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밭에 들깨정식

2022. 7. 21. 19:03농사

 들깨는 아주 센 작물이다.

웬만한 가뭄도 잘 이겨내고 거름이 적은 밭에서도 들깨알을 많이 달아 게으른 텃밭주인을 기쁘게 한다.

들깨 알이 형편없이 작아도 텃밭주인은 고맙게 여기고, 한편으로는 정성껏 돌보지 않음에 미안해한다.

아무리 센 들깨라도 마른 땅에서나 풀 속에서 잘 자랄 수는 없다.

그래서 정식을 할 때에는 다른 작물들 모종처럼 적기에 정성을 다하여 심어야 입 벌어지는 소출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작년에 땅콩을 심었던 밭이 지금은 잡초천국이다.

2주 전에 예초기로 토벌을 일차 했는데도 풀들이 신나게 자라고 있으니 그 상태로 들깨모종을 쉽게 심을 수가 없다.

농사용 엉덩이방석에 앉아서 들깨모종이 들어갈 공간을 확보해주는 작업을 한다.

이럴 때에는 칼날이 붙어있는 작은 호미가 위력을 발휘한다.

칼날이 약간 둥글게 휘어있는 데다가 적당히 구덩이도 파내고, 모종심고 파낸 흙을 긁어모으며 덮기도 좋으니 제격인 것이다.

작은 호미가 몇 자루 있는 데, 칼날을 갈아놓고 쓰는 호미는 한 자루이다.

뿌리가 왕창 큰 잡초들을 뽑아내니 통기성 좋은 고운 흙들이 잔뜩 붙어있다.

구덩이를 판 다음에 들깨모종을 넣고 파낸 흙을 덮어준다.

 

들깨의 크기는 두 뼘 이상으로 큰 모종이지만 눕혀 심기를 안 하고 똑바로 세워 심는다.

들깨모종을 정식할 때에 눕혀 심는 농부는 바로 세워 심는 농부보다 한 수 위라 했지만 그 건 때에 따라 다는 걸 모르는 이가 하는 이야기다.

세 치도 안 되는 모종을 눕혀 심기 곤란하거나 귀찮을 때가 있고, 두 뼘 넘는 모종을 바로 세워서 심어도 될 경우가 있는 것이다.

모종의 상태와 밭의 상태(포트모종이냐 밭흙모종이냐, 모종줄기의 굵기, 밭 흙의 물기, 비 내림 여부, 정식하는 때 등)에 따라 적절한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엊그제 비가 내려 밭 흙의 물기가 알맞았고, 아침 기온은 섭씨20도에 하늘도 흐렸다.

뒤늦은 요즘의 모종정식으로는 아주 좋은 때다.

들깨파종은 5월말에 포트가 아닌 밭에다 직파를 하였는데 , 들깨밭에 정식하고 난 뒤 남은 걸 어린잎들깨나물로 채취하고도 많이 남아 3백여 개는 되었다.

그 중에서 모양 좋고 굵직한 녀석들 3십여 개를 모종삽으로 들깨뿌리가 상처입지 않도록 밭 흙이 붙은 상태로 크게 떠내어 풀밭에 이사시켰다.

두 시간 후에 하늘이 맑아지니 정식시간을 아주 잘 맞추었고, 그래도 며칠 비가 내리지 않을 것에 대비하여 연못물을 흠뻑 공급하였다.

점심때 나가보니 허리 굽은 들깨는 하나도 없이 싱싱하게 서서있다.

농막 앞 문전옥답에 이사 시킨 들깨들은 늦었지만 풀밭주인이 크게 대접을 해 준 녀석들이다.

웃거름 후하게 더 특별대접을 하여 굵은 들깨 알을 얻어야겠다.

그리고 내년에 먹을 들깨가루로 써야겠다.

 

 

'농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려운 배추농사  (0) 2022.09.27
참외수확  (0) 2022.08.08
마늘수확  (0) 2022.06.20
날씨 넋두리  (0) 2022.06.03
텃밭의 가뭄  (0) 2022.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