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수술

2013. 3. 1. 10:16삶의 잡동사니

 원래 튼튼하기도 했고, 허리는 더욱 튼튼한 걸로 알면서 지냈다.

산을 많이 극성스럽게 올라다녔고,

육 년간의 텃밭농사로 더욱 사지와 허리가 단련된 몸이라 남 보다 엄청 튼튼한 것으로만 알고 살았다.

 그런데,

작년 겨울 들어 목, 어깨와 목 사이가 기분 나쁘게 빠근하게 아프더니

올해 들어 허리 위의 등 쪽 근육이 심히 아팠다.

운동을 많이하여서 그런가 생각하고 단순 근육통으로 만 알았다.

한의원과 통증의학과의원에 가서 침과 주사를 몇 달간 여러차례에 걸쳐 맞다보니 괴상하게도 통증이 양쪽 다리로 내려왔고,

나중엔 왼쪽 다리로 집중되어 허벅지와 장딴지 바깥부위를 괴롭힌다.

급기야 발을 한 걸음도 내디딜 수가 없는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다가 미련하게도 뒤늦게야 정형외과전문의의 진단을 받았다.

 

 어이구! 이게 웬 일이냐!

척추의 3번과 4번 뼈가 협착이 되고 중간의 디스크가 파열되어 흘러 영상에 시꺼멓게 보이고,

그에 따라 척추관을 지나는 신경을 누르고 있다.

 수술하지 않고 놔두면 하반신장애로 까지 이어질 수 있다니 딴 도리가 없다. 

바로 입원하여 그 다음날 수술을 받았다.

영상에 나타난 걸 보니 나사 달린 놈 두 개가 떠억 허리뼈에 박혀있다.

수술 후 바로 다리통증이 없어지고,

일주일 지나 퇴원하니 잠자리도 그런대로 정상을 찾았다.

삼 개월 동안 갑갑한 척추보호대를 착용하여야 하기에 불편하지만 허리뼈가 제대로 회복되기 전에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사실, 나이를 잊으며 방만하게 운동과 노동을 즐기며 살았다.

그런데 그게 탈을 나게 만들었나보다.

나이에 맞게 조심스레 근신하며 지내야 했는데 언제나 청춘인 듯 몸을 함부로 굴렸으니 벌 받았나보다.

 

 일상생활에 전혀 문제가 없이 회복이 된다는 의사의 말에 머리에 바로 떠오르는 건 텃밭이다.

제천돌밭이 싱그러운 색깔을 두르고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하는 모양이 펼쳐지니 담당의사 앞에서 미소를 짓는다.

이상하게 표정 짓는 의사를 보고 내 모양을 그려보니 실실 웃음이 나온다.

허리에 비싼 지렛대를 박았으니 전 보다 힘 좀 쓰려나?

 그나저나 올해도 제천텃밭의 고추 맛은 저 멀리 날라 갔다.

주인 없는 잡초투성이 텃밭이 머릿속에서 뱅뱅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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