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0. 13. 14:35ㆍ삶의 잡동사니
텃밭에서 땅콩을 재배한지는 십 수 년이 지났다.
넓은 밭이 사질토이고 비가 많이 내려도 물 빠짐이 좋아 질퍽해지지 않는다.
땅콩을 심으면 잘 될 것 같아 땅콩을 좀 심어왔고, 그런대로 식구들이 심심풀이로 땅콩을 계속하여 먹을 만큼 얻어왔다.
심어온 땅콩은 여주를 지날 때에 피 땅콩 한 됫박을 사서 심은 것을 이어왔는데 그 종자는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올해는 땅콩수확을 두 차례에 걸쳐서 했다.
첫 번 수확은 땅콩 잎의 색이 많이 변한 후에 바로 하였고, 두 번째는 첫 수확보다 열흘쯤 후에 하였는데 땅콩을 아무래도 많이 도둑맞은 것 같다.
캐면서 살펴보니 땅콩뿌리 쪽에 굼벵이가 한두 마리씩 붙어있는 데, 고놈의 굼벵이의 토실토실한 모양이 꼭 맛난 땅콩 꽤나 훔쳐 먹은 굼벵이 모양이다.
작물수확시기를 제대로 맞추어야하는 것도 농사의 기본인데 텃밭주인의 게으름으로 많은 수의 땅콩을 버렸으니 못생긴 굼벵이타령을 한들 어쩌겠나!
많은 개수의 빈껍데기나 까맣게 부상당한 땅콩을 추려내니 수확량이 작년실적을 능가하질 못한다.
올해도 아들들에게는 역시 인색한 배급을 할 수 밖에 없다!
어느 프로가 판매하는 땅콩을 한 말 샀다.
품종이 신팔광이라 하여 검색해보니 병충해에 강하고, 수확량도 많은 품종이라 하여 10리터 한 말을 사서 먹기도 하고 종자로도 써 보려고 산 것이다.
프로의 땅콩과 내가 재배한 땅콩을 비교해보고 싶었다.
* 왼쪽이 신팔광, 오른쪽이 돌밭표
날 것을 먹어보고, 삶아서 먹어도 보았다.
날 땅콩은 프로의 땅콩이 비렸고, 아마의 땅콩은 날 것으로도 비린 맛이 거의 없이 좋다.
몇 알을 입에 넣고 씹어 먹어보니 프로의 땅콩은 목 걸림이 많이 느껴지고, 아마의 땅콩은 부드럽다.
익힌 땅콩의 맛도 아마의 땅콩이 더 좋다.
땅콩의 성분, 약효(?) 등은 농민신문 등의 자료에 의하면 프로의 땅콩이 다른 종자들 보다 월등하다.
땅콩의 크기는 프로의 것이 아마의 것 보다 좀 크다.
땅콩의 수확량비교는 할 수가 없다( 시비, 토질, 병충해 등 고려할 사항이 많다).
땅콩꼬투리를 비교해보고, 꼬투리를 까보고, 날 것으로 먹어보고, 익힌 것으로 먹어보고 해도 신팔광이 더 좋은지를 모르겠다.
남이 만든 것과 내가 만든 것을 비교할 때에 아누래도 내 것에 더 애착이 가니 남의 것에 점수를 후히 주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국 텃밭에서 오랫동안 적응해오며 살아온 돌밭표 땅콩이 더 우수하게만 느껴진다.
그렇지만 새로 육성된 신팔광 땅콩의 장점을 차버릴 수는 없기에 내년에는 땅콩 밭을 두 군데에 만들려고 한다.
신팔광도 돌밭에서 여러 해를 지내면 주인의 입맛에 맞도록 변화될 것이다.
나중에는 신팔광 땅콩종자 한 가지로 땅콩 밭이 고정되어 좀 더 많은 수확이 가능하게 될 것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우도에 갔을 때에 우도땅콩 맛을 보고는 기가 막힌 맛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그 우도 땅콩을 딴 고장에서 기르면 그 맛이 나오질 않는다고 한다.
당연한 이야기이다.
농작물의 종자는 어디에서나 동일하게 특성을 유지하지 못한다.
재배환경은 재배되는 지역만이 아니고 토질, 거름, 재배기술 등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니 작물의 종자가 동일하다고하여 누구나 같은 수확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누가 약효가 좋은 꺼먼 땅콩, 붉은 땅콩이라고 하면서 내게 먹어보라고 두어 줌 주기에 먹어 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먹어보니 내 입맛에는 별로였다.
굳이 별스런 땅콩을 먹을 일이 없어서인지 재배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텃밭수준의 농사를 하면서 주관적 관점에서 맛을 느끼며 작물재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농사방법의 선택, 종자선택 등은 특히 주관적인 선호에 따라야 더 즐거운 농사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게을렀던 탓에 호박고구마 모종을 못 구하여 요즘 한창 잘 팔리는 꿀고구마 모종을 심었었다.
작년에 비하여 많은 수확을 하였으나, 꿀고구마 맛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우리 집 입맛에는 맞지 않는다.
호박고구마 모종이 돌밭의 특별한 토질에서 제대로 살아 붉은색이 도는 짙은 노란색의 고구마를 얻었을 때의 맛이 그립다.
내년에는 필히 호박고구마를 심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