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4. 18. 11:38ㆍ밭 만들기
여섯 해를 주인 없이 텃밭은 세월을 흘려보냈다.
텃밭이 묵밭이 되어 온통 잡풀과 이름 모를 나무들로 뒤덮여있어 보이는 모양이 한숨을 쉬게 하고 있다.
매실, 자두, 등 유실수들은 두길 세길 제멋대로 자라 어떤 녀석은 멋들어지게 자란 것도 있지만, 어떤 녀석들은 비실거리며 지내다 심은 지 십 년이 넘었는데도 한 길 겨우 넘는 것도 많다.
텃밭에 심은 과일나무에 열매가 많이 달려보았자 높은 데에 달려있는 것들을 따기도 힘들거니와 벌레먹은 놈들을 많이 따보았자 별 소용도 없는 지라 이십 여 그루를 골라 잘 익은 놈 따내기 쉽게 가지치기를 무지막지하게 해 주었다.
버들나무나 이름 모르는 큰 나무들이 두 손으로 감쌀 정도로 굵게 자란 놈들 열 그루 넘는지라 뿌리 바로 위를 톱으로 잘라내느라 진땀을 빼고 손과 다리가 가시에 긁히는 고생을 하고나니 온몸이 뻐근하다.
농막을 내 전용구역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느라 여섯 군데에 큰 돌로 기초를 다지면서 수평을 대강 잡는 것만 해도 하루를 잡아먹었으니 고추, 고구마, 땅콩을 심을 밭을 만들 겨를이 없다.
화학비료와 농약을 치지 않는 조건으로 아래에 사는 이에게 밭을 빌려주었었는데 밭을 한꺼번에 경운기로 편편하게 갈아놔 내 스타일의 텃밭을 다시 만드는 데에도 올 한해를 삽질하느라 또 고생하게 생겼다.
* 친구와의 공동소유구역에서 자리잡은 농막. 친구가 농막을 새로 만들고, 내 농막은 낡아 볼품이 없다. 어차피 내 구역으로 옮겨야하는 것이니 올해 새로 손봐야 한다.
비닐하우스에 비닐 씌우기, 연못 다듬기, 컨테이너농막 손보기, 텃밭거름을 위한 뒷간과 거름발효통 만들기, 샘물을 이용하는 농사용 자동펌프 설치, 상수도연결 작업과 개수대 만들기, 목욕실 만들기, 공구보관용 창고 만들기 등등 다시 할 일들이 엄청 많다.
모두가 혼자 하여야하는 일들이니 올 텃밭농사는 풋고추나 고구마를 좀 얻을 수 있을지나 모르겠다.
하긴 일의 우선순위나 즐기는 일의 선후에 따라 순서가 뒤범벅이 될 수도 있고, 텃밭에서의 생활이 순조롭고 지내는 날이 많으면 빨리 될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쉬운 일이 아니다.
*멋있던 연못이 볼품없는 늪으로 변하고 주위에 산딸기덩굴 투성이다. 새로 옮길 농막 터 뒷편의 돌무더기와 샘터에서 뽑아쓰는 양수기 함도 새로 다듬어야 하고 ...
예전에 텃밭을 처음 시작했을 때와 달라진 것들이 무척이나 많다.
우선 나이가 처음 텃밭을 시작했을 때보다 열두 살이 더 먹어 체력이 달리는 걸 어쩔 수 없고 , 허리디스크 수술 후에 노동을 즐기기가 좀 어렵고, 텃밭에 돈 쓰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에 예전처럼 맘 편하게 텃밭을 낭만적으로 즐기기가 쉽지 않아질 것이다.
칠십 다 되어가는 나이에 내가 뒹굴 텃밭이 있다는 것만 해도 행복한 일일진대 뭐가 그리 부족한 게 많냐고 하겠지만, 텃밭이 놀이터인데 놀이터가 편하지 않으면 좋은 놀이터가 아니니 기본적으로 좋은 놀이터를 만들려면 어느 정도는 돈, 땀, 정성을 들여 놀이터를 가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해도 많은 시간을 텃밭에서 보내지 못하니 텃밭농사는 일단 뒷전이고 텃밭모양 가꾸기만 조금씩 해야 될 것 같다.
그래도 틈틈이 푸성귀를 얻도록 짬은 좀 내볼 생각이다.
*친구의 농막과 텃밭은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내 농막에 비하면 부티가 넘친다(에어컨,목욕실,세탁기,TV,주방,지붕씌운 대청마루,골프연습장,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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