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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텃밭
2주일이나 비운 뒤에 텃밭을 찾았더니 많은 변화가 느껴진다. 해 지면서 바로 추워지는 가을날의 써늘함이 밤새 추위를 만들며 농막을 감싼다. 한가위를 지나며 그믐으로 달려가는 산 아래 농막이니 적막함이 더하여진다. 저녁을 먹고 두어 시간 지나면 난방을 켠다. 들깻잎과 들깨꼬투리가 갈변되니 더 이상 놔두어 서리 맞을 일이 아니며, 들깨알을 밭에 흘릴 일도 아니니 서둘러 베었다. 땅콩은 2주 전에 반을 캤고, 어제 나머지를 캤는데 땅콩알을 굼벵이에게 많이 헌납하여 먼저 수확량보다 못하다. 김장배추는 그런대로 자라고 있지만 2주간 벌레를 쫓아내지 못해 잎이 많이 뚫려 있다. 그래도 지난해보다는 양호한 편이라 만족스럽다. 고구마는 그저 그렇다. 고구마모종 정식 후에 반 이상 죽어서 자급은 어림없다. 고추는 뒤늦게..
2023.10.11 -
들깨밭을 덮친 폭우
텃밭에 온 후로 일주일 내내 햇빛을 보지 못 하는 궂은 날의 연속이다. 비 덕분에 밭일을 하지 않아 몸은 편하지만 많은시간을 보낼 때도 많다. 김장용 배추와 무는 예상외로 잘 자라주고있어 딱히 더 돌봐줄 필요도 없으니 이따금 목초액과 막소주 소량 섞어준 물을 방충액으로 뿌려주어 벌레들을 쫒아내면 그만이다. 고구마 상태가 별로지만, 비가 그칠 때를 기다렸다가 극성스럽게 씨앗을 만들고 있는 바랭이를 뽑아내는 일 정도라 땀 뺄일도 없다. 그런데 엊그제 늦은 밤에 요란스런 빗소리에 깨고서는 밭고랑을 살피니 고랑에 찬 빗물이 가득하다. 지난 장마때보다 더 세찬 소나기가 내린 것이다. 어제는 농막 앞밭의 들깨가지가 부러지거나 쳐진 것들이 좀 있기에 정리를 해주고 묶어주고는 이제 비가 좀 그쳤으니 내일은 웃자라고 씨..
2023.09.19 -
땅콩농사
텃밭에 매년 거르지 않고 땅콩을 심는다. 집의 먹거리를 자급하는 작물 중의 하나인 땅콩은 밭의 이곳저곳을 옮겨가며 다른 작물과 마찬가지로 윤작을 한다. 콩과 식물의 잇점을 최대한으로 살려가며 밭 토양을 좋게 만들기 때문이고, 다른 작물의 연작피해를 방지하기 때문이다. 작년에 땅콩종자를 바꾸어보았다. 2년 전에 다수확종으로 신품종땅콩이라는 신광팔을 재배 하였다가 맛도 별로고 껍데기도 두꺼운 데다가 먹을 때에 목 넘김도 좋지 않아서 더 이상 심지 않으려고 종자를 남기지 않았다. 그리고는 여주에서 땅콩농사하는 농부에게 부탁하여 구입한 땅콩껍데기가 얇은 이른바 토종여주땅콩을 한 됫박 심은 것이다. 고소하기로 유명한 우도땅콩을 심어 보고도 싶었으나 다른 고장에서 재배하면 우도땅콩맛이 없어진다기에 제천과 가까운 여..
2023.09.19 -
참취꽃
취나물 먹느라 몇 년 전에 텃밭 소나무 아랫쪽에 참취모종 열댓 개를 심었었다. 지금은 포기가 커지고 개체가 늘어 무리를 지어 살고 꽃을 피우고 있다. 봄철에 몇 번 잎을 채취하여 아내에게 갖다주고, 이따금 농막에서 찌개에 넣어 취나물향내를 먹기도 하지만 칠월을 지나고는 그냥 참취가 자라고 싶은 대로 자라라고 방치를 한다. 무더위를 지나면서 송학산의 시원한 바람이 아침과 저녁에 불어 내리는 요즘은 내 어깨를 넘는 크기로 자라고 흰꽃이 요란하게 무더기로 피고있어 볼꺼리를 만들어간다. 참취꽃은 대개가 단정하고 고르지를 못하고 무언가 무질서한 듯한 형태를 하고 있지만 무리지어 핀 꽃이 백색의 요란함을 뽐낼 때에는 환상적으로 까지 보일 때도 있다. 추석을 만드는 밝은 달이 큰 원을 만들어 갈 때나 추석명절 지나가..
2023.09.15 -
강원여행
아내의 두 자매부부와 함께 강원도 평창, 진부, 강릉, 동해, 영월, 제천을 거치는 3박4일간의 여행을 했다. 숙박은 두타산자연휴양림, 교통편은 카니발KA4하이리무진 렌트. 식사 : 아침만 간단하게 숙소에서, 점심과 저녁은 맘에 드는 식당을 찾아서 이용. 운전 : 두 동서들이 팔십 중반이라 내 몫. *** 1일차 10시에 인천 출발하여 강동, 위례를 거쳐 평창한우마을면온점에서 점심을 함. 한우의 맛과 탕국을 즐기고, 봉평 이효석문학의숲에서 숲속공기를 들여 마시며 한 시간여 산보를 하였다. 이틀 후가 메밀꽃축제라는 데, 메밀밭에 활짝 핀 메밀꽃은 별로 없다. 이틀 후에나 만발을 하려는가보다! 이효석기념관과 생가탐방은 전에 하였기에 주변의 메밀밭을 기웃거리며 드라이브를 하다가 두타산자연휴양림으로 감. 휴양림..
2023.09.11 -
이것도 꽃이라고
암만 봐도 예쁜 구석이 없다. 식물학자들이 현미경까지 동원하며 분류를 한다는 놈이다. 요놈은 내 부추밭을 어슬렁거리다가 잠깐 한눈을 팔면 부추무리 속으로 파고든다. 어느 때에는 아내를 깜짝 속이고 부추전 속으로 유유히 들어간다. 잡초도 지혜를 가졌다. 잡초가 영혼이 있다고는 할 수는 없겠지만 분명 살아가는 지혜 내지 요령은 가졌다고 본다. 생존을 위하여 다른 풀이나 나무들을 올라타고 햇볕을 독점하기도 하며, 농부가 키우는 작물들 중에서 놈들과 비슷한 무리 속으로 끼어들며 생존을 기대하기도 하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자신의 크기를 줄여가면서 다이어트를 할 줄도 알고, 후손들을 세상에서 계속 살리기 위해 씨앗을 바람에게 실어달라고 부탁할 줄도 안다. 또 잡초들은 자신을 겸손하게 낮추기도 한다. 바랭이란 놈은..
2023.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