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5. 17. 10:05ㆍ농사
지난 달 중순에 텃밭 아래쪽에 사는 이가 도라지씨앗을 두어 줌 주기에 산 쪽 끝 두둑에 심어 보았다.
어떻게 심어야 제대로 발아가 잘 되는지 모르고 씨앗을 받은 대로 심고 나서 보니 온통 풀 천지가 될 것 같다.
나라는 도라지는 안 나오고 무수히 생기는 건 이름모를 잡초들만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다.
잡초들은 아주 끈질겨서 사람들의 갖은 학대와 핍박 속에서도 논밭에서 번성한다.
온갖 제초제로 논밭을 뒤범벅을 하여도 해가 바뀌고 철이 되면 어김없이 자라난다.
게다가 매우 똑똑해서 작물을 닮은 놈들이 작물을 위장해서 밭을 점령하기 때문에 농군들을 괴롭히기 일쑤다.
나중에 알았는데, 도라지는 파종한 다음해에도 싹을 틔우기도 하며 도라지 모종을 얻으려면 자질구레한 잡풀을 일일이 뽑아내야하는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텃밭에서 제초제, 농약, 화학비료, 비닐멀칭을 아예 만지지 않고 유유자적하며 엉터리농사를 짓는 취미농군이 도라지 모종 얻는 것은 어려운 부분이다.
쭈그리고 앉아 작은 잡풀들을 뽑아내며 무릎이 아플 일을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여 쇠갈퀴로 두둑을 다시 평평하게 고르고 흑임자를 심었다.
작년에 시험재배하여 반 됫박을 얻었는데, 텃밭에서 재미 볼만한 작물이다.
잡초도 두어 번 뽑아내면 신경 쓸 일이 없어 엉터리 취미농군이 재배하기에도 적당한 것 같다.
텃밭 아랫집 할머니가 참깨 심는 걸 보고 그대로 따라했다.
두둑을 평평하게 고르고 나서 호미자루 밑으로 흙을 살짝 콕콕 찍는다.
그리고 흑임자를 작은 음료수병(뚜껑을 못으로 뚫은)에 넣고 두어 번씩 작은 구덩이 위에 흔들어 준다. 그러면 작은 흑임자 알이 몇 개씩 구덩이에 떨어진다.
그런 후에 목장갑 낀 손으로 슬쩍 밭 흙을 쓸어준다.
300여 작은 구덩이를 만들고 씨앗 뿌리고 흙을 얇게 덮어주었으니 올 흑임자농사로 세 됫박은 얻을 듯하다.
머리 하얀 친구들이 텃밭에 와서 엉터리농군에게 머리 조아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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