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7. 4. 14:27ㆍ돌밭의 뜰
텃밭에 있는 두 그루의 미루나무 중 비닐하우스 바로 옆에 있는 미루나무는 높이가 25미터 쯤 된다.
돌축대 때문에 뿌리부분이 기형으로 꺽여 자랐는데 그 지름이 두 자가 넘는 거목이다.

바람이 강하게 불면 나무 전체가 기울면서 수 많은 잎들이 반짝이며 춤을 추는 모습이 멋들어진 풍경을 연출하지만 계속 커가는 중이라 언제고 쓰러질 것 같아 늘 불안하였다.
수 많은 잎이 반짝이며 율동하는 멋있는 모양을 즐기는 면이 있고, 산 아래 밭의 단조로운 풍경에 특이한 변화를 주는 역할을 하지만 그 높이와 크기가 커질수록 15미터 거리 안에 있는 비닐하우스와 농막에 위협이 그 만큼 더 커진 것이다.
얼마 전 송학면에서 장마철과 연계하여 주민피해예상대상물을 미리 정비한다기에 위험수목제거신청을 하였었다.


열흘만에 텃밭에 와보니 비닐하우스 뒷쪽이 휑하다.
귀가 전에 현장조사시에는 입회하고 설명을 한 바 있으나, 제거작업자가 내게 미리 알리지도 않고 미루나무를 잘라낸 것이다.
크기가 워낙 크고 사다리차등 장비가 근접을 못하는 위치라 사람이 나무에 올라 여러 군데의 곁가지를 치고 비닐하우스 반대 쪽으로 쓰러뜨렸다.
그 과정에서 미루나무 옆에 있던 호두나무, 사과나무, 앵두가 밑둥까지 완전히 박살이 났다.
내가 미리 작업일자를 알았으면 쓰러뜨리는 방향을 조금 옆으로 조정하였을 텐데!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내돈 안들이고 행정지원을 받아 위험목제거를 한거라 항의하기는 뭣하지만 좀 언짢은 마음이다.

마을의 볼꺼리였던 미루나무 두 그루가 한 그루로 바뀌니 내 텃밭의 모양과 균형이 뭔가 틀어진 듯한 것처럼 보인다.
남아있는 한 그루는 멀리 떨어져 있어 30미터 쯤 더 크게 자라도 위협이 되지 않으니 별다른 조치를 취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잘라낸 미루나무보다 두 해 늦게 자라난 나무라 그 크기도 작아 동생 미루나무라 불렀는데 앞으로는 그냥 미루나무라 불러야겠다.
텃밭의 구성물로서 명물에 속하던 녀석들 중 한 녀석이 없어졌으니 남은 한 녀석을 잘 지켜야겠다.
별나게 보살피는 일은 없는 것이니 크게 자란 미루나무가 바람따라 반짝이며 춤추는 광경을 즐기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