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뚝딱

2022. 8. 8. 10:03삶의 잡동사니

 오늘 새벽부터 온종일 줄기차게 비가 오락가락하면서 내렸다 그쳤다 반복한다.

어제 들깨밭 예초작업을 급히 하면서 열댓 개의 들깨들을 동강내어 들깨모종 보식 좀 하려다 그만두었다.

요새 일기예보는 잘 맞기도 하고 안 맞기도 하는데, 곳에 따라 소나기가 내린다는 예보는 요즈음 날씨엔 딱 맞는 기막힌 예보라 하겠다.

장마예보를 하지 않는다 해 놓고는 장마가 끝났다는 건 뭐냐?

이번 주에 계속 비 예보니 이게 장마 아닌가?

태풍영향이니 장마는 아니라고?

날씨변덕이 하도 심하여 비도 이상스레 내리니 장마도 좋고 아니라도 좋다.

변덕스레 내리는 비 내림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는 요상한 운치도 좋지만 후덥지근한 밖에서 계속 있는 것은 재미없다.

 오래 전에 사놓은 각목을 농막 안으로 들여다 놓고 슥삭슥삭 톱질을 해댄다.

좁은 농막 안에서 하는 톱질이라 힘이 더 든다.

땀이 덜 나도록 모처럼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고는 드르륵드르륵 드릴을 돌려대며 나사못을 박아댄다.

그리고는 화장실 안 구석 좁은 공간을 세로 선반으로 채운다.

뚝딱거리는 데 필요한 전동공구류가 여기저기 흩어져있었는데 선반에 가지런하게 정리하니 보기도 좋고 찾아 쓰기도 편하다.

좁은 농막을 넓게 쓰려면 공간배치에 따른 궁리도 많이 해야 한다.

 비 내려도 좋고, 맑아도 좋다.

머리나 눈이나 손이 할 일이 있고 땀내고 바쁘면 어쨌든 좋은 일이다.

심신이 살아 움직이며 깨어있을 때에 삶이 이어지는 것일 게다.

무료한 시간은 삶의 맛을 날려버릴 것이다.

정지한 시간은 노인의 기운도 빠르게 뺏어갈 것이다.

(`22.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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