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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밭에 들깨정식
들깨는 아주 센 작물이다. 웬만한 가뭄도 잘 이겨내고 거름이 적은 밭에서도 들깨알을 많이 달아 게으른 텃밭주인을 기쁘게 한다. 들깨 알이 형편없이 작아도 텃밭주인은 고맙게 여기고, 한편으로는 정성껏 돌보지 않음에 미안해한다. 아무리 센 들깨라도 마른 땅에서나 풀 속에서 잘 자랄 수는 없다. 그래서 정식을 할 때에는 다른 작물들 모종처럼 적기에 정성을 다하여 심어야 입 벌어지는 소출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작년에 땅콩을 심었던 밭이 지금은 잡초천국이다. 2주 전에 예초기로 토벌을 일차 했는데도 풀들이 신나게 자라고 있으니 그 상태로 들깨모종을 쉽게 심을 수가 없다. 농사용 엉덩이방석에 앉아서 들깨모종이 들어갈 공간을 확보해주는 작업을 한다. 이럴 때에는 칼날이 붙어있는 작은 호미가 위력을 발휘한다. 칼날..
2022.07.21 -
텃밭용 호미
서투른 목수 연장만 많다고 하는데, 18년 전 텃밭을 시작할 때부터 농사용 소기구들을 꽤나 사서 모았다. 진짜 프로들은 호미 같은 작은 연장들을 만질 필요조차 없고 눈길을 줄 일도 없지만 어쭙잖은 텃밭농사를 하는 이들은 농기구 파는 가게나 대장간을 지날 때가 있으면 영락없이 들어가서 이것저것 만지작거리게 된다. 텃밭에 경운기가 아예 출입조차 못하게 만들어 놓고 농약, 화학비료, 비닐멀칭, 제초제를 쓰지않고 웃기는 원시자연농법수준으로 농사를 즐기는 돌밭주인은 농사용소기구가 꽤나 많다. 그러나 농사용 동력기계는 예초기가 있을 뿐이다. 삽, 곡괭이, 괭이, 쇠스랑 등으로 밭을 만들고, 호미와 낫 등으로 작물들을 돌보는 과정에서 제일 많이 신경을 쓰는 일이 잡초들을 제어하는 일이다. 그러니 잡초용 농기구가 많을..
2022.07.21 -
농막에도 재산세가 부과된다
오랜만에 농막우체통을 들여다보니 재산세부과청구서가 들어있다. 토지분이 아니고 건축물에 대한 재산세라? 텃밭에 농막은 있지만 건축물은 없는데? 농막이 건축물이라? 농막은 6평 컨테이너박스로 밭에 고정되어있는 게 아니고 옮길 수도 있는데? 농막은 건축허가를 받은 것도 아니고, 가옥대장도 없는데? 농막설치신고 할 때에 취득세를 낸 적은 있으나 여태까지 재산세를 낸 적이 없는데? 하여간 건축물에 대한 재산세가 부과되었고, 과세표준금액이 ₩1,319,136-이고, 부과된 재산세는 지방교육세 포함 ₩3,940-이다! 내 농막에 전기, 수도가 들어와 있고, 주소를 부여받았고, 주민등록이 되어있으니 농막을 건축물로 보아 재산세를 내는 것이 타당한 것이라고 하여 부과를 했나보다. 그런데, 좀 씁쓸하고 창피하다. 과세표준..
2022.07.21 -
장마철의 딱새
농막 바로 옆에 새집을 만들어 달아주었다. 첫해에는 바라는 딱새가 입주를 하지 않고 참새가 부화를 했다. 극성스레 몰려다니던 참새들이 올해는 그 수효가 많이 줄어들고 딱새가 이따금 보이며 새집으로 들락거린다. 비가 많이 내리는 데도 부지런히 벌레를 물고 연신 들어가는 모양이다. 부화된 새끼들이 꽤나 많은 지 빗속에도 쉼 없이 먹이를 나르는 모습이 딱새의 모성애를 말해준다. 그런데 먹이를 나르는 딱새는 암놈이다. 숫놈은 암놈이 먹이를 가지고 새집으로 들어갈 때에 주변을 돌며 경계를 한다. 내가 가까이 가면 짹짹거리며 신호를 주며, 바쁘게 주변을 선회한다. 그럴 때에는 암놈은 먹이를 물고 좀 떨어진 곳에서 숫놈이 조용해질 때까지 기다린다. 새집을 들여다보고 새끼들이 몇 놈이나 있고, 얼마나 자랐는가를 살펴보..
2022.07.12 -
장마철 텃밭일기
1. 이틀 전에 흠뻑 내린 비에 들깨 심을 밭이 축축하니 예초기로 잡초를 정리하였다. 그리고는 예초기 날을 바꿔(잡초들 뿌리를 걷어낸다는 날로 판매하는 것이지만 선전만큼 훌륭하지는 못하나 그래도 돌밭에서도 나름 쓸 만함) 흙을 덮고 있는 검불과 잡초뿌리를 박살내며 걷어낸다. 그런 방법으로 들깨정식을 할 곳을 150여 군데를 만들었다. 밭에 돌이 많아 예초기 가동이 편하지 않고, 여의치 못한 경우엔 일정한 간격을 맞추지 않고 들깨모종 심을 데를 정리한 것이다. 다음날 새벽 두 시간여를 삼발괭이와 작은 호미를 동원하여 들깨를 정식했다. 들깨모종을 눕혀 좀 깊게 심고는 흙 위에 주변의 검불을 덮고 나서 꾹꾹 밟아주었다. 잡초의 덤불과 뿌리와 돌이 많은 들깨 밭에서 모종이 말라죽지 않도록 머리 굴려 생각해낸 들..
2022.07.10 -
우중 텃밭 일기
장맛비라 그런지 종일 비가 내린다. 어쩌다 그쳐서 풀밭 좀 손볼까하면 다시 세차게 비가 내린다. 밭일은 이틀간 비 내리지 않을 때를 틈타서 작은 부추밭 김매주고, 들깨모종 심을 밭의 잡초를 바짝 베어내느라 예초기를 한 시간 쓰고는 그만이다. 종일 내리는 비로 농막에서만 지내기 답답하여 가랑 내릴때 딴 매실과 보리수열매를 가지고 꼼지락거렸다. 2주 전에 따고 조금 남긴 매실이 제대로 익기도 전에 벌레의 습격을 받으니 목초액 뿌려 쫒기보다는 아예 따내는 게 좋다 싶어 거두었으나 목표량의 1/5정도로 적은 양이다. 그나마 상태 좋은 알 만 가려서 과육을 칼로 추려내어 황설탕을 섞어 청을 담갔다. 애써 작업한 것이 3.6리터 유리병을 겨우 채웠으나 설탕에 절여지니 많이 줄었다. 그래도 요 정도면 텃밭용 매실청으..
2022.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