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 지나니

2022. 8. 27. 17:35삶의 잡동사니

 처서 지나 바로 여름바람이 갈바람으로 바뀌었다.

며칠 전까지도 장마철 같은 요란스런 비가 내렸지만 오늘은 하늘도 가을하늘 티가 나고 바람은 습기가 사라지고 살갗을 스치며 지나가는 감촉이 신선하니 상쾌한 기분을 준다.

예전에는 빨갛게 익은 고추를 지금쯤부터 말린 것으로 기억된다.

지금이야 고추밭에 거름 넣고 멀칭을 하면서 재배하기에 익은 고추를 빨리 거두고, 비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농사용건조기를 가동시키면서 고추를 말린다.

어찌 보면 계절을 거스른 농사를 하면서도 수확하고 가공하며 저장함에 별 불편함이 없는 세상이다.

 지금부터 추석 즈음까지는 예전부터 고추말리기에 적기로 삼아왔기에 예전에는 시골할머니들의 손길이 한창 바쁠 때다.

비도 자주 내리지 않고, 습기가 멀리 떠나고, 내려쬐는 강한 햇볕도 고추를 때깔 좋고 맛있게 만든다.

옛날 시골할머니들의 손길을 받아 예쁘게 마른 고추는 색, , 향이 기막히다.

대량으로 생산해내는 요즘의 고추가 아무리 잘 만들어진다 해도 수시로 시골할머니들의 손길을 받으며 만들어진 진짜태양초에 미칠 수는 없다.

김치를 담근 후에 판별되는 맛, , 향도 화건고추와는 사뭇 다르다.

시골할머니가 아니어도 진짜태양초를 만들 수는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 요구되는 노력, 시간, 정성이 크기에 아주 어려운 일이다.

집에서 먹을 소량을 만들기에도 힘든 일이니, 남 주거나 판매를 목적으로 만든다는 건 더욱 어려운 일이기에 요즘은 진짜태양초를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진짜태양초를 만들었다하여도 소비자들에게 제값을 받고 팔기도 어렵다.

수작업으로 만든 질 좋은 진짜태양초를 건조기를 이용하여 만든 건고추보다 서너 배의 값을 받을 수나 있을까?

소비자가 좋은 걸 알고 사고 싶어도 사지 못하는 가격이 될 수밖에 없어 만들어도 제대로 팔릴 수가 없는 것이다.

 처서 전에 텃밭에서 따온 한 소쿠리의 홍고추를 집에서 말려보았다.

아파트 베란다에 널어놓은 것이 습한 날씨로 쉽게 마르지 않으니 상하기도 하여 부득이 실로 꿰어 창밖에 걸었다.

일부는 가정용소형건조기의 신세를 지며 말리는 중이다.

진짜태양초를 만들기 참 어렵다.

지금쯤부터 텃밭에서 익은 고추를 제때에 따서 햇볕 아래서 정성껏 말리면 진짜태양초를 만들 수 있겠지만, 시간과 노력과 정성을 보태기가 쉽지 않다.

내 가족이 먹을 진짜태양초고춧가루를 얻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기에 텃밭에서도 건조기를 이용할 수밖에 없지만, 가능하면 좋은 날씨엔 햇볕을 쬐이게 할 생각이다.

 오늘 아침공기는 꼭 가을날 맑은 공기이다.

2주 전쯤 텃밭에선 새벽에 걷어찼던 이불을 덮게 만들었지만, 집에서는 올 여름 지나면서 처음 느끼는 선선함이다.

맑은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모양 또한 가을이 왔음을 나타내준다.

집에서의 일정 이후에의 텃밭에서의 할 일이 계절의 변화에 따라 더 많아질 것 같다.

앞으로는 잡초들의 성장이 그치기에 예초기를 가동하여 풀 깎는 일은 두어 차례 더 하면 될 것이지만 기초공사를 끝낸 건조장에 마루를 깔고 벽체와 천장을 만들 일이 제일 큰일이다.

그리고 헛간을 손보고, 농막과 데크에 페인팅작업을 해야 한다.

작고 볼품없는 농막이라 방치하면 사람 사는 꼴이 불편하고 한심해지니 보수유지는 게으름이 없어야 한다.

산자락 작은 농막에서나마 사는 모양이 깔끔해야 남 보기에도 허접하지 않을 것이다.

더위가 물러가면서 일도 적당히 많아지고 즐기는 것들 또한 많아져야하는 계절이 다가온다.

오늘은 가을 옷을 챙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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