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5. 6. 20:01ㆍ돌밭의 뜰
이젠 영하의 추위도 지나가고 중천에 해가 떠있을 때는 여름을 느끼는 정도다.
오월 초에 접어들고는 슬슬 텃밭주인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여러 가지 작물들의 씨앗을 뿌리기도 하고, 조금씩 그 크기를 크게 하는 마늘, 양파, 감자, 총각무, 대파, 쪽파 등을 보살펴 주기도 하며, 앞으로 모종을 심을 밭이랑을 만들기도 하는 등 밭에서 할 일들이 많아진다.
땅 위로 솟는 풀과 작물들이 텃밭을 싱그럽게 하지만 필요에 따른 잡초제어도 해야 하니 몸과 마음이 자주 바빠지는 것이다.
생동감 있는 텃밭은 농사와 휴식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지만 규모와 용도를 벗어난 부분이 많을수록 텃밭주인의 몸과 마음에 과부하를 주기도 하므로 언제나 일을 많이 만들지 않도록 조심을 하지만, 텃밭 여기저기를 둘러볼 때마다 일거리가 늘어나게 되니 텃밭은 그 주인의 게으름을 용납하지 않는 역할을 한다.
빈들거리며 놀면서 노년의 유유자적을 즐기겠다고 마음을 먹고 느리게 텃밭정원을 가꾸지만, 봄철 텃밭의 나른함을 맛본지 얼마 안 되어 느긋하게 쉴 틈 없는 움직임으로 겨우내 조금 두꺼워졌던 뱃살을 바로 빼내버리고 말았다.
* 집에서의 토종고추육모가 거의 실패수준이라 밭에서 모종키우기를 시도하였다. 밭의 잡초들을 괭이로 살짝 걷어내고 흙을 고른 후 토종고추씨앗 4가지 100여개를 파종하고는 풀을 베어 덮었다.
토종고추모종내기를 시도하는 김에 단호박, 상추, 고수, 토종오이 등 씨앗들도 같은 방법으로 파종하였다.
* 마늘 4접은 생각대로 자라고 있으나 양파는 반도 건지지를 못하였다. 그러나 작고 단단한 놈들을 얻겠다고 하는 재배방법은 제대로 통할 것 같다.
* 땅콩은 작년에 만든 이랑을 그대로 활용하였고, 잡풀을 조금 정리하고 씨앗을 심은 후 걷어낸 잡풀을 두둑에 살짝 덮어주었다.
* 토종대파는 크고 비대해졌고 꽃들을 달은 튼실한 놈들은 씨앗을 거두느라 뽑지를 않고 보존 중이다. 여기저기 널려있는 쪽파는 씨앗과 양념재료 모두 충분하게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니 아주 만족스럽다.
* 총각무 파종은 잘 되어 솎아주었다.
* 부추는 크지는 않으나 잎이 두툼하여 첫물로 한단 베어냈다. 집에서 부추전을 해먹을 수 있는 정도의 양이다.
* 감자도 싹이 텃다. 좋은 씨감자를 심었으니 소출도 좀 좋을 것으로 기대한다.
* 곰취가 봄볕을 받고 잘 자라 60여장을 거두었다. 향이 진하고 좀 억세서 아내는 안 먹으니 나 혼자 먹는다.
* 토종민들레가 보이는 대로 별도의 구역으로 이주시키는 중이라 내년에는 제법 큰 토종민들레꽃밭이 만들어질 것 같다.
* 토종대파 옆쪽에 광대나물과 냉이의 꽃이 많이 피어 야생화꽃밭이 만들어졌다. 이 정도의 야생화는 텃밭정원에 어울리는 규모가 아닐까한다.
* 텃밭입구 길바닥에도 민들레와 냉이가 널려있고 초록이 여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 연못가 백매가 활짝 피었다.
* 노랑어리연이 다시금 세력을 확장해가며 노랑꽃을 피울 준비가 한창이다.
* 밭 경계 쪽으로 심어놓은 벚나무는 이제야 꽃이 만발하였다.
* 조팝나무도 한창 하얀 꽃을 자랑하고 있다.
* 사과나무에 피기 시작한 꽃들. 그러나 큼직한 사과를 따먹은 적이 없다.
* 강전정을 두 해 연달아 하였지만 올해는 충분한 양으로 매실효소를 담글 수 있을 것 같다.
* 밭 경계 쪽으로 심은 3년 된 열두그루 아로니아에 꽃이 피었다.
* 개수대 뒤쪽 지붕아래 붙여놓은 새집에 딱새가 들어오나 했는데 참새가 들어 알을 낳았다. 참새라 쫓아내지는 못하겠고... 그 놈들이 딱새보다 경계가 더 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