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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사과
텃밭에서 사는 사과나무는 심은 지 15년이 넘었는데도 열매를 제대로 만들지를 못한다. 아니,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만들어도 키우는 과정에서 벌레에게 먹히고, 병에 걸려 풋사과도 만들 수가 없는 것이다. 아마도 일본에서 사과농사 자연농법에 득도를 한 기무라 아끼노리가 온다하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예전에 심은 사과나무 열 그루는 환삼덩굴같은 억센 잡초의 공격으로 죽거나 접 붙인 부분이 꺽이고 뿌리부분에서 새로 나오는 꽃사과 같은 것으로 변하였고, 수형을 바로 유지한 사과나무는 겨우 두 녀석인데 한 번도 내게 익은 사과를 준 적이 없다. 일체의 농약을 쓰지 않고 거름도 주지 않으면서 자연상태에서 살거라하며 내깔겨 놓은 사과나무가 목숨을 유지하고 살기 급급힌데 주인이 뭐 좋다고 모양 좋은 사과까지 만들어 줄까?..
2023.08.16 -
폭우 후에 폭염텃밭
지난번 폭우를 피하여 텃밭을 떠나 2주일을 넘기고 텃밭을 찾았다. 시에서 설치해 준 텃밭진입로에 엄청난 폭우로 상처가 드러났다. 골짜기에 흐르는 물길이 세차서 넘쳤고, 그래이팅 옆으로 땅이 꺼지며 구멍이 생겼다. 다행히 조심스레 옆으로 통행을 하지만 언제 다른 곳에 땅이 꺼질지 몰라 불안하다. 마을이장에게 신고후 수해로 인정되어 시에서 복구작업을 해주겠다고는 하지만 큰 피해농가가 우선이라 추석지나야 복구작업을 해줄 꺼라고 한다. 그동안 다니기도 위험하고, 폭우가 더 내리면 더 크게 길이 파일 것이라 마냥 그대로 놔둘 수는 없다. 그래서 길 윗쪽 배수로 Y자 모양의 날개부분 주위에 생긴 구멍을 막는 작업을 하였다. 시멘트몰탈 40키로 3포를 투입하여 물구멍입구를 돌을 넣어 막으니 마음이 좀 편하다. 땅꺼짐..
2023.08.06 -
구덩이파기
종일 땅구덩이 파 봐라. 돈 나오는가? 가난하고 어려웠던 시절에 내 또래의 아이들이 용돈 좀 얻으려고 어른들에게 떼를 쓰면 흔히 듣던 말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간단한 요기하고 삽을 들고 들깨 심을 밭으로 가서 구덩이를 한 시간 동안 팠다. 배구공하나 들어갈 만한 크기의 구덩이를 오십여 개 파내니 머리끝부터 발까지 땀이 흐른다. 어제 비가 좀 내린 뒤라 돌이 없는 부분은 삽이 푹푹 들어가지만 수시로 주먹만 한 돌이 출현하니 진도가 빠르지 못하다. 땅 파니 돈 안 나오고 땀만 흘러내린다. 더 하다가는 텃밭일이 운동이 아니고 노역이 된다. 노역을 하면 힘들고 짜증 나니 운동이 과하다 싶으면 즉시 쉬고 휴식을 하면서 심신을 맑게 하여야 그다음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미뤘던 아침커피를 내려서 마시며 ..
2023.07.09 -
마늘 캐기
작년에 씨마늘을 400여 개 심었었다. 모처럼 농협부산물퇴비를 충분하게 주고 심은지라 올해는 모양 좋은 육쪽마늘을 얻을 거라는 욕심을 가졌었다. 올해 이른 봄에 보온비닐을 벗긴 후 내린 비로 싱싱하게 올라온 새싹은 마늘풍년을 보증하는 듯했다. 봄가뭄이 계속될 때는 보통은 연못물 끌어대기에 매우 인색하였음에도 세 차려나 배수펌프로 마늘밭고랑에 물이 고일 정도로 충분하게 관수를 하였다. 오월중순을 넘긴 후 텃밭을 비운 기간이 좀 늘어나고 게으름이 발동되면서 다른 밭과 마찬가지로 잡초들이 작물들을 못 살게 횡포를 부리는 걸 두어 차례 내버려 두었었다. 그리고 마늘종도 거두지 않고 놔두었기에 마늘종에 마늘주아가 달리고, 왕바랭이풀이 여기저기 솟아오르고, 마늘잎이 장마로 삭을 때를 지나고서야 뒤늦게 작은 삼발괭이..
2023.07.07 -
새벽일
요즈음 일출시각이 다섯시 십분대이니 텃밭이 산에 들어 있어도 다섯시 반 전에 눈이 떠진다. 한낮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리는 더운 여름철에는 햇볕이 쬐는 때 부터는 텃밭일을 웬만해서는 하지 않게 된다. 부득이 할 일이 있어도 잠깐이라면 몰라도 반 시간 쯤 지나면 온몸이 땀에 절어 자칫 탈수현상을 걱정하기에 이 나이에 폭염주의보가 수시로 내릴 때에는 특히나 조심을 하게된다. 오늘은 아침 여섯시에 간단한 식사를 하고는 미리 파놓은 30여 개의 구덩이에 감자밭에서 싱싱하게 자라고있는 한자 반 크기의 들깨들을 캐내어 이사시켰다. 마침 오늘은 날이 흐리고 약간의 비예보가 있기에 한 뼘 깊이의 구덩이에 들깨모종을 바로세워 심었다. 지난 비로 밭흙이 습기를 많이 먹고있고, 게다가 들깨모종뿌리의 손상없이 흙이 붙어 있기에..
2023.07.07 -
들깨모종 정식
올해는 들깨를 많이 얻을 욕심으로 들깨모종밭을 3주 전에 만들어 파종하였다. 들깨씨앗을 흩여 뿌린 뒤에 상토를 충분히 덮어주었다. 그리고는 새들이 들깨씨앗을 쪼아 먹지 못하도록 노루망을 씌웠다. 텃밭을 보름동안 비운 뒤에 와서 보니 들깨모종밭이 완전 잡초에 덮여있다. 들여다보니 잡초 속에서 들깨모종들이 목을 빼고 살려달라 아우성이다. 일반적으로 들깨를 재배할 때는 한 뼘 넘는 들깨모종을 심으면 된다. 그러나 돌밭에서는 들깨밭이 풀투성이로 덮여있기에 그렇게 작은 모종을 심으면 들깨모종이 뿌리를 밭흑 속에 충분히 내리지 못하기에 바로 고사한다. 그러기에 호미로 깊게 긁어서 파낸 골에 한자 반 넘는 큰 키로 자란 튼실한 모종을 눕혀 흙을 덮고는 들깨모종 윗부분을 약간 세워주는 수고를 해주어야 된다. 프로들이 ..
2023.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