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7. 21. 18:23ㆍ삶의 잡동사니
서투른 목수 연장만 많다고 하는데, 18년 전 텃밭을 시작할 때부터 농사용 소기구들을 꽤나 사서 모았다.
진짜 프로들은 호미 같은 작은 연장들을 만질 필요조차 없고 눈길을 줄 일도 없지만 어쭙잖은 텃밭농사를 하는 이들은 농기구 파는 가게나 대장간을 지날 때가 있으면 영락없이 들어가서 이것저것 만지작거리게 된다.
텃밭에 경운기가 아예 출입조차 못하게 만들어 놓고 농약, 화학비료, 비닐멀칭, 제초제를 쓰지않고 웃기는 원시자연농법수준으로 농사를 즐기는 돌밭주인은 농사용소기구가 꽤나 많다.
그러나 농사용 동력기계는 예초기가 있을 뿐이다.
삽, 곡괭이, 괭이, 쇠스랑 등으로 밭을 만들고, 호미와 낫 등으로 작물들을 돌보는 과정에서 제일 많이 신경을 쓰는 일이 잡초들을 제어하는 일이다.
그러니 잡초용 농기구가 많을 수밖에 없다.
잡초들을 뽑아내든 베어내든 호미 한 가지로 할 수도 있겠지만, 시중에서 판매되는 호미들의 종류가 용도별로 꽤나 많아 텃밭생활 3년 이상 쯤 되는 이들은 아마도 호미종류 서너 개는 가지고 있을 것이다.
새벽에 나가서 땅콩밭 풀매기하고 당근파종 조금하고 나니 빗방울이 떨어진다.
비 내리는 밭에서 딱히 해야 할 일이 없으니 비닐하우스에서 호미들 집합시켜 놓고 점검을 했다.
그냥 호미는 손볼 일이 없지만 긁고 파내는 일에 더하여 풀을 베어내는 기능을 겸한 호미들은 칼날부분을 때맞추어 손봐야한다.
칼날부분을 예리하게 만들기 위하여 호미를 작업대 위 소형 바이스에 고정시키고 줄칼과 숫돌로 연마를 한다.
칼날을 가지고 있는 호미들과 작은 낫들을 나열시켜놓고 보니 종류도 가지가지이다.
여러 가지 호미들을 보니 분명 서투른 농사꾼이 틀림없다!
비 좀 내린 후 밭 흙이 보슬보슬 할 때에 게으름 피지 말고 잡초 살살 잡아당겨 뽑고, 그래도 안 뽑히고 버티면 작은 갈고리 낫으로 잡초뿌리 살짝 찍어 당기면 아무리 크고 억센 바랭이도 풋풋한 흙냄새 풍기며 통째로 뽑혀 나올 덴데 말이다.
제일 좋은 호미는 내 손가락인 걸 아직도 모르는 한심한 농사꾼이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