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의 잡초들

2018. 9. 4. 00:31잡초,거름,멀칭,농약

 텃밭은 잡초 밭인데, 한 가지 잡초가 텃밭을 지배하는 일이 없다.

해마다 잡초들이 번갈아 나타나며 주된 세력으로 번성하고 다음해에는 다른 잡초들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 달맞이꽃, 명아주, 도깨비풀, 환삼덩굴, 개망초, 쇠뜨기, 바랭이 등이 텃밭의 큰 공간을 서로 해마다 교대하면서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잡초들의 씨앗이 다음해에 발아가 잘 되어 다른 잡초들이 침범하는 것을 막고 여전히 연속해서 큰 텃밭의 공간에서 잡초들의 왕이 되어 군림하는 것을 보지를 못하였다.

잡초들이 서로 양보하는 미덕을 가진 것이 아니니 아마도 씨앗발아요건이 제각각이어서 해를 거르기도 하고, 기후조건에 따라서 발아시점이 달라지기도 하거나, 토질의 변화로 번식에 영향을 받아서 잡초들의 흥망성쇠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한다.

한동안 극성스레 번성을 해가던 환삼덩굴은 올해 이상하게도 많지를 않아 일부러 찾아야 볼 수 있으며, 그 자리를 망초가 채우고 있고, 한편에서는 달맞이꽃이 내년을 기약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농막주변에는 쇠비름과 까마중이 슬슬 그 세력을 넓혀가고 있는데, 내년에는 아마도 더욱 번지지 않을까한다.

까마중은 작년부터 나타난 놈인데, 어릴 적에 까만 까마중알맹이를 먹던 기억이 떠올라 몇 포기를 보살폈었는데 그 녀석이 번식을 많이 하였고, 쇠비름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쇠뜨기와 함께 농막주변 텃밭을 제집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까마중

 잡초들도 나름대로의 생존전략이 있는 듯하다.

외떡잎작물의 주변에는 외떡잎 잡초들이 주로 자라나며, 쌍떡잎작물들 주변에는 희한하게도 쌍떡잎잡초들이 기승을 부리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3일 전에 텃밭의 작은 부추밭에서 올해 처음으로 부추를 수확하였는데 잡초들을 일일이 많이 뽑아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부추줄기에 붙어서 자라는 방동사니는 부추를 수확하면서 겨우 찾아내어 뽑아낼 수 있었다.

스치는 눈길로 부추 속에서 방동사니가 자라고 있는 것이 보이질 않으니 눈에 띄게 크게 자라거나 씨앗을 맺지 않는 한 방동사니를 쉽게 잡아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오래전에 토마토모종을 내겠다고 상토를 만들어 토마토 씨를 파종하였는데 토마토와 같이 발아된 잡초를 토마토와 구별을 하지 못하여 잡초를 솎아낸다고 한 것이 토마토를 솎아내었던 우스운 일도 있었다.

잡초도 생각이 있는지 잡초와 비슷한 작물들 틈에서 같이 살면 씨앗까지 맺을 수 있으리라고 보고 자기들과 닮은 작물들이 발아되고 자랄 때에 같이 편승하여 발아하고 성장하는 것을 보면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이고 한갓 잡스런 풀이라고는 하지만 딴에는 생존전략을 가지고 밭에서 활동을 하는 지혜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할 때도 있다.

한줌의 흙 속에는 수천수만의 잡초씨앗이 들어있을 테인데 토양의 성질을 파악하고, 날씨를 알며, 절기의 흐름을 눈치 채며, 이웃이 누군가까지를 구별하면서, 그리고 밭의 질서를 지켜가면서, 분수에 맞게 고개를 쳐들 때까지를 기다릴 줄 아는 잡초들의 생을 관찰하면 참으로 경탄을 금할 수 없다.

* 부추 속의 방동사니

 

 잡초들은 텃밭에서 공짜로 양분을 먹고, 물을 마시면서 작물들을 마구잡이로 괴롭히며 죽이지를 않는다.

잡초 나름대로 텃밭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해가면서 스스로의 존재이유를 확인해가면서 텃밭에 긍정적인 기여를 한다.

땅 속 깊은 곳의 무기질양분을 깊은 뿌리를 통하여 끌어 올려 결과적으로 텃밭의 표토에 공급해주기도 하고, 단단한 흙에 잔뿌리로 파고들어 흙을 부수면서 부드럽게 만들어 작물들의 뿌리가 쉽게 활착을 할 수 있게 도움을 주기도하며, 메마른 표토를 덮어 수분의 증발을 막는 역할을 하면서 흙 속에 여러 가지 미생물이 잘 살 수 있도록 하고, 잡초들 스스로 죽은 후에는 잡초들이 살던 땅을 기름지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한 잡초들의 긍정적인 역할을 찾아보면 잡초가 텃밭에 있어서 농사를 망치는 부정적인 요소보다 이로움이 많기에 잡초를 해롭다고 무조건 없애는 것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잡초를 잘 이용하고 대접을 하는 것이 텃밭농사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잡초라고 쓸모가 없는 것이라고 확정하며 텃밭에서 몽땅 몰아내면 텃밭의 흙이 딱딱해지면서 농사에 유익한 미생물이나 벌레들이 사라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텃밭이 황폐해지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언제나 판매하는 퇴비와 화학비료를 텃밭에 뿌리고 기계로 경운해야하는 어려움을 겪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즉 잡초가 없는 텃밭, 잡초가 자랄 수 없는 텃밭은 죽은 텃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경우 텃밭의 흙은 언제나 화학비료, 판매용 퇴비, 살충제, 살균제 등이 범벅되어 있어야하고 경운기로 경운을 한 후 비닐멀칭을 해야만 작물들이 살 수 있고 열매를 맺을 수 있게 될 것이다.

텃밭을 하는 이들이나마 잡초를 가까이하고, 좋은 점을 활용함으로써 더욱 보람차고 즐기는 농사의 맛을 볼 때에 진정 텃밭농사의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곰취 주변의 잡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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