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새벽일

2024. 8. 3. 10:52마음, 그리고 생각

어제 땀 좀 흘려서 피곤한 김에 평소보다 일찍  열 시에 자서  새벽 5시에 일어났다.
아침을 수프와 우유 한 잔으로 간단히 하고 밖을내다보니 그닥 덥지 않은 듯 했다.

농막옆 붉은병꽃이 2차 개화중이다

올해는 백태 심는 시기를 또 놓쳐 서운한 감이 있었는데, 늦었지만 그래도 다른 콩이라도 조금 심을까하는 생각이 나서  종자바구니를 뒤져보니 얼룩이강낭꽁이 눈에 들어왔다.
칠월 하순이 파종적기이니 오늘 심어도 좋겠다 싶어 호미를 꺼내들고 텃밭으로 나갔다.

소나무 아래 자리잡은 맥문동

구름이 잔뜩 끼고 바람이 약간 있는 날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빈 자투리 밭에  콩 심을 만한 작은 면적을 만들어가며 잡풀을 뽑아냈다.
그런데 조그만 풀모기들이 연거퍼 몸에 들러붙는다!
일단 후퇴하고 농막에서 모기기피제를 빈틈없이 뿌린 다음 얼룩이강낭콩을 심었다.
작은 밭에 기껏해야 강낭콩15 포기를 심는 것인데도 잡초토벌하고 씨앗 묻고  잡풀 뜯어 덮어주는 일은 짧은 시간이라도 쉽지는 않았다.
새벽공기가 덥지 않다고 했지만 삼십여  분 파종 일에 온몸이 땀에 젖었다.
그러나 얼룩이강낭콩 몇 개 심은  일 마치고 바로 옷 벗고 씻기가 뭣하다.
엊그제 들깨구덩이 파놓고 옮겨 심지 않은 게 20여 개 남아 있기에 한 자반 이상 크게 자란 들깨모종을 캐내어 정식을 하고 새벽일을 끝냈다.

경운된 밭이 아니라 들깨모종을 깊게 심는다


한 시간여의 새벽일에 흠뻑 젖은 옷을 벗고 상쾌함을  즐기려는 기분은 잠깐이었다.
허벅지, 무릎, 어깨, 팔뚝에 모기에 물린 자국이 여섯 군데나 되며 따끔거린다.
서둘러 따듯한 물로 물린 부분을 찜질하고 약을 바르고는 선풍기바람 쐬이며 휴식을 취했다.


텃밭의 작은 풀모기는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아주 작다.
그러나 뒷산쪽의 산모기와 달리 독하진 않아도 옷을 쉽게 뚫고 순식간에 침을 놓는데는 선수다.
모기기피제를 옷에 뿌리고 살갗에 뿌려도 땀에 젖어 흘러내리면 바로 들러붙어 침놓을 곳을 찾는다.
옷을 입었으니 침에 찔리고 나서야 감각을 느낀다.
모기를 쫒아내는 전파발생기를 목에 걸어도 별무효과다.
밭의 작은 풀모기 이외에 따꼼하는 순간 쏘고 달아나는 아주 작은 벌 같은 놈들도 있다.
그놈들은 쏜 자국을 남기며 통증이 오래간다.
오늘은 겨드랑이 윗쪽 팔을 쏘였는데 발깋게 부어오르고 쏘인 자국이 세 개나 남아있다.
며칠동안 약을 잘 바르고 긁지를 말아야한다.

죽다살다하는 감나무 오른쪽에 무,배추 파종을 하다

텃밭에서 놀다보면 모든 걸 안전하고 편하게 재미있게만 할 수는 없다.
때로는 힘들때도 있고, 작은 괴로움도 있고, 짜증 날 때도 있다.
텃밭놀이도 인생놀이의 축소판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땀 흘리는  일이 힘들 수도 있고 즐거울 수도 있다.
희로애락의 인생길과 마찬가지로 텃밭생활 펼쳐지는것이  이상한 게 아니니 사람사는 게 다 그려러니 히며 텃밭에서의 다양한 나날을 보내는 것이다.
텃밭,텃밭정원 그 자체가 행복의 길은 아니다.
텃밭과 정원을 가꾸며 지내는 것은 땀 흘리며 상쾌함도 느끼며, 고생하며 보람도 얻으면서, 노년의 무력함에 빠지지 않고 정신과 육체적인 활동을 하면서 수양도 하며, 살아가는 날을 나름대로즐기며 사는 방법일 수도 있다.
작은 일에서도 생동하는 맛을 보며, 몸 움직여 가며 땀 흫리면서 영육의 오염을 털어내며 마음을정히 가다듬으며 지내도록 노력하는 데서 텃밭생활의 의미를 찾아보기도  하는 것이다.
(202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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