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의 김장배추

2019. 11. 9. 17:53마음, 그리고 생각

 올해엔 텃밭에 김장으로 쓸 배추를 직파하였었다.

발아 후 성장초기에는 비실거리는 듯 했지만 잎의 크기가 손바닥크기로 성자된 후에는 제법 튼실한 모양이 우리 집 김장을 하고도 남을 정도로 보였지만 속이 들기 전부터 벌레들의 침입에 망사배추로 변해갔었다.

우매한 텃밭주인의 긴급처방으로 우유, 막걸리, 식초, 목초액등이 살포되면서 기운을 차리나 했지만 텃밭을 장기간 비우는 사이에 배추밭은 다시금 벌레들의 천국이 되었으며 싱싱하던 푸른 잎들의 망사구멍은 그 크기를 더해갔다.

종반에 이르러 바빠진 텃밭주인의 부지런한 노력으로 모양을 갖춘 배추들이 그 성장세를 왕창 늘리나 했더니 텃밭에 무서리가 내리면서 몸집을 부풀리지를 못하였고 영하의 날씨에 바람맞을 운명에 처한 작은 무들이 텃밭에서 뽑힐 때에 배추의 운명도 그에 따르고 말았다.

 

텃밭이 있는 송학산 아랫마을에서는 예전부터 얼음이 얼어 속에 바람이 들기 전에 김장을 하였다.

그러한 산골의 이른 추위를 아는 텃밭주인은 배추와 무를 일찍 거두기 위해 일찍 씨앗을 심고 가꾸었다.

그러나 일찍 심으면 벌레들이 더 극성을 부리고, 벌레들을 좀 피하기 위해 늦게 심으면 추위가 일찍 와서 속이 차지 못한 배추와 무를 뽑아내는 바람에 모양이 그럴듯한 김장거리를 집에 제대로 가져다준 적이 없었다.

올해는 겨울추위가 작년보다 거의 2주정도 돌밭에 늦게 오는 이상현상으로 남 보기에는 한심하지만 내보기엔 조금이나마 만족스런 김장거리를 거두었다.

파종 전에 거름 듬뿍 넣고 밭갈이하고, 초도 성장기에 복합비료 조금씩만이라도 배추와 무 옆에 놔주기만 해도 왕창 큰 배추와 무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살충제 몇 번 뿌리면 깨끗하고 큰 배추와 무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돌밭주인은 고집스런 날라리농법으로 돌밭의 배추와 무들을 고생시킨 끝에 벌레 먹은 작은 몸집들을 거두면서 희희낙락한다.

 

보잘것없는 김장거리를 거두는 아내는 벌레 먹은 배춧잎을 따내면서 이걸 농사라고 원! !”이라고 연신 한심하다고 혀를 차지만 다시금 따냈던 배춧잎을 다시 다듬어서 모아놓는다.

좀 괜찮은 건 겉절이김치용으로, 그 보다 못한 것들은 우거지용으로 알뜰하게 챙기는 걸 보며 돌밭주인은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허허! 내 엉터리 자연농법의 위력이 마누라를 꼼짝 못하게 만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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