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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밭도 봄이다
입춘이 지나고도 아침은 이따금 영하지만 봄은 갑자기 들어 닥치는 기분이다. 4월 초순에 자주 내리던 춘설도 아직 안 왔고, 일반적으로 오월 초까지도 서리가 내려 성급한 농부들의 마음을 걱정으로 채우는 겨울의 끝자락인 4월도 접어들지를 않았는데 한낮의 기온이 섭씨25도를 넘나든다. 매실나무 전지작업이 좀 늦기는 했어도 새로 구입한 충전전지가위로 하늘을 찌르듯이 위로 뻗치는 가지들을 사정없이 잘라내고, 알이 굵어지라고 꽃눈을 많이 제거하였다. 지난겨울이 혹독해서인지 물을 완전하게 빼지 않은 샤워용수전금구가 실금이 가는 바람에 농막도착 다음날부터 수도배관 일을 하느라 애를 먹었으나, 지금은 영하의 새벽 기온이 수도꼭지를 얼린다 해도 아침 해가 바로 녹이니 농막생활도 꺼릴 것이 없어지고 편해졌다. 올 마늘은 대..
2023.03.26 -
한국가톨릭문화원 음악미사와 교동 일몰
대자부부와 함께 가톨릭문화원 음악미사를 다녀왔다. 자주 가지는 못하고 일 년에 서너 차례 가지만 갈 때마다 미사 드리는 느낌이 새롭고, 미사 후에 뒤풀이 음악이 허했던 가슴을 달래준다. 이번에는 송기창바리톤의 싱싱콘서트가 가슴속을 시원하게 휘젓는 호사를 누렸다. 음악미사가 끝난 후 교동도로 넘어가 망향대쪽으로 가서 철책선 너머 차가운 겨울 바닷바람으로 쓸쓸하게 가라앉는 일몰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발길을 돌렸다. 허리 수술 후 두어 달 동안 허리컨디션이 좋지 못해 바깥나들이를 자주 못하였지만 네 시간 넘게 운전해도 별 지장이 없기에 불안스러웠던 부담을 털어버린 느낌이다. 점심은 강화군청 주변에서 육개장으로 했다. 가고 싶던 국수집이 일요일 날 휴무이고, 삼계탕집이 예전 같지 않아 수라전통육개장을 찾았는데 네..
2023.01.30 -
설 차례상
새해 밝은 날을 맞으며 조상님들께 차례를 올렸다. 해마다 살림살이를 줄여가는 노년백수의 입장에서 아내와 차례상의 규모를 점차 줄여나가자는 데에 이의 없이 합의를 하였으나, 그게 쉽지 않다! 올해는 큰 아들 식구와 함께 다섯이서 차례를 올렸으나 지난해보다도 상차림 가짓수는 전혀 줄지를 않았다! < 모처럼 식혜를 만들어 시원하게 먹고 싶은데.... 우리처럼 고기를 안 먹는 집에서 어쩌다 때맞추어 고기 조금 씹어볼까? 육전을 줄였으니 손자녀석 잘 먹는 대구전과 호박전을 조금 부쳐 볼까? 과일이야 늘 먹어야 하는데, 조금 신경 써서 설 전에 맞추어 구입하면 싱싱한 것인데 뭘.... 북어포는 우리가 즐기는 것이고 놔두었다가 육수를 내기도 하는 것이어서 항상 있는 것을 상에 올리는 거니 신경 꺼놔도 돼! 산자나 떡..
2023.01.23 -
건강빵 만들기
마트에서 식재료를 사거나 빵집에서 빵 한 봉지를 사면 바로 요즘 물가가 엄청 올랐음을 알 수 있다. 개수와 중량이 줄어들었음을 바로 알 수 있어 사기 망설여지고, 따지고 보면 큰 표시가 나지 않게 소비자를 기만하는 상술에 기분이 상하기도 한다. 보기 좋고 부드럽고 달달하고 냄새 좋은 제과점의 빵이 맛은 좋다고 보지만 꼭 몸에 좋은 빵은 아니라는 생각에 귀찮기는 하지만 자주 식빵을 집에서 만들어 먹는다. 오래전에 제빵기를 사서 식빵재료를 사놓고서 이따금 빵을 만들기도 했지만 모양이나 맛으로 보아 실패수준의 결과물을 얻은 경우가 많았다. 한동안은 편하게 만든다고 식품회사에서 판매하는 혼합재료를 구입하여 물이나 우유를 넣고 제빵기로 빵을 굽기도 했지만 경제적이지도 않고 맛도 맘에 들지도 않아 가물에 콩 나는 ..
2023.01.15 -
대방어회를 먹느라고
방어회 맛에 꽂힌 A가 어느 음식점에 가서 대방어회를 먹어보고는 최고의 맛이라고 칭찬하며 먹으러가자고 한다. 그 음식점이 대방어로 회를 뜨는 형편이 못 된다는 걸 잘 알기에 믿지도 않았고 딴 일이 있어 갈 수도 없었다. B가 A와 같이 점심을 하고 하는 말이 맛이 형편없었다고 하며 입맛만 버렸다고 한다. 인천에 대방어회를 제대로 하는 곳이 어딘가를 눈을 부릅뜨고 인터넷검색하며 찾아보았다. 상업적이거나 저질냄새를 풍기며 화면을 도배하는 것들을 추려버리고 나서 힘들게 찾은 어느 작은 가게에서 C와 함께 부부동반 저녁을 방어회로 하였다. C는 술꾼이라 그런지 소주를 두 병이나 마셨고 부인들도 저녁을 잘 즐겼다. 며칠 후 C가 B와 셋이서 대방어회를 먹자는 제안에 내가 먼저 갔던 음식점으로 가자고 했으나 C가 ..
2023.01.04 -
오늘을 살며
원래 잠을 잘 잔다. 괴로운 일이나 궂은 일이 있어 내일이 걱정일 경우에도 걱정한다 해서 일이 잘 풀리는 것도 아니니 잠부터 자는 게 상책이지 하며 잠부터 자왔고, 잠 또한 잘 자는 숙면을 한다. 그러니 평생 잠 못 이루고 괴로워하거나 수면제를 먹은 적 또한 한 번도 없다. 그래왔던 내가 요사이 며칠간 서너 번 잠이 잘 오질 않아 애를 먹다 잠을 잤다. 늦게 잠을 자고 네다섯 시간을 한 번도 깨질 않고 잠을 푹 자니 잠을 못자서 고생하는 것이 아니고, 일찍 자질 못하고 다만 늦게 자는 것이니 엄밀히 말하면 불면증하고는 거리가 멀다. 달포 전에 허리디스크수술을 한 이후로 낮잠을 자주 잔 영향이 있는가보다. 밤에 자려고 누워 두세 시간을 뒤척이는 경우가 자주 생기니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텃밭생활을 할 ..
2022.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