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8. 24. 17:48ㆍ잡초,거름,멀칭,농약
움직이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는 잡초에게 지혜가 있다고 하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그런데도 텃밭의 잡초들을 관찰하다보면 참으로 우스운 일이 보이니 잡초가 지혜롭다고 인정하며 웃을 수밖에!
* 가운데 아래 녀석들은 들깨가 아니다
*부추밭의 방동사니, 자세히 봐야 찾을 수 있다.
잡초들은 때를 안다!
잡초들이 아무 때나 기동을 하는 것이 아니고 날씨와 절기를 구별하며 씨앗에서 깨어나 씩을 틔울 때를 알고, 꽃을 피워 열매(씨)를 만들 때를 아니 무식한 텃밭농사꾼보다 지혜롭지 아니한가!
해가 뜨면 대문을 열어 벌 나비가 출입하기 쉽게 하고 , 해가 지면 문단속을 하여 씨방을 보호하며 후손을 만들기에 힘쓰니 결혼하지 않고 버티며 본분을 망각하는 싱글들보다도 더 현명하지 않을까?
잡초들은 장소를 알고 자리를 잡는다.
잡초들이 아무데나 털썩 주저앉아 자리를 깔고 살지를 않는다.
잡초들 제각각 좋아하는 장소를 찾아 뿌리를 내리며 살지 무턱대고 아무데나 정하여 발아시키며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음지와 양지, 마른 땅과 진 땅, 부드러운 흙과 단단한 흙, 배수가 잘되는 띵과 잘 안 되는 땅, 거름이 많은 땅과 척박한 땅, 바람이 잘 통하는 땅과 막혀있는 땅 등을 구분하며 장래의 주거지를 정하여 자리를 잡으니 일평생 떠돌이로 정착을 못하며 사는 떠돌이족보다도 더 지혜롭지 아니한가?
잡초들은 양보할 줄 안다.
한 가지 잡초가 텃밭에서 장기집권하며 살지를 않는다.
장기집권을 하면 텃밭주인이 예초기를 수시동원하며 토벌에 힘을 쓰니 살기가 괴롭고, 뿌리박고 영양분을 빨다보면 좋아하는 것들이 동이나니 뒷일이 걱정이라 한두 해 난리치고 번성하다가 슬그머니 뛰 따라오는 다른 잡초들에게 슬며시 잠적을 한다.
좋은 자리를 마냥 차지하여 곪아 썩지 않게 하고 다른 잡초들에게도 좋은 자리를 물려줄 줄을 아니 얼마나 민주적이고 슬기로운 것인가?
텃밭의 잡초가 쑥, 개망초, 도깨비풀, 명아주, 한삼덩굴, 바랭이, 쇠비름, 쇠뜨기 등이 명멸해가며 자리를 바꾸는 걸 보면 잡초의 양보는 지례에서 나옴을 알 수 있다.
잡초들은 텃밭주인에게 은혜를 갚을 줄 안다.
잡초들은 텃밭의 맛난 영양분을 마구 먹지만 않을 뿐만 아니라 땅속 깊은 곳에 숨어있는 귀한 영양분을 빨아내어 표토로 올려주어 텃밭주인이 작물을 재배하는 데에 도움을 주니 은혜 갚는 데에는 강남제비보다도 몇 수가 높다.
쇠뜨기가 한 팔보다 더 깊게 힘써가며 뿌리를 박아 각종 무기질을 끌어올려 생명을 다할 때에 표토에 섞어주며 텃밭을 비옥하게 만들어가니 텃밭주인에 대한 보은의 길이 너무나도 갸륵하다 할 것이다.
척박한 흙 위에 뿌리박아 자라는 바랭이, 명아주, 쑥, 강아지풀, 한삼덩굴, 마디풀, 여뀌, 질경이, 씀바귀, 쑥부쟁이, 개망초 등이 텃밭을 내어준 주인에게 보은하며 밭을 부드럽게 갈면서 몸까지 바쳐가며 흙속에 섞는 보은을 할 줄 아니 얼마나 신통한 일인가!
잡초는 애교를 부릴 줄 안다.
잡초도 예쁜 꽃을 피우며 텃밭주인에게 아름다운 자태나 멋스런 모양을 보여주는 것을 바라보면 낫, 호미, 예초기로부터의 학대를 이겨내고 살아났다고 자칫 삭막하기 쉬운 텃밭의 풍경에 멋과 낭만을 토하며 부리는 애교는 참으로 가상한 일이 아니고 무엇일까?
잡초의 애교로 무심하기 쉬운 텃밭은 꽃밭으로 변하며 텃밭주인이 정원의 주인으로 급이 올라가고, 멋대가리 없는 돌밭주인이 온화하고 멋진 미소를 품는 신사로 변하게 되니 잡초의 애교는 참으로 기특하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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