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9. 14. 19:41ㆍ삶의 잡동사니
아내가 추석 때 먹을 김치를 담느라고 아침부터 바쁘다.
이왕이면 올해 만든 고춧가루를 쓰면 좋지 않겠냐고 하니 기다렸다는 듯이 빨리 제조를 하란다.
미리 잘 말려서 깨끗하게 다듬어 놓은 투명하고 빨갛게 색을 뽐내는 고추를 씨앗을 빼내고 가위로 잘라서 분쇄기에 담아 갈아대니 집안은 고추방아간이 된지 오래다.
가루를 넓은 그릇에 담아 한 이십 여분 말린 후에 다시 한번 더 곱게 갈았다.
양념을 버무리는데 매운맛과 단맛이 코를 벌름거리게 만든다. 절은 배추 고갱이를 뜯어내어 한 젓갈 올려놓고 돌돌 말아 한 입에 넣어 우물거리며 씹어본다.
연이어 몇 번을 먹으니 드디어 아내의 촉수금지명령이 떨어진다.
이왕 고춧가루 만드는 김에 식탁용 고춧가루를 한 그릇 더 만든다.
청양고추를 씨앗을 전부 빼내고 곱게 갈아 조그만 용기에 담아낸다.
이번에는 콧물까지 흘러내리며 재채기를 해댄다.
맑은 장국에 조금씩 넣어 먹으면 밥맛이 더욱 댕기니 밥도둑의 종범이다.
조그만 용기에 하나 담아 식탁에 놓으면 일년간 먹을 수 있다.
내가 만든 고춧가루를 만일 판다면 1킬로그램에 10만원은 받아야한다.
‘한살림’에서 판매하는 고춧가루의 가격이 씨 완전제거 고추장용고추가루가 1킬로그램에 \49,300-이고, 씨 반 제거 양념용 고춧가루가 1킬로그램에 \36,000-이니 그 상품보다 몇 수 위인 내 고춧가루는 1킬로그램에 10만원을 받아야하는 가치가 충분히 있지 않을까?
그러나 애석하게도 내 고춧가루를 너무 비싸서 사먹을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고, 누가 사겠다고 하여도 남는 게 없어 팔지를 못한다.
아무리 진땀 빼며 농사하여도 우리 집 겨우 먹을거리 밖에 하지를 못하니 남에게 팔지를 못하는 것이다.
고추농사 4년차에 올해는 엄청 농사를 잘하여서 남는 고춧가루가 두세 근이나 될 것 같다. 그나마 눈독 들이는 이가 많아 누군 주고 누군 안줄 수 없어 올해는 아예 고추장을 담가보려고 한다.
엉터리 텃밭농사 하는 날라리가 올해는 장 담그는 주책까지 부리게 생겼다.
'삶의 잡동사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보같이 팔아서야 (0) | 2007.10.12 |
---|---|
정직과 신용을 팔아야...망할 놈들! (0) | 2007.09.21 |
진짜 태양초 (0) | 2007.09.13 |
텃밭을 들른 두 분 (0) | 2007.08.25 |
더운 날 (0) | 2007.08.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