다.
땀내고 피곤하여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눕고 싶어도 부속시설이 낡고 고장 난데다가 전기와 수도를 다시 손봐야 하는데 이전시킬 컨테이너 농막이라 이중으로 일을 하는가싶어 불편을 감수하고 지내고 있다.
대소변도 어차피 텃밭으로 가는 건데 뭘 유난떠나하면서 그냥 직접시비를 할 정도이니 저녁때도 찬물로 물수건을 적셔서 냉수마찰을 하면서 세면을 한다.
다섯 평짜리 조그만 밭이랑 만들고 옮길 농막 기초 여섯 군데 큰 돌 놓으면서 수평을 맞추니 허리가 뻐근하고 손가락은 마다마다 아우성이다.
오늘은 명상이고 몸 풀기는 땡땡이치고 잠이나 일찍 자자며 자리에눕자했으나 눈꺼풀만 내려앉지 잠이 쉽사리 오질 않는다.
책 몇 장 읽어보고 농막배치를 어떻게 하고 뒷간과 거름통은 어떻게 하나 이 궁리 저 궁리 생각하다 밤 세시가 다되어 겨우 잠을 잤나보다.
뒤척이다 희뿌옇게 보이는 창문을 보니 블라인드 틈새로 반짝이는 별들이 여러 개 보인다.
겨우 이십여 분이나 잤었나?
또 자려다 별빛이 유난스러워 아예 겉옷을 입고 밖으로 나갔다.
와우!
이 건 참으로 한참 오랜만에 보는 별천지이다!
영롱한 색을 발하는 별,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는 별, 차가운 별, 깜빡이며 재롱떠는 별, 아주 희미하고 작게 보이는 별, 따로 외롭게 떨어져있는 별,,,,,,.
북극성 오른편에서 남쪽으로 쭉 펼쳐진 은하수는 잠자다 깬 노부의 마음을 한참동안 아이처럼 설레게 한다.
제천 시내 쪽의 하늘이 좀 더 까맸으면 더욱 장관일 텐데!
북극성 오른편의 북두칠성은 엄청 밝게 보이며 강렬한 자세를 뽐내니 또 한참을 바라보며 별자리로 빠져들었다.
서울에서, 아니 내가 사는 인천에서 보통 때 별을 몇 개나 볼 수 있을까?
그 쉽게 구별되는 금성이나 북두칠성을 일 년 중 몇 차례나 바라볼 수 있을까?
어릴 적에는 별빛 쏟아지는 밤하늘을 얼마든지 볼 수 있었고, 인생의 희로애락을 접하는 때마다 별들과 함께 감정을 나누며 자연의 포근함과 위대함을 느끼며 살았는데!
디스크수술이후 장거리등산을 삼가느라 야간산행을 해본지 삼년이 넘었다.
머리 위로 쏟아지는 별들을 잡으려고 두 손으로 휘 저으면서 오밤중에 설악산, 오대산, 소백산, 지리산 등을 오르던 때가 그리워진다.
지금에서야 별 볼일 있으면 텃밭으로나 와야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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