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 28. 23:58ㆍ농사
태풍이 지나가고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한 텃밭은 여름더위에서 벗어났고, 한낮의 햇볕을 계속해서 쬐지 않는 한 땀을 크게 흘릴 일도 없다.
자정을 넘어서는 농막은 점차 서늘함을 느끼게 되니 온수매트를 켜야 잠자리가 편해진다.
새벽에는 한기를 느낄 때가 많아지니 난방을 가동하기 시작하는 계절이 되었다.
나이 먹어가는 것 이상으로 세월의 흐름을 빨리 느끼게 되니 나이 늘어가며 세월이 빨리 변하는 지, 세월이 흘러 나이가 빨리 늘어가는 지 머뭇거리며 생각을 해보곤 한다.
결실의 계절이 시작되면서 덩달아 수확하는 바쁨과 기쁨을 같이 하니 어느 때는 힘들기도 하지만 어느 때는 느긋한 만족의 웃음을 누리기도 한다.
관행적인 농사가 아니고 남에게 주거나 팔 농사도 못되니 텃밭주인 맘대로 운동 삼아 일하며, 요즈음은 땀을 뻘뻘 흘릴 일도 없다.
맘 내키면 땀 흘리며 일하기도 하면서 젖은 옷 바로 빨아 널고, 피곤하면 등허리를 침상에 붙이고는 책장 넘기며 뒹굴면서 농땡이를 부린다.
* 고구마는 서리오기 전까지 캐면 되니 마냥 여유롭다.
* 배추와 무는 벌레피해가 무시할 정도라 김장꺼리 제대로 거둘 것 같다.
* 케일은 싱싱한 잎을 넘치게 따냈고, 비트는 뿌리를 잘 키우고 있다.
* 토마토 다섯 주가 알찬 먹거리를 계속하여 제공한다.
* 지난겨울 밭에 그대로 놔두었다가 뒤늦게 쪼개 심은 쪽파는 이제야 기운을 되찾고 자란다.
* 직파해서 살려낸 토종고추 칠성초와 수비초가 각각 하나씩이고, 집에서 모종을 낸 녀석들이 두 놈씩 살고 있다.
* 가지 네 녀석이 우리 집 일 년 내내 먹을 양을 충분히 만들어낸다.
* 토종대파 모종내느라 한 평 밭에 씨앗을 떨어뜨리고 잡초를 모아 작두로 잘게 썰어 적당히 덮어주었다.
* 미나리꽝을 잘 하기가 어렵다. 방동사니 밭으로 변해버려 예초기로 밀었다. 그냥 밭에서 자생하는 밭 미나리나 찾아서 먹어야겠다.
* 돌보지 않는 사과나무에 시련을 이긴 사과 몇 개가 달렸다. 닦아보니 붉은 색도 붙어있다. 기무라 아끼노리가 보면 무어라 할까? ㅎㅎ
접붙인 사과는 죽고, 뿌리 쪽에서 되살아난 개똥사과가 열매를 꽤나 달고 있다.
텃밭주인은 개똥사과나 거두어 즙이나 효소를 만들어볼까 하고 생각중이다.
* 이 번 수확물 중 가장 알찬 참깨! 선별해서 달아보니 3.2Kg이다. 참기름을 생수병 하나도 못 거두겠지만 마치 공짜로 얻은 기분이다.
* 텃밭에서 바라본 용두산의 저녁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