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말 텃밭풍경

2024. 9. 28. 22:39돌밭의 뜰

새벽이 춥다.

기온을 보니 영상10도 아래다.

추석이 지나도 폭염경보하에 놓였던 가을 더위가 추분이 되자 서늘한 가을공기로 밀려났다.

아직도 한낮의 햇볕이 뜨겁지만 맑은 하늘과 상큼한 습도를 머금은 불어오는 바람이 있기에 이마에 흐르는 땀이 싫지만은 않다.

 

고구마 밭 두 이랑을 캤다.

호박고구마는 흙 속 깊게 박혀있어 호미로 캘 일이 아니니 아예 도라지 캐는 사지창을 동원하였다.

고구마 크기가 일정하게 달려있지도 않고, 달린 개수도 제 멋대로 이지만 예상보다는 흡족한 수확이다.

오월 초에 잡초를 대강 토벌하고 비닐멀칭도 없이 깊숙하게 모종을 심은 것이 그런대로 효과를 본 모양이다.

일곱 개 이랑을 더 캐야하니 내일 하루 종일 땀 꽤나 흘릴 것이다.

일차로 1/3쯤 수확을 하였고, 나머지는 시월 중순 이후에 수확하려고 한다.

거둔 호박고구마를 삶아보니 맛은 좋지만 촉촉하지를 않고 물기가 부족하여 퍽퍽한 식감이라 실망이다.

올해 여름더위에 호박고구마가 더위를 먹었나보다.

고구마를 캔 밭은 밭흙을 고르고  파종적기를 놓쳤지만 총각무 씨앗을 떨구어봤다.

땅콩은 한심스런 성적이다.

땅콩 꽃이 필 무렵에 잡초를 뽑아내며 북주기를 게으르게 한 죗값을 톡톡히 받았나보다.

땅콩은 아직도 일주일쯤 더 지나야 수확 적기가 될 듯싶다.

한 녀석 캘 때마다 최소 스무 알 정도는 달고 나와야 되는데 열 알도 못 되는 놈들이 반이고, 그나마 땅콩 알이 두 개가 아니고 한 개인 것들이 많다.

꽃의 암술에서 자라나온 자방병이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한 결과로 생각된다.

아직도 캘 시기가 이른 감이 있어 맛보기로 열 놈만 캤다.

한 대접 삶아서 먹어보니 맛 또한 모자란 듯하다.

맛보기로 몇 개 뽑았는데 빈작이 틀림없다.

 

여름내 눈길을 별로 받지 못한 연못의 얼굴이 언짢아 보이기에 연못둘레에 난 잡초들을 깔끔하게 뽑아냈다.

노랑어리연은 전성기가 지나 드문드문 꽂을 피우고 있고, 연못 둘레엔 참취꽃이 한창 늘고 있다.

연못주위에 어울리는 화초를 서너 가지 더 심고, 소나무 주위도 돌 쌓기를 하겠다고 하고는 실행을 하질 않으니 연못모양에 진전이 없다.

못하고 안하는 건 다음으로 미루는 게 주특기이니 올 가을이나 내년으로 할 일이다!

 

많은 비가 내린 후 고추가 늦게 많이 달리며 뉜 것들이 늘어 지주대로 받혀주었다.

풋고추가 많이 달려있지만 빨갛게 익는 거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무는 지난주에 큰 놈으로 열두어 개를 뽑아갔는데, 실하게 크고 있는 것들이 많아 또 열댓 개쯤 뽑아가려 한다.

배추는 잎이 망사로 변해 매일 친환경 방충 약을 뿌려주며 관리하고 있는 중이다.

벌레가 눈에 띄게 줄어 회복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자라고 있는 배추가 오십여 포기가 넘으니 반타작이면 좋을 것이다.

 

부추 밭은 늦봄부터 지금까지 항상 푸짐하게 수확할 수 있으니 대만족이다.

일주일 지났는데 비가 자주 내린 덕에 또 자를 때가 되었다.

부추 꽃이 피는 때가 되었다.

부추 밭은 한 번 수확한 후에 꽃피울 찬스를 줄 예정이다.

 

배추밭 옆에 쪽파와 삼동파가 자라고 있다.

대파밭의 상태는 양호하지 못하고, 다른 쪽파밭은 파종한지 보름 정도 되었지만 아주 성장세가 좋아 쪽파김치를 많이 담가야겠다.

쪽파는 알 좋은 구근을 심으면 바로 기세 좋게 잘 자란다.

삼동파는 주아를 한 소쿠리 얻어서 심었는데 아무래도 거름이 부족한지 줄기가 굵지 못하다.

 

들깨는 작년보다 덜 자란 것들이 많다.

15킬로그램쯤 수확하겠다고 욕심을 냈는데 아무래도 모자랄 듯하다.

들깨밭 중간에 돼지감자가 크게 자라 꽃을 피우고 있다.

올핸 돼지감자 차를 많이 만들 것이다.

 

시의 지원으로 피해 방지 차원에서 비닐하우스 바로 옆에 있는 25미터 크기의 미루나무를 베어냈었다.

절단 부위에서 새로운 가지들이 많이 자라고 있다.

잘려 눕혀져 방치된 나무를 치우고 정리해야 하는데 엄두가 안 난다.

 

올해에는 농막 앞쪽에 설치한 지주대의 모양이 을씨년스럽다.

토마토와 작두콩을 재배해왔는데 풋마름병과 연작피해인지 거둔 게 없이 비실대다 죽어 황량한 모습이다.

 

파이프 터널에 수세미가 달려있고, 주변에 심은 하늘마가 실하게 달려 가을의 기분을 느끼게 만들어준다.

무성하게 자란 오미자는 꽃을 많이 피우고 열매도 많이 달렸었지만 빨갛게 익고는 바로 떨어져 거둔 것이 없다.

이웃 촌로는 거름이 부족하여 그렇다고 하지만 거름을 티나게 줄 생각은 없다.

 

절로 나서 사과나무를 올라탄 하늘수박 줄기에 한 녀석 달린 게 아직도 익지를 않고 있다.

익으면 씨앗을 채취하여 농막 앞쪽 지주대에 작두콩 대신 심어볼 것이다.

 

농막 아래에는 케일이 그런대로 충해를 이기고 자라 녹즙용 잎을 제공하고 있는 중이다.

그 앞쪽으로 로메인적상추를 먹어볼까 하고 씨앗을 떨군 게 자라 몇 녀석 김을 매주었다.

 

장마때에 쓰러진 참깨가 많아 한심한 작황을 보여 베어서 한동안 비닐하우스에 방치를 했었다.

그래도 이러나 저러나 농사는 농사지 하며 참깨알을 모아서 손질을 하여 다듬었다.

참깨모종 두 판을 사서 심었는데, 참깨알 3만 원 어치 얻었다!

노동댓가를 없다고 봐서 6천 원 남은 꼴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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