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7. 10. 18:23ㆍ삶의 잡동사니
1. 이틀 전에 흠뻑 내린 비에 들깨 심을 밭이 축축하니 예초기로 잡초를 정리하였다.
그리고는 예초기 날을 바꿔(잡초들 뿌리를 걷어낸다는 날로 판매하는 것이지만 선전만큼 훌륭하지는 못하나 그래도 돌밭에서도 나름 쓸 만함) 흙을 덮고 있는 검불과 잡초뿌리를 박살내며 걷어낸다.
그런 방법으로 들깨정식을 할 곳을 150여 군데를 만들었다.
밭에 돌이 많아 예초기 가동이 편하지 않고, 여의치 못한 경우엔 일정한 간격을 맞추지 않고 들깨모종 심을 데를 정리한 것이다.
다음날 새벽 두 시간여를 삼발괭이와 작은 호미를 동원하여 들깨를 정식했다.
들깨모종을 눕혀 좀 깊게 심고는 흙 위에 주변의 검불을 덮고 나서 꾹꾹 밟아주었다.
잡초의 덤불과 뿌리와 돌이 많은 들깨 밭에서 모종이 말라죽지 않도록 머리 굴려 생각해낸 들깨모종 심는 방법이다.
2. 마을이장과 아래 쪽 프로가 놀러왔다.
점심 먹고 더운데 후덕지근하고 더운 바람에 꼼짝 안하고 시원한 데에서 지내기만하면 더 맥 빠지는 것이니 일하기 힘들고 짜증날 때에는 맘에 맞은 이들과 한담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칠십대인 텃밭주인이 육십대인 두 사람이 농막을 찾아와 주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고마운 일이다.
한 시간 내외의 한담에 내가 내린 드립커피가 빠질 리 없다.
아마도 두 사람이 내 농막을 즐겨 찾는 것은 내가 로스팅하고 바로 갈아서 내린 커피의 맛이 마음에 들어서 일 것이다.
부담 없이 편한 이야기와 동네의 관심사를 사심 없이 나누는 경우이면서 시간낭비가 아닌 즐거운 담소를 나는다는 것은 언제나 환영하고 참여하여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들을 환영한다.
3. 땅콩이 벌써 꽃을 달기 시작한다.
꽃이 필 무렵에 김매주지 않으면 잽싸게 흙 속을 파고드는 자방병이 밀집된 풀 속에서 갈 곳을 잃고 방황하니 제때에 김매기하면서 북을 푸짐하게 주어야한다.
2주 전에 김을 매주고 간 부분은 손쉽게 돌보았으나, 괜찮겠지 뭐 하고 내깔겨 둔 부분은 땅콩 잎이 바랭이 풀에 덮여 아예 보이질 않는다.
땅콩이 자라기 전에 질식사를 할 정도이다.
하도 빽빽하게 덮여 잘못하면 땅콩까지 베거나 파내기 쉬워 낫이나 큰 호미를 쓰지 못하고 날카로운 작은 호미로 바랭이뿌리 아래로 호미질을 해가며 뿌리까지 싹 걷어내면서 토벌해야한다.
오늘 점심 후 세 시간 넘게 휴식을 취하다가 햇빛이 구름에 가리기에 제대로 마치지 못한 이십여 땅콩을 땀을 물 흐르듯이 흘리며 김을 매고 북을 주었다.
풀 감옥에서 해방된 땅콩이 장마와 더불어 무럭무럭 자라며 땅콩알을 만들 것이다.
4. 땅콩 김매기를 끝내니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진다.
일기예보는 4시경에 요란한 소나기가 내린다했는데, 요 정도는 땀에 젖나 비에 젖나 매일반이라 감자를 캤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알이 커 봤자 큰 달걀 크기이고 더 커야 손자녀석 주먹크기다.
바가지도 채우지 못하게 캐는데 갑자기 요란스레 비가 쏟아진다.
오 분도 안 되어 비가 그쳤지만 밭에 다시 나가면 또 비 쏟아질 것 같기에 오늘은 작업끝을 선언하고 일찌감치 몸 편하게 지내기로 하였다.
텃밭의 풀들은 대강 잡혔기에 들깨모종 더 심는 것 말고는 서두를 일도 없을 것이니 말이다.
캔 감자 몇 알 삶아보았다.
맛이 기막힌 맛이다!
누구나 자기 텃밭에서 거둔 작물들의 맛이 그러하듯이 말이다.
(`22.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