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과 신용을 팔아야...망할 놈들!

2007. 9. 21. 13:00삶의 잡동사니

 

 텃밭에 다녀올 때에는 집에 먹을거리를 꼭 사오는 버릇이 있다.

그러한 먹을거리는 철마다 바뀌는 농산물이 주류를 이룬다.

지난 번 귀가할 때에 복숭아를 사야하는데 깜박해서 단골로 다니는 농장을 지나쳤다. 그래서 여주휴게소에서 잠간 쉬며 우라농산물판매점에 들러 복숭아와 포도를 각각 한 상자씩 샀다.

여주휴게소 우리농산물판매점은 자주 들르는 곳으로 소량의 잡곡류, 땅콩, 버섯, 잣 등을 주로 샀지만,  과일류는 그 가격과 품질이 마음에 들지 않아 구입을 별로 하지를 않았었다.

그런데 복숭아를 보니 색깔이 곱고 맛이 좋게 생겨 직원에게 단단한 종류이냐고 물었다. 직원은 단단하다고 하고 점차 무르게 되는 것으로 작은 알이지만 아주 좋은 상품이라 한다.

언제 들어온 것이냐 하니 전날 들어온 것이라 한다. 

포도를 보니 보이는 알갱이가 색이 짙고 성글며 단 냄새도 좋아 침이 흐른다. 게다가 친환경농산물표시가 인증번호와 함께 붙어있다.

 좋은 상품이라는 직원의 말만 믿은 게 잘못이다. 위에 붙은 비닐포장을 떼어내고 검사를 하지 않고 구입한 것이 잘못이다.

집에 와서 아내에게 하나씩 꺼내어 먹자고 하니 아내는 어디서 이런 썩은 물건을 사왔냐고 면박이다. 이런 쌍! 쌍소리가 자동적으로 튀어나온다. 복숭아는 아래쪽 꼭지부분이 물러서 썩어가고 있고, 포도도 마찬가지로 포장된 아래쪽이 터지고 물이 흘러 날파리들이 새까맣게 날아오른다.  열 번 잘 사오다가 한 번 잘못 사오면 그간의 공도 사라지고 김이 푹 새어버린다.

 공산품은 그 규격과 품질이 생산자의 적정한 관리로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으나, 농산물은 품질과 규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에 많은 노력이 더 들며 변질 없이 장기간 유통시키는 것 또한 매우 어렵다. 상점에서 상온으로 오래 놔두면 변질되기 십상이며, 변질을 방지하기 위해 냉장을 시키면서 판매를 하면 맛이 떨어진다.

그러한 농산물의 특성을 아는 소비자는 판매자의 신용을 믿고 구입을 하게 된다.  질 좋은 우리농산물만 파는 곳으로 알려진 것을 믿고 산 것이 기분을 잡치게 만들었다.

농산물을 파는 상점에서 흠이 좀 있는 과채류를 팔수도 있다. 그러나 그럴 경우 분명히 상품의 흠을 고객에게 알려주어야한다. 그러한 흠을  알고서도 물건을 사는 고객은 가격이 맞아 사는 것이므로 불만스럽지 않다. 속았을 때에 불만스러운 것이다.

 다음 번 텃밭에서 귀가할 때에 여주휴게소의 우리농산물판매점은 좀 시끄러울 것이다.


 우리 카페 안에서도 농산물을 팔고 산다. 어쩌다가 잡음도 생긴다.

나 자신에게도  잡음을 일으킬 수 있는 대상이 되는 일이 있었으나 큰 문제가 아니어서 그냥 넘겼다. 물론 구매 후의 만족감이 대부분 많았다.

그러나 어쩌다 거래상의 사소한 흠결이 판매자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그러한 사소한 불만족이 생산판매를 하는 회원의 인격 자체를 의심하게 하는 경우도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농축산물의 생산자(판매자)와 소비자의 관점에서 합치되는 기준을 쉽사리 정할 수는 없겠으나  카페의 장터에서 반드시 지켜야할 것으로 생각되는 몇 가지를 제시해본다.


* 회원 자신이 생산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원칙이며, 제3자가 생산한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

  반드시  그 사실을 알리도록 한다.

* 판매하는 물건의 생산이력과 품질 등을 거짓 없이 밝히도록 한다.

  (프로농군이라고 할 만큼 대량의 상품을 파는 경우에는 최소한 농사하는 과정을 판매자의

  농사일기와 사진 등을 통하여 구매자들이 어느 정도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 프로농군의 농장은 항시 개방이 되어야 한다.

  (회원들이 농장을 방문하여 일하는 데에 방해가 되는 경우는 없어야 하겠지만, 프로농군 의

  경우에는 반드시 회원들이 농장을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도록 곧은터에 공시를 하고 농장을

  개방하는 데에 자신을 갖고 자랑을 할 수 있는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한다)

* 판매하는 가격은 그 품질의 차이가 가격의 차이로 이어지겠지만, 일반적으로 생산자가

  상인에게 넘기는 가격과 구매자가 시장에서 사는 가격의 중간정도의 수준에서 정해져야

  할 것이다.

  카페에서 구매하는 회원들은 상품의 질이 좋고 값이 싸서 구입을 하는 것이며, 판매하는 회원은

  중간상인으로부터 받는 가격보다 좋은 값에 상품을 팔 수있어서 좋은 것이지 카페에 넘치는

  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상품을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생각한다.

  주고받고 그리고 왕래하다 보니 회원들 간의 정이 생기는 것이지 좋은 상품을 판매자가

  손해 보며 싸게 판다고해서 정이 생기는 것은 아닐 것이다.

* 구매하는 회원은 상품의 구매로 판매하는 회원을 돕는다는 생각보다는 스스로 정당한 가격에

  만족스럽게 카페를 통하여 구매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할 것이다.

  상대방을 돕는다는 생각을 가지면 매매가 이루어지고 그 결과가 불만족스러울 때에 배신감을

  가지게 된다. 상거래는 반드시 엄격하게 이루어져야하며, 인정으로 얼렁뚱땅 이루어지면

  그러한 상거래가 만족스럽게 계속되어질 수 없는 것은 명확하다.

  엄격한 상거래와 그로인한 만족이 진솔한 인정을 느끼게 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 카페의 장터에서 덤을 요구하는 것이 일반화되어서는 곤란한 장터가 된다고 생각된다.

  덤을 주는 것이 일반화되면 안 주면 섭섭하고, 덤을 못 받았을 때는 비싸게 샀다는 느낌을 가질

  것이다.  덤이란 꼭 인정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장사하는 기술의 일종이라 볼 수도 있는

  것이므로 모든 회원들 간의 거래에서 덤이 일반화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덤을 주느니 차라리 상품의 단가를 낮추는 것이 옳으며, 덤을 주고 싶으면 장기간의 거래로

  고맙다고 느낄 때에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사사로이 적절한 선물을 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 판매자는 카페의 장터에서 평생고객을 만들도록 최선을 다 하여야 할 것이다.

  정직하게 판매하고, 조그만 일에 있어서도 신뢰를 잃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한다.

  아주 간단하고 쉬운 말이지만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 아주 쉽게 망각을 하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상인들이 자리가 잡히고 자신이 생기게 되면 아주 쉽게 옛날을 잊는다.

  소비자는 예민하다. 판매자는 항시 초심을 잃지 말아야한다.

* 카페에 장터를 개설한 이상 카페의 운영자는 장터를 철저하게 관리하여야한다.

  부적격자는 입점을 못하게 하고, 입점한 판매자가 카페의 명예를 해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

  엄중하게 처벌을 하여야한다.

  그러한 면에서 카페는 좋은 장터운영에 필요한 기준을 현재보다 좀 더 명확하게 정하여 즐거운

  장터거래가 더 많이 이루어지도록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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