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1. 16:57ㆍ마음, 그리고 생각
저녁 해가 용두산에 걸치며 내려가기 시작할 때의 노을을 바라보며 텃밭에서의 한가로움을 즐기고 있다.
그런데 느닷없이 텃밭 아래 남쪽에 있는 밭에서 연기가 솟아오른다.
그리고 연이어 두세 군데에서 마찬가지로 연기가 오르며 아래쪽 마을을 뒤덮는다.
연기의 색으로 보아 아마도 밭에서 나온 고추, 들깨, 참깨, 옥수수, 가지 등의 잔해를 태워 없애는 것 같다.
농작물잔해를 태우는 것은 그래도 좀 봐줄만하다.
어떤 때에는 시커먼 연기가 오를 경우도 이따금 본다.
틀림없이 비닐, 합성수지, 기름 등이 포함된 폐기물을 태우는 경우일 것이다.
언젠가 농촌지역가구 당 나오는 쓰레기가 도시에 버금갈 정도인데 종량제쓰레기봉투 판매량에서 너무도 많은 차이가 난다는 어느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게 사실이라면 그냥 태워 없애는 것일 터다.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환경오염 등으로 숨쉬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난리를 피우는데 우리들 주변 농촌에선 막 태운다는 이야기다.
시군에 환경감시원을 고용해서 산불감시, 폐기물소각감시 등을 한다고는 하지만 별무소용이다.
농작물잔해나 쓰레기를 몰래 태우는 사람들은 일몰시간내지 공무원퇴근시간을 보아가며 태운다.
태우다 혹여 발각이 되어도 서로가 그렇고그런사이인지라 봐주기가 일쑤다.
이웃 간에 그 깐 일로 고발하네싸우네하며 얼굴 붉히기가 어려우니 좋은게좋지 하며 넘기고 모두가 슬금슬금 태우고들 있는게 농촌의 현실이 아닌가싶다.
쓰레기봉투 값 아끼다가 미래의 우리들이 고통을 당하며 인류생존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대부분 알면서도 많은 이들이 불법소각을 별거 아닌 듯이 하고 있으니 참 한심스럽다.
농사작물의 잔해를 꼭 밭에서 태워야할까,
집에 아궁이를 만들어 옛날처럼 군불때기용으로 사용하면서 재를 제대로 활용하면 좋을텐데?
가능한대로 밭에 그대로 놔두어 밭을 갈 때에 같이 갈면 좋지 않을까?
로타리경운을 하지 않는 나의 경우,
농사잔해물을 깊은 밭고랑에 넣고 삭혀서 거름으로 활용한다.
억세지 않고 자잘한 것들은 한 군데 모아두었다가 파종한 밭 위에 덮는 것으로 사용한다.
이래저래 몇 해 지나면 거름되어 흙으로 돌아간다.
밭에서 나온 것은 가능한대로 밭으로 되돌려 주면 돈 주고 사는 거름을 별로 쓰지 않고도 농사가 가능하다.
오늘은 마늘 400여 개를 심었는데, 들깨털이하고 나온 시들은 잎과 빈 깍지들 일곱 삼태기로 포근하게 덮어 월동준비까지 마쳤다.
잡초 베어 놓은 것들과 고랑에서 삭은 잔해물은 필요할 때마다 긁어내어서 밭흙 위에 덮어주면 흙의 건조를 막고 미생물의 번식을 도와 밭흙이 좋아지니 그냥 태워 재로만 쓸 일이 아니다.
어쨌거나 농사하는 이들이 함부로 태우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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