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959)
-
고(苦)
라틴어를 쓰는 족속들은 이렇게 말했다. "오늘을 즐겨라" 붓다는 이렇게 말했다. "과거를 지워 버려라. 미래에 끌려가지 말라. 그리고 지금 현재에도 너무 집착하지 말라. 그러면 그대는 지극히 평온해질 것이다." 어느 말이 진리일까? 붓다의 말대로 사는 건 오늘을 즐기지 말고 집착하지 말라는 것일까? 아니면 즐기면서 집착하지 말라는 것일까? 붓다를 모르는 이들은 붓다의 말이 진리라는 걸 모른다. 붓다가 말하는 "현재에도 너무 집착하지 말라"는 건 아무나 할 수가 없는 일이다. 붓다처럼 사성제,팔정도,,,그래서 해탈의 경지에 이른 깨우친 사람이나 실행할 수 있을 것이다. 붓다의 말을 듣고 이해하고 따라하는 이들은 붓다처럼 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라는 걸 안다. 그리고 붓다처럼 해탈했다고 떠드는 이들은 본인이..
2024.08.05 -
텃밭 새벽일
어제 땀 좀 흘려서 피곤한 김에 평소보다 일찍 열 시에 자서 새벽 5시에 일어났다. 아침을 수프와 우유 한 잔으로 간단히 하고 밖을내다보니 그닥 덥지 않은 듯 했다. 올해는 백태 심는 시기를 또 놓쳐 서운한 감이 있었는데, 늦었지만 그래도 다른 콩이라도 조금 심을까하는 생각이 나서 종자바구니를 뒤져보니 얼룩이강낭꽁이 눈에 들어왔다. 칠월 하순이 파종적기이니 오늘 심어도 좋겠다 싶어 호미를 꺼내들고 텃밭으로 나갔다. 구름이 잔뜩 끼고 바람이 약간 있는 날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빈 자투리 밭에 콩 심을 만한 작은 면적을 만들어가며 잡풀을 뽑아냈다. 그런데 조그만 풀모기들이 연거퍼 몸에 들러붙는다! 일단 후퇴하고 농막에서 모기기피제를 빈틈없이 뿌린 다음 얼룩이강낭콩을 심었다. 작은 밭에 기껏해야 강낭콩15 포기..
2024.08.03 -
무궁화꽃과 김장배추
텃밭농막과 비닐하우스 북쪽 경계에는 무궁화가 심어져있다. 텃밭을 마련하면서 바로 나무젓가락 같은 묘목을 심었으니 20년이 되었다. 별다르게 돌보지를 않았어도 튼튼하게 자랐고, 주변에 키워낸 어린묘목을 그동안 백여개 넘게 시집을 보냈다. 보름전에 한두 개씩 피우더니 장마가 끝나고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려 연일 하루에도 여러차례 폭염주의하라는 문자가 뜨는 지금은 만발한 상태이다. 내일이 8월이니 앞으로 한달 이상은 계속 피우고 져서 떨어뜨리고를 반복하며 푸른색이기만한 울타리 주변에 분홍색과 흰색의 향연을 베풀어줄 것이다. 텃밭의 무궁화 2십여 그루가 살고 있는데 병충해에 강해서 인지 텃밭주인이 별다른 수고를 한 적이 없다. 무궁화에 진딧물이 많이 붙어 지저분하다는 이야기들을 듣기도 했지만 스무해 동안 텃밭무궁..
2024.07.31 -
천도복숭아
묘목을 심은지 15년 만에 처음으로 천도복숭아 익은 것을 맛보았다. 그동안 거름도 안 주고, 농약도 안 치고 잡초도 제대로 잘라주지 않아서 과일이 제대로 달린 것을 보질 못하였고, 달려도 익기 전에 벌레 먹고, 벌레를 피하여 익어 가는 것이라도 대부분이 병에 걸려 낙과를 하니 먹을 만한 것을 아예 거둔 적이 없었다. 3 일 전 비가 내리지 않을 때 텃밭을 둘러보다가 잡풀들이 우거진 윗밭에 붉고 밝은 색으로 치장한 천도복숭아를 보았다. 그래봤자 전부 벌레가 파먹어 먹을 만한 게 없겠지 하면서도 눈길이 자꾸 갔다.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워 한삼덩굴과 찔레로 우거져 가시에 찔려가며 깨끗하게 보이는 열댓 개의 작은 천도복숭아를 가려서 따냈다. 와! 이건 대박이다! 떨어져서 썩어가는 것들이 많고, 달려있는 것들 중..
2024.07.28 -
7월중순 텃밭
세차고 줄기차게 내리던 비가 오늘은 그쳤다.새벽 공기갸 좋아 일찌감치 아침 먹고 들깨 심을 구덩이를 백여 개 파니 머리부터 흘러내리는 땀이 온몸을 흥건하게 적시며 발끝까지 내려간다.장마통에 잠깐의 갠날이라 습하고 더와 자칫하면 더위먹기 쉬운지라 일하느라 두 시간을 넘길 일이 아니다. 좁은 공간이나마 농막에서 샤워하고, 팬티바람에 커피 내려 마시며 음악들으면서 뒹구르는 게름뱅이 피서를 한다.흐린날에도 잠깐잠깐 파란하늘을 보여주니 수시로 밖에 나가 여기저기 살펴본다.잡초에 우거진 텃밭이지만 바로 잡초들을 뽑거나 베어내지를 않고 내깔기는 경우가 많으니 작물들이 불평하며 원성이 자자하다.잘못 만난 주인에게 소출을 많이 넘기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내 잘못으로 빈작을 초래해도 억울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2024.07.22 -
텃밭의 미루나무
텃밭에 있는 두 그루의 미루나무 중 비닐하우스 바로 옆에 있는 미루나무는 높이가 25미터 쯤 된다. 돌축대 때문에 뿌리부분이 기형으로 꺽여 자랐는데 그 지름이 두 자가 넘는 거목이다. 바람이 강하게 불면 나무 전체가 기울면서 수 많은 잎들이 반짝이며 춤을 추는 모습이 멋들어진 풍경을 연출하지만 계속 커가는 중이라 언제고 쓰러질 것 같아 늘 불안하였다. 수 많은 잎이 반짝이며 율동하는 멋있는 모양을 즐기는 면이 있고, 산 아래 밭의 단조로운 풍경에 특이한 변화를 주는 역할을 하지만 그 높이와 크기가 커질수록 15미터 거리 안에 있는 비닐하우스와 농막에 위협이 그 만큼 더 커진 것이다. 얼마 전 송학면에서 장마철과 연계하여 주민피해예상대상물을 미리 정비한다기에 위험수목제거신청을 하였었다. 열흘만에 텃밭에 와..
2024.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