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5. 14. 01:38ㆍ돌밭의 뜰
텃밭에 외등이 있다.
그 외등은 돌을 쌓아 만든 외등이다.
외등을 만든 돌은 텃밭에서 나온 것들이다.
텃밭이 돌밭이라 텃밭을 사고 난 뒤 무지 많이 돌을 골라냈다.
골라낸 돌을 쌓아놓고 무엇에 쓸까를 생각하다가 탑을 쌓아 외등을 만든 것이다.
사진으로 보면 돌탑외등이 꽤나 크게 보인다.
실제 높이는 2 미터가 좀 넘는 높이에 불과하다.
산골마을 산 아래 텃밭과 농막 주변을 비추는 외등을 크고 높게 만들 이유도 없으니 적당한 크기로 만든 것이다.
돌탑외등을 만들어 놓고 무엇으로 치장할까를 고민하다가 뒷산에 자라는 담쟁이덩굴로 치장하기로 하였다.
돌탑외등 아래 심은 담쟁이덩굴의 성장속도가 그리 크지 못해 심은 지 삼년이 지나고서야 돌탑외등을 모두 감쌀 정도가 되었다.
올 여름에는 담쟁이덩굴로 싸인 돌탑외등이 멋진 모습을 자랑하게 된다. 아니 이제는 담쟁이덩굴외등이 되는 것이다.
깊은 밤엔 이따금 별 일도 없는데 외등을 켠다.
누가 오지도 않을 것이고, 와 있는 이도 없는데 그저 켜놓고 싶을 때가 있다.
손님이 오지도 않을 텐데 집안청소 해놓는 마음과도 같은 것일까?
깊은 밤에 텃밭을 비추는 돌탑외등은 텃밭주인의 눈에는 하나의 작품이다.
동네 입구에서 바라보는 외등은 산 아래의 어둠을 달래주는 멋진 풍경을 만든다.
텃밭을 덮고 있는 어둠이 진하고, 깊은 산 쪽에서 나는 소쩍새의 울음이 파문을 일으키는 날엔 일부러 돌탑외등을 켜고 밖에 나가 피토하는 고요를 즐기기도 한다.
은은하게 텃밭을 감싸는 외등의 불빛은 텃밭주인의 고마운 반려자가 된지 오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