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 20. 16:56ㆍ농사
개가 참외를 먹고 똥을 눈 곳에서 소화되지 않은 씨앗이 싹을 틔워 자란 참외를 개똥참외라 한다?
그래서 달지 않고 쓰다나?
그게 아니고,
사람이 잘 익은 참외를 씨가 들은 참외 속까지 먹은 후 배설한 똥을 밭거름으로 준 곳에서 소화되지 않은 씨앗이 싹을 틔어 열매가 열린 걸 개똥참외라 하겠지.
다른 작물 틈에서 거름도 제대로 얻어먹지 못하고 밭주인이 뽑아버릴까 말까 하며 망설이는 틈에 재빨리 참외를 힘들게 키웠을 것이고,
밭에 나가 풀 좀 뽑아라는 말을 들은 아이가 풀 뽑다가 작고 초록색인 예쁜 참외를 보고 이게 왼떡이냐하며 한입 베어 물었을 거다.
아이는 바로 퉤퉤하며 뱉어냈겠지.
오이나 참외나 제대로 익어서 크지 않으면 단맛이 없고 엄청 쓰다.
유월에 고추밭 두둑에 참외인지 오이인지 모를 녀석이 하나 생겨났다.
공짜로 얻은 녀석이라고 잡초대접하여 뽑아버리기도 뭣하여 토마토가 마름병으로 나자빠져 휑한 철망 아래로 이사시켰다.
목숨은 건졌지만 비실대며 사는 놈에게 텃밭에서 만든 귀한 인분주를 3주간이나 먹이며 기력을 차리게 하였더니 예쁜 꽃을 몇 개 피웠다.
암꽃에 달린 콩알만 한 놈이 약간 길쭉해지길래 오이인 줄 알았더니 좀 더 자라고 보니 참외다!
덩치가 손자 녀석 주먹만 하게 자라면서 줄지고 둥그런 모양새가 꼭 맛있는 참외로 성장이 될 것만 같다.
개똥참외도 가꿀 탓이다라는데 요 녀석들 익으면 진짜 맛이 끝내줄 것이다!
한 열흘 뒤에 텃밭에 오면 꿀인지 개똥인지 판가름이 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