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의 고랑

2018. 9. 1. 18:45밭 만들기

 텃밭에 작을 밭을 많이 거느리고 있으니 고랑을 많이 만들게 된다.

텃밭에 심는 작물의 형태와 성질, 흙의 물 빠짐 상태에 따라서 두둑을 좁게 만들 수도 있고, 넓게 만들 수도 있다.

고구마를 물 빠짐이 좋지 않은 평 이랑에 심으면 풀매기도 귀찮지만 고구마를 수확할 때에 호미질하기가 엄청 힘들고, 캐낸 고구마의 맛도 별로다.

좁은 두둑에 비닐멀칭을 하지도 않고 옥수수, 들깨, 고추 등을 심으면 올해같이 가뭄이 심할 때에는 말라죽기 쉽고 비가 많이 내리기라도 하면 토사가 유실되어 밑거름이 쉽게 빠져나가 작황도 형편없어지기 쉽다.

 


 내 텃밭은 작은 밭이 여러 개로 만들어져있고, 두둑을 가능한 한 널찍하게 만들어 작물을 심고있다.

두둑사이의 고랑은 밭 안에서는 그 깊이를 얕게 만들고, 밭과 밭 사이의 고랑은 한 뼘 정도의 깊이로 좀 깊게 파져있다.

농막 앞쪽의 밭에는 깊이가 한 자 이상으로 깊게 파져있는 큰 고랑이 두 개 가로질러있다.

비가 많이 내려 밭에 넘치게 되면 빗물이 작은 고랑으로 흘러들게 되어있으며, 작은 고랑을 넘쳐흐르는 빗물은 큰 고랑으로 흘려든다.

웬만한 비에 큰 고랑이 넘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요사이와 같은 집중호우에 어쩌다 넘쳐나게 되는데 그러한 경우에는 텃밭의 동쪽부분으로 50여 미터쯤 만들어진 큰 고랑으로 흘러가 나중에는 텃밭 동쪽의 작은 개울로 흘러나간다.

이러한 텃밭의 고랑구조는 텃밭의 농사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첫째로, 내 텃밭의 물과 토사가 남쪽 아래의 남의 밭으로 흘러들어 피해를 주는 것을 예방한다.

 둘째로, 텃밭의 토사와 거름의 유실을 방지하여 텃밭주인 수준의 농사에 텃밭에서 자가생산되는 거름 이외에 거름을 구입할 필요성을 대부분 줄여준다.

밭의 흙에는 흙 이외 나뭇가지나 잎사귀들이 섞여서 발효되고 있으며, 눈에는 보이지 않는 여러 가지의 유기물, 무기물, 미생물들이 섞여있고, 그러한 흙의 성분이외에도 지렁이, 벌레 등의 많은 생물들이 뒤섞여서 나름대로 자연상태로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

밭의 토사와 거름들이 비로인해 넘쳐흘러 유실될 경우 작물을 재배하기 위하여서는 흙의 균형을 맞추고 거름을 보충해주는 등의 작업을 하여야 한다.

밭에 두둑과 고랑이 알맞게 모양을 갖추고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경우에는 텃밭에 들이는 노력을 줄이게 하면서 작물들이 튼튼하게 자라게 될 것이다.

 셋째로, 고랑을 잘 만들어 놓으면 웬만한 가뭄에도 텃밭작물들이 큰 피해를 입지 않고 버티기를 잘한다.

그리고 잡초와 더불어 텃밭을 작물들이 촘촘히 덮고 있는 경우는 가뭄으로 허덕이는 날씨에도 텃밭에 물을 주지 않아도 될 정도로 밭의 흙이 적당히 습기유지를 잘한다.

그리고 비가 와 넘칠 때에는 텃밭의 고랑이 빗물을 가두어놓고 그 빗물이 밭의 흙에 많이 스며들도록 하는 역할도 하므로 고랑이 가뭄예방대책 또한 되는 것이다.

텃밭이 큰 경우에는 고랑 이외에도 여기저기에 적당한 크기의 구덩이를 파놓으면 가뭄에 대비한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정원을 가꾸는 이들이 스웨일(swale)을 정원 가꾸기에 이용하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내 텃밭은 작물과 잡초가 공존하는 텃밭이고, 잡초가 커져 작물을 위협하는 때가되어야 예초기를 돌려 잡초들을 제어하기에 텃밭주인은 예초기 가동에 편리한 간격을 고려하여 작물을 심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작물재배간격으로 추천되는 상식을 따르지 않고 대부분 널찍한 간격으로 작물들이 띄어서 재배하고 있다.

관행농법의 개념으로 볼 때에 아주 비효율적이고 비경제적이어서 한심한 수준의 농사이지만 텃밭주인의 농사개념으로는 참으로 어울리는 농사방법이다.

제초제, 비료, 농약, 비닐멀칭을 만지지 않고 제멋대로 즐기는 농사를 유지하는 한, 텃밭주인의 농사방법은 신선하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멋지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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