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도 아닌데

2018. 5. 18. 19:16밭 만들기

 봄철부터 이상하다.

비가 내리면 왕창 내리는 모양새가 종종 소나기로 내린다.

봄비가 아닌 여름비로 내리는 비 때문에 봄 가뭄 소리는 없어졌다.

텃밭의 흙에 수분이 충분하니 씨앗의 트임이 좋고 모종을 심어도 말라죽을까봐 걱정하지 않아서 좋다.


 

 이번 텃밭에서의 며칠은 완전히 농땡이놀이이다.

오후에 도착해서 청소랍시고 좀 해놓고는 저녁 먹고 시원한 밤공기에 둘러싸인 농막 앞 의자에 앉아 아래 논에서 들려오는 요란한 개구리소리를 듣다보니 밤늦은 줄도 몰랐다.

다음날 일찍 일어나 일 좀 해볼까하는데 아침부터 비가 오락가락하더니 그 때부터 삼일동안을 천둥벼락과 함께 수시로 내리는 비로 창밖에 내리는 비와 비에 젖은 텃밭을 구경하며 육신의 고달픔하고는 거리가 먼 농땡이로 일관하였다.

그래도 비가 오지 않는 틈을 타서 여태껏 심지 못하던 구기자와 오미자 묘목을 심었으니 완전한 농땡이는 아니고, 연못에 넣을 붕어님 모시느라 낚시를 다녀왔으니 놀만큼도 놀았다.

그리고 토란줄기를 모두 먹고 뿌리까지 파놓은 고라니의 행적에 분개하여 고라니의 출입로인 연못둘레 길에 고추지주대를 이용하여 울타리를 만들어 놓기도 하였다.


 

 그런데 그놈의 고라니가 다니는 길에 아마가 설치한 울타리가 괴상한지 울타리를 넘은 흔적은 없는데, 연못의 물을 건넜는지 발자국 몇 개가 최근에 심은 백리향과 세덤 주위에 찍혀있지 않은가!

울타리를 설치하기 전에 있었던 흔적을 나중에 본 것인지 아니면 울타리를 피해서 두자 깊이의 물을 건넜는지는 장대비가 내린 후에 본 고라니 발자국이라 분별은 못했지만 찝찝한 기분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멧돼지는 아직도 텃밭구역을 크게 침범한 흔적이 없고, 산 아래 맨 위에 쪽 밭의 잡풀지대에서만 나무 아래 흙을 파며 놀고 있다.

친구의 텃밭과 내 텃밭 아래쪽의 밭에는 이따금 지나다니며 말썽을 부려 밭주인들이 펜스를 치고 난리를 치는데 말이다.

아마도 내 텃밭에는 멧돼지 보기에 맛있는 음식들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별 볼일 없는 꼴사나운 내 텃밭이 한심스러워 관심의 대상이 되지를 못해서 방문을 하지 않는 것인지 참!

 어쨌든 이번에 설치한 길목의 고라니 침입방지울타리가 효과 있기를 바랄 뿐이다.

텃밭에서 노는 짓이 자연에 가까운 것일지라도, 텃밭주인이 고라니나 멧돼지로 고달파지기는 싫으니 텃밭생활 몇 년을 했어도 아직도 도 닦는 수준에 한참 거리가 있는가보다.


 * 텃밭 출입구, 돌대문


* 땅콩밭. 싹이 나기 전에 잡초가 왕창!

* 고추밭

* 감자밭

* 자투리 밭인 상추, 대

* 고구마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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