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7. 31. 17:06ㆍ돌밭의 뜰
텃밭농막과 비닐하우스 북쪽 경계에는 무궁화가 심어져있다.
텃밭을 마련하면서 바로 나무젓가락 같은 묘목을 심었으니 20년이 되었다.
별다르게 돌보지를 않았어도 튼튼하게 자랐고, 주변에 키워낸 어린묘목을 그동안 백여개 넘게 시집을 보냈다.
보름전에 한두 개씩 피우더니 장마가 끝나고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려 연일 하루에도 여러차례 폭염주의하라는 문자가 뜨는 지금은 만발한 상태이다.
내일이 8월이니 앞으로 한달 이상은 계속 피우고 져서 떨어뜨리고를 반복하며 푸른색이기만한 울타리 주변에 분홍색과 흰색의 향연을 베풀어줄 것이다.
텃밭의 무궁화 2십여 그루가 살고 있는데 병충해에 강해서 인지 텃밭주인이 별다른 수고를 한 적이 없다.
무궁화에 진딧물이 많이 붙어 지저분하다는 이야기들을 듣기도 했지만 스무해 동안 텃밭무궁화에 붚어있는 진딧물을 한 차례도 본 적이 없다.
드믄드믄 피다가 만발하며 보름 이상을 피우다가 이젠 끝났나하면 9월중순경까지 드믄드믄 피우며 울타리에서 텃밭주인의 눈길을 계속 끌어당기며 꽃을 피우는 재주를 부린다.
오래전부터 텃밭농사를 하는 이들은 무궁화꽃이 보이기 시작하면 밭을 다듬어 김장용 배추와 무의 씨를 떳밭에 떨구었다고한다.
무궁화꽃을 처음보고 열흘이 지나서야 마늘심었던 밭의 잡초들을 걷어내어 밭을 고르고 난 뒤에 한 쪽 밭에는 배추씨를, 다른 한 쪽 밭에는 무씨를 떨구었다.
배추종자는 농협배타배추, 무종자는 농협영웅무를 선택하였다.
5일만에 들여다보니 싹이 자라 떡잎을 두개씩 달고있다.
며칠 더 지나 솎아주고 벌레침입을 방지하는 한냉사를 씌우는 작업을 해야한다.
배추모종을 사서 정식을 하면 편하지만 씨앗을 심어 싹틔우는 모양을 보고, 배추가 처음 태어난 곳에 뿌리를 활착시켜 튼튼하게 자라는 모습을 즐기는 것 또한 텃밭하는 즐거움이니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텃밭을 비우는 기간이 들쑥날쑥하며 오래 비울 때도 있기에 벌레에 약한 배추의 작황이 형편없이 안 좋을 때가 많지만 엉터리 농사꾼은 실기를 할 때에만 배추모종을 사서 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