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7. 28. 13:09ㆍ돌밭의 뜰
묘목을 심은지 15년 만에 처음으로 천도복숭아 익은 것을 맛보았다.
그동안 거름도 안 주고, 농약도 안 치고 잡초도 제대로 잘라주지 않아서 과일이 제대로 달린 것을 보질 못하였고, 달려도 익기 전에 벌레 먹고, 벌레를 피하여 익어 가는 것이라도 대부분이 병에 걸려 낙과를 하니 먹을 만한 것을 아예 거둔 적이 없었다.
3 일 전 비가 내리지 않을 때 텃밭을 둘러보다가 잡풀들이 우거진 윗밭에 붉고 밝은 색으로 치장한 천도복숭아를 보았다.
그래봤자 전부 벌레가 파먹어 먹을 만한 게 없겠지 하면서도 눈길이 자꾸 갔다.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워 한삼덩굴과 찔레로 우거져 가시에 찔려가며 깨끗하게 보이는 열댓 개의 작은 천도복숭아를 가려서 따냈다.
와! 이건 대박이다!
떨어져서 썩어가는 것들이 많고, 달려있는 것들 중에 벌레먹지 않은 것은 십분의 일이나 되려나?
그래도 깨끗하고 먹음직한 색깔의 천도복숭아를 얻었다는 사실은 나같은 엉터리 자연농법으로도 집에서 먹을 걸 조금이냐마 얻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멋지고 고마운 일이냐!
방치하고 때되면 뭐 먹을 꺼 없나하고 처다보다가 아무것도 없으면 과일은 역시 농약을 치지 않으면 먹을 게 없군 하면서 발길을 돌린 게 분명 잘 못된 것이다.
내년에는 식초, 목초액, 사카린 등을 준비하고 적기에 벌레의 침입을 방지하는 수고를 하여야겠다.
천도복숭아나무 주변의 잡풀을 정리하고 복숭아를 한 바가지 따냈다.
비가 많이 내려서인지 단맛은 덜하다.
그렇지만 완전무농약무비료로 만들어진 작품이라 그런지 식감이 좋다.
자연의 맛으로 꽉 찬 싱그러운 순한 맛이라고나 할까?
천도복숭아로 끌린 눈길이 잡풀에 우거진 윗밭의 잡풀들을 토벌할 생각으로 이어졌다.
며칠동안 이른아침에 예초기작업을 하여 갈끔하게 다듬어야겠다.
그리고는 좀 늦긴 하지만 한창 자라고있는 들깨모종들을 정식하여야겠다.
땟깔좋은 천도복숭아 몇 개 딴 덕분에 들깨밭을 늘리게 되었다.
오늘 새벽에 깨보니 비가 한 차례 내린 뒤라 그리 덥게 느껴지않는다.
후딱하면 폭염경보이고 오늘 새벽 5시에도 역시 폭염경보이지만 한두 시간 정도는 예초기를 가동할만하게 생각되어 서둘러 아침을 간단히 하고 작업복장을 갖추고 윗밭에 올라 풀을 베어가며 천도복숭아 쪽으로 접근을 했다.
잡풀만이 아니고 찔레도 많이 엉켜있어 땀이 허리춤으로 흘러내리고야 복숭아나무 주변을 깨끗히 정리하였다.
그리고는 반 시간을 더 예초기를 휘두르니 다리에서 흐른 땀이 장화 속 발까지 적신다.
역시 무더위가 맞다!
젖은 옷 모두 벗고 농막에 들어와 땀을 닦고 한 시간을 식히고는 커피를 내려 마시며 살펴보니 철쭉가시에 찔린 곳 뿐만 아니라 독한 산모기에도 여섯 군데나 물렸다!
약 바르고 천도복숭아 먹으며 충분한 휴식을 취하느라 두 시간이 지났지만 농막문을 여는 순간 뜨듯한 기온이 느껴지니 소쿠리 들고 가서 깨끗하고 맛 있게 생긴 놈들 딸 생각이 사라진다.
오후에 비 소식이 있으니 소나기 내리고 난 뒤에 더위 잠깐 가시면 두어 바가지 쯤 따야겠다.
여때까지 못 먹던 천도복숭아가 좀 달렸다고 서둘러 욕심내며 땀내면서 따낼 일이 아니다.
집에 가기 전날에도 꽤나 달려있을 것으로 보이니 서두를 일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