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959)
-
김장 배추밭
텃밭 아랫집 할머니가 배추모종을 한다기에 백오십 여 포기를 부탁하였다. 모종을 제대로 하여야 농사의 참맛을 안다고 하겠으나 포트판을 끼고 살 수도 없고 집에서 기를 수도 없으니 별 수 없이 할머니의 신세를 지기로 한 것이다. 배추농사 처음이니 오십여 포기는 제대로 살리지 못할 것을 계산했..
2006.08.27 -
고개 내민 쪽파
올 김장에 쓸 쪽파를 손수 마련하고 싶어 두어 평 심었다. 파종시기가 감이 안 잡혀 일단 두어 평 심었고, 두어 평은 다음 주에 심을 예정이다. 밑거름을 충분히 주고 삽질을 깊게 하여 흙을 고른 다음 쪽파를 심고, 베어낸 잡초를 고르게 덮어 주었다. 열흘이 넘어 한 뿌리에 몇 잎씩 고개를 살짝 내민..
2006.08.27 -
우체부아저씨 어서오세요
촌 동네 맨 끄트머리 산 아래 움막엔 어쩌다 내가 산다. 봄부터 가을까지 농사 핑계로 바쁘게 왔다 갔다 하지만 움막은 주로 비어있다. 빈 움막을 우체통이 지키고 있다. 오는 우편물이라야 고작 제천시청고지서, 전기요금통지서, 국민연금통지서..... 사람냄새 나는 펜으로 적은 편지는 하나도 없다. ..
2006.08.27 -
고추수확
일주일 만에 빨간 고추를 두 번째로 거두었다. 첫 번째보다는 좀 더 많다. 세 관이 채 안된다. 그래도 마음은 뿌듯하다. 고추밭은 풀이 많아 지금도 이따금씩 낫이나 예초기로 베어내지만 일주일 사이에 키가 훌쩍 커버린다. 키 크라는 고추는 자라지 않고 풀만 신나게 자라니 더위에 땀을 쏟아내지만 ..
2006.08.27 -
가재사냥
저녁 무렵부터 비 오시는 바람에 일찌감치 저녁 먹고 시원하게 샤워하고 소설 “등대지기”를 펴 들었다. 늙은 어미 치매들어 막내아들이 같이 살기 시작할 때부터 등대에서 아들이 벼락 맞아 어미와 사투를 벌이며 등대를 지키는 장면까지 눈도 깜박이지 않고 단숨에 읽어버렸다. 비 오시는 바람에 ..
2006.08.26 -
땅콩 이야기
중학생 때의 별명이 땅콩이었다. 키가 작아 교실에서 늘 맨 앞자리나 바로 뒷자리에 앉았다. 콩알만 한 녀석이라고 해서 땅콩! 고등학교 땐 그런대로 자라서 세 번째 줄이지만 또 땅콩이다. 워낙 땅콩과 오징어를 좋아해서 용돈 좀 있으면 땅콩과 오징어를 먹었다. 그래서 땅콩이다. 올 봄에 생 땅콩을 ..
2006.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