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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 집
텃밭 북쪽으로는 송학산을 둘러친 튼튼한 철조망이 있다. 멧돼지가 내려와서 전염병이 번지지 못하게 제천시에서 설치한 이후로 멧돼지의 피해는 완전히 없어졌다. 그에 따라 고라니의 출현도 한동안 없더니 올해부턴 텃밭작물을 이따금 잘라먹어 텃밭주인의 화를 돋우기도 한다. 철조망설치 후엔 고라니가 송학산에서 내려오는 게 아니니 아래 쪽 야산이나 풀밭에서 올라오는 것이 분명하다. 들깨밭과 매실밭 사이에 오십여 평의 풀밭이 있다. 들깨밭으로 늘려갈 공간이지만 게으름으로 그대로 두 해를 놔두었더니 억새밭이 되었다. 오늘 아침에 밭을 돌아다니다 억새풀들이 눕혀진 곳을 보니 바로 고라니 집이 하나 보인다. 고라니 집은 아주 엉성해서 은폐장소로의 역할만하면 되고, 흙 위의 풀들을 둥글게 눕히면 그만이다. 방어는 풀들의 은폐..
2022.11.05 -
시월말 텃밭풍경
낼이면 11월이다. 가을 색으로 물든 텃밭주변이 내 보기에 참 좋다. 단풍색은 화려하지 않지만 겨울을 대비하는 자연스러움이 가득하고 잔잔한 느낌을 주는 가을색이다. 송학산줄기 아래의 텃밭이라 산중의 깊이를 느끼는 맛도 있어 낙엽을 떨구기 전에 자주 텃밭주변을 돌아다니며 가을 맛을 눈 속에 넣기가 바쁘다. 마늘을 심은 밭에는 수확 후 색 바랜 땅콩과 고구마의 줄기와 잎의 잔해로 덮어주고, 자색양파를 정식한 밭에는 들깨를 털어내고 남은 잎과 들깨깍지를 뿌려주었다. 얼음이 얼기 전에 그 위에 비닐을 덮어 보온을 할 것이다. 배추는 고라니 습격 이후에 망을 덮어 보호하여 탈이 없지만 성장모양이 아주 우습다. 무는 동치미용 종자로 심었는데 겨우 총각무보다 좀 커 철활대를 박아놓고 보온비닐을 씌워 열흘 정도 더 키..
2022.11.05 -
가을추위
상강이 지나고 일주일 되니 기온이 정상을 찾는가보다. 상강 즈음에 개수대의 물이 얼거나 서리가 내리는 등 이른 추위가 며칠 계속되어 예년보다 빨리 밤새 난로를 켜야 하는 불편한 농막생활을 했다. 평년기온을 회복했다지만 시월 말부터는 한 번 켜댄 난로는 계속해서 밤새 달궈야한다. 새벽에는 일찍 일어났다하더라도 이불속에 몸을 가두는 시간이 길어지고, 아침 해가 텃밭을 눈부시게 비친다 해도 텃밭을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며 작물들과 들풀을 구경하기가 쉽지 않아진다. 아침밥을 먹고 커피 한잔 내려서 마신 다음 설거지를 한 후에야 장화를 신고 풀밭을 시찰하게 된다. 들깨는 베어놓은 지 열흘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털기를 마치지 못했다. 딱히 다른 할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게으름을 피우고 싶거나, 허리상태의 느낌이 별로 ..
2022.11.04 -
호두 도둑
텃밭에 호두나무 두 그루 있는데, 심은 지 15년이 넘었지만 제대로 자라질 않아 크기도 작고 호두도 그간 달리질 않았었다. 작년부터 호두를 좀 달더니 올해는 두 바가지가 넘도록 얻었는데도 아직도 몇 개를 더 달고 있다. 그런데 얻은 호두는 둘에 하나는 알이 형편없어 먹지 못할 수준이다. 거름도 주지 않고 공으로 맛난 호두를 얻으려는 주인의 심보에 대한 응징이 아닐까한다. 들깨 거둔 밭을 어슬렁거리다 호두나무 근처의 배수관 옆에 깨끗한 호두가 놓여있는 걸 보고 이게 왼 떡이냐 하고 돌에 부딪혀 깨보니 알도 아주 잘 들어있다. 저절로 떨어져 놓일 수가 없는 곳이라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주변을 살펴보다가 배수관 속에 호두가 잔뜩 들어있는 걸 보았다. 배수관의 길이가 두 자반 쯤 되고 양쪽이 휑하니 뚫려있어 막대..
2022.11.04 -
코로나 5차, 독감 동시접종
코로나19백신 동절기추가백신, 독감백신 동시접종 어제 아내와 함께 동네 의원에서 코로나195차백신과 독감백신을 동시에 접종하였다.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많기에 코로나5차접종(모더나BA.1백신)을 좀 더 미룰까하다가 어쨌든 예방접종을 하여야 할 것이니 편할 때에 동시에 접종을 하는 것도 좋다는 생각으로 동시접종을 한 것이다. 주사를 맞을 때에는 독감예방주사가 뻐근하고, 코로나백신은 감각이 거의 없었으나, 저녁때부터 코로나백신을 접종한 부위가 아팠다. 밤중에 서너 차례 깰 정도로 통증이 있었으나 오늘 점심 이후에는 괜찮아졌다. 이미 고령자급에 속하는 나이가 되다보니 예방접종을 해도 걱정 안 해도 걱정이지만 의학적으로 맞다하는 쪽에 비중을 두고 나라의 지침에 따르는 것이 옳다는 생각으로 동시접종을 하니 오히려..
2022.10.18 -
가을텃밭일기
1. 가을비가 촉촉하게 내리는 게 아니고 여름소나기처럼 내리기도하고 한쪽이 청명하고 한쪽에만 쏟아지기도 한다. 텃밭일이라야 땅콩 수확하는 것 말고는 딱히 할 게 없어 빈둥거리던 차에 옛 직장친구가 방문을 하였다. 제천에 와서 카페를 열은 지 2년이 되어 가는데, 봉급쟁이 은행원출신이 제천지역의 카페명소를 만들어 자리를 잡은 걸 보면 참 대단하다. 그 카페는 제천의림지 부근의 "아브리 에쎄르"인데, 8백여 평 넓은 마당정원을 구비한 저택을 구입하여 로스팅과 제빵을 위한 시설을 설치하고 주거를 겸하여 운영하고 있다. 피골이 상접할 정도로 고생을 하는 걸 보고, 카페로 큰돈벌이 하는 것도 아닌 데 놀면서 하는 게 이 나이에 알맞은 인생경영 아닐까라고 쓴 소리를 하였었다. 내 말에 느낌이 있었는지 아니면 거의 ..
2022.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