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0. 3. 16:09ㆍ마음, 그리고 생각
삼십년 넘게 난을 길렀지만 추석명절에 지금처럼 꽃이 많이 피었던 때는 없었다.
예전에 한창 난분이 많았을 때는 100여 개가 넘었지만 여름을 지나며 청명한 하늘이 열리면서 추석 즈음에 맑은 향을 뿜어내는 난이라야 한두 개가 고작이었는데, 지금은 그 때의 반도 안 되는 사십여 개의 난분이 있는데 다섯 개의 난들이 청향을 풍기며 맑은 향을 뽐내고 있다.
집에서 키우는 난들이 꽃을 피우면 잡스런 마음이 차분해지고 그에 따라 집안이 평화로워지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런 느낌이어서인지 왠지 모를 좋은 일도 있을 것 같은 느낌도 들며, 하여간 실제로 집안분위기가 좋아지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올 추석 즈음에 난향이 집안을 감싸고 있으니 내심 이 나이에 뭐 춤출 정도로 좋은 일이 있기를 바랄 순 없어도, 그 보다는 평화로움이 집안을 감싸는 행복함을 요란스럽지 않게 전보다 더 차분하게 마음속으로 느끼기를 바라는 것은 과욕일까?
나이가 종심을 넘어 완전 노인대열에 들어가며 심신이 예전보다 못해지는 변화를 느끼지 않는다면 거짓일 것이다.
아무리 체력관리를 잘하고 밝고 젊은 마음을 유지한다고 애를 써도 나이에 따른 노쇠를 막을 수 없다.
설령 남 보기에 열 살 스무 살 젊게 보인다하여도 심신은 분명 노쇠해가는 것이며 그러한 노쇠는 어느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자연의 이치인 것이다.
돈, 지식, 인품, 지위 등으로 나이 많아 약해져가는 심신을 어찌해볼 수가 없는 것이다.
세월의 변화에 따른 마음의 변화도 무리 없이 자연의 섭리에 순응해야한다는 것을 알고 노후의 생활을 하면 물심양면의 행복을 추구하는 고생과 욕심에서 벗어나지 않을까?
정말로 복 많은 사람들이야 늙어서도 물심양면으로 행복할 수 있겠지만, 그러한 행복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룰 수가 없는 것이라고 본다.
작은 것을 크게 보고 모자란 것에 만족할 줄 아는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바로 과욕을 버리면서 소박한 행복을 누리는 평화로운 삶의 길이란 것을 잊지 않아야한다.
차례를 지내고 둘만 남은 후 우리 노부부가 허전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다가, 문득 맑은 색 소심으로 피어있는 난들과 오랜만에 피어난 조복륜 난꽃을 미소로 바라본다.
집안에 퍼져있는 청향이 마음행복의 기운을 더욱 넓혀주기를 바라면서!
'마음, 그리고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법정스님이 내준 숙제 (0) | 2020.12.07 |
---|---|
막 태워 없애냐? (0) | 2020.11.01 |
어머니 기제사 (0) | 2020.09.04 |
재미로 하는 텃밭농사 (0) | 2020.03.29 |
경운기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 (0) | 2020.03.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