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5. 1. 20:11ㆍ밭 만들기
이천 평이 넘는 텃밭을 가지고 친구와 함께 삼년을 씨름하고 있는 중이다.
첫해는 팔백여 평을 매입하여 되는대로 이것저것 심어보았고, 다음 해에는 천이백여 평을 추가로 매입하여 엄청나게 널려있는 큰 돌로 밭 경계 돌쌓기를 하고 이곳저곳에 큰 돌맹이 피해가며 생각나는 대로 고추, 고구마, 각종 콩, 호박, 각종 채소류를 심었으나 쌩 고생만 하고 재미를 통 보지 못하였다.
작년 초겨울과 올봄에는 밭 전체의 모양과 텃밭 뒷산으로부터의 물 흐름을 파악한지라 텃밭에 배수로를 이미터 내외의 깊이로 파내고 그 속에 플렉시블유공관과 잡석을 묻어 텃밭 속을 다듬어놨다. 총 연장 길이가 사백여 미터로 부수적으로(아니, 사실은 주목적이다) 얻은 것이 확실한 집터 두 곳이다.
그리고 샘물을 두 군데 찾아 농사용 우물을 확보하였고, 아담한 내 연못(친구 연못도 따로 있음)으로 파이프를 연결하여 사시사철 물이 넘쳐흐르게 만들었다. 친구의 연못으로 인입되는 샘물의 수량이 적어 좀 미안한 생각이 들어 나중에 산골짝 위의 취수통에서 끌어온 파이프라인을 연결하여 물을 끌어다 줄 예정이다.
지하배수로 작업과 동시에 굴삭기 돌망태로 석발작업을 한 관계로 올봄부터는 콧노래를 부르며 선호미자루를 가볍게 쥐고 텃밭을 일구겠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웬 말!
온통 텃밭에 깔린 것이 애기머리만한 놈부터 주먹만한 돌멩이들이다.
쇠스랑과 쇠갈퀴를 동원해 걷어내 보지만 삽 끝에도 걸리는 놈들 또한 부지기수다. 하루 종일 허리 비틀어지게 작업해보았자 삼십여 평! 이런 걸 왜하냐? 투자비용과 생산량을 아무리 너그럽게 계산해 보아도 미련한 짓임에 틀림이 없으니 나는 분명 바보이다! 돌 머리다! 온갖 넋두리를 해가면서도 아침에 눈 뜨자마자 발길이 닿는 곳은 돌밭이다(그래서 영클이란 닉을 석전<돌밭>으로 바꾸었다). 손바닥에 물집과 굳은살이 잡히고 손끝의 살갗이 터지고 갈라져도 좋은 걸 어떡해? 나 좋아서 하는 일 남 보라 하는 일이 아니니 내 멋대로 살자.
고생하는 김에 텃밭을 당초에 마음먹은 대로 디자인하기로 하였다.
농로를 텃밭의 모양을 고려하여 시원하게 만들고, 주요한 네모 번듯한 큰 밭과 부정형의 자투리 밭으로 나누어 보기 좋고 멋지고 운치 있는 텃밭으로 말이다.
농사를 전문적으로 하는 이나 대부분의 촌사람이 볼 때에는 내가 하는 짓거리가 쓸데없는 짓거리에 불과하지만 나에게는 낭만과 운치와 농촌생활에서의 보람이 샘솟는 쓸데있는 짓거리이다.
큰 밭에는 고구마, 감자, 고추, 배추, 무, 토마토 등을 심고, 못생긴 작은 밭에는 옥수수, 대파, 쪽파, 부추, 시금치, 상추, 쑥갓, 딸기, 산딸기, 수박, 호박 등을 심을 것이다.
그리고 올해에 손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곳은 뒤늦게 쥐눈이콩을 심어 가며 밭의 모양을 갖추어 가려고 한다.
나중에 텃밭에 작은 귀틀집을 지은 다음엔 작고 못생긴 밭들은 도라지, 더덕, 씀바귀, 등의 식용 야생초등과 인근에 서식하는 각종 야생화들이 도란도란 살아가는 예쁜 밭으로 가꿀 예정이다.
작지만 나에겐 큰 텃밭이 내 생각대로 멋지게 바뀌어 가는 걸 생각하면 하루가 온통 즐겁다.
이루어지길 기도한다.
시작을 했으니 이미 반 이상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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