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0. 11. 21:38ㆍ농사
2주일이나 비운 뒤에 텃밭을 찾았더니 많은 변화가 느껴진다.
해 지면서 바로 추워지는 가을날의 써늘함이 밤새 추위를 만들며 농막을 감싼다.
한가위를 지나며 그믐으로 달려가는 산 아래 농막이니 적막함이 더하여진다.
저녁을 먹고 두어 시간 지나면 난방을 켠다.
들깻잎과 들깨꼬투리가 갈변되니 더 이상 놔두어 서리 맞을 일이 아니며, 들깨알을 밭에 흘릴 일도 아니니 서둘러 베었다.
땅콩은 2주 전에 반을 캤고, 어제 나머지를 캤는데 땅콩알을 굼벵이에게 많이 헌납하여 먼저 수확량보다 못하다.
김장배추는 그런대로 자라고 있지만 2주간 벌레를 쫓아내지 못해 잎이 많이 뚫려 있다.
그래도 지난해보다는 양호한 편이라 만족스럽다.
고구마는 그저 그렇다.
고구마모종 정식 후에 반 이상 죽어서 자급은 어림없다.
고추는 뒤늦게 풋고추를 많이 달고 있다.
여름철 풋고추보다 아삭하고 맵지 않고 달다.
텃밭에 피는 꽃들이 줄어들고 날도 차지니 나비와 벌의 움직임도 줄어들고 있다.
꽃과 꿀이 줄어들어서인지 나비와 벌의 다툼도 간혹 보인다.
나비는 온순하고 느낌으로만 봐왔는데, 의외로 성질이 꽤 있다.
벌이 다가오면 날개로 벌을 내려치면서 쫓아내는 걸 자주 본다.
부드러운 날개로 치니 벌이 다치지는 않으니 나비는 역시 온순하고 예쁜 놈인가?
뚱딴지가 다시금 영역을 넓히며 꽃도 많이 피고 있다.
한길 반이나 크게 자라며 노란 꽃을 피우는 모양이 내 텃밭의 모양과 어울린다.
올해는 돼지감자도 캐내어 먹거리로 활용할 것이다.
이따금 청개구리 우는 소리가 들리고 녀석을 볼 수는 없었는데, 개수다 위 전등을 켜고 설거지를 하다가 녀석을 찾았다.
빨래판 아래에 숨어 지내며 개수대에 다가오는 날벌레를 사냥하며 지내나 보다.
작년에 살던 놈보다는 더 큰 모양이다.
더 추워지면 밭으로 내려가 흙속으로 들어가겠지.
하늘마가 많이 달렸다.
작년에는 씨앗으로 쓸 것 말고 겨우 서너 개 먹었지만 올해는 크게 자란 것도 있으니 꽤 쏠쏠하다.
김장배추모종 정식하고 남은 것을 들깨밭에 대강 심고 돌보지도 않았는데 어려운 환경에서 뿌리내리고 살고 있다.
크게 자라지 못하고 벌레에 시달리고 있지만 영하의 날씨에도 잘 버틸 것 같다.
농막의 수도가 얼어붙을 때쯤에 구수한 배춧국 만들어 먹을 재료로는 최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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