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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의 미루나무
텃밭에 있는 두 그루의 미루나무 중 비닐하우스 바로 옆에 있는 미루나무는 높이가 25미터 쯤 된다. 돌축대 때문에 뿌리부분이 기형으로 꺽여 자랐는데 그 지름이 두 자가 넘는 거목이다. 바람이 강하게 불면 나무 전체가 기울면서 수 많은 잎들이 반짝이며 춤을 추는 모습이 멋들어진 풍경을 연출하지만 계속 커가는 중이라 언제고 쓰러질 것 같아 늘 불안하였다. 수 많은 잎이 반짝이며 율동하는 멋있는 모양을 즐기는 면이 있고, 산 아래 밭의 단조로운 풍경에 특이한 변화를 주는 역할을 하지만 그 높이와 크기가 커질수록 15미터 거리 안에 있는 비닐하우스와 농막에 위협이 그 만큼 더 커진 것이다. 얼마 전 송학면에서 장마철과 연계하여 주민피해예상대상물을 미리 정비한다기에 위험수목제거신청을 하였었다. 열흘만에 텃밭에 와..
2024.07.04 -
풀 베기
내 좋아서 선택한 일을 어쩌랴? 텃밭을 하는 한 나는 열심히 풀을 베어낸다. 농사방법이 남과 다르고, 돌많은 밭을 경운기로 갈 수도 없으니 들깨심는 밭은 내가 개발한 한심농법으로 농사를 한다. 장마 시작 전까지는 일차 잡초토벌을 해야 들깨모종을 정식할 수 있기에 오늘도 내일도 하루 두세 차례씩 예초기를 돌린다. 들깨밭 만들기 하면서 매실 25그루 있는 밭의 잡초와 다른 농사하는 밭고랑의 풀들도 다스려야하니 이래저래 혼자서 5백여 평 넘게 예초기로 풀을 베는 것이다. 한 마디로 엉터리농군은 풀 베는 게 농사일이고 나름대로의 운동이다. 풀 베고나면 다른 일은 땀 흘릴 일이 없을 정도이다. 그러니 풀 베고 나면 그저 느긋하고 살판난다. 오늘새벽은 한기가 느껴지는 기온이라 이른아침에 예초기에 휘발류를 한 번 더..
2024.06.19 -
소파 버리기
육중한 소파의 쿠션이 낡기도 하고 가죽이 닳아 가구수리점에 맡겨 방석부분을 새로 갈은 적도 있고, 언젠가는 낡아서 꺼진 소파의 받침벨트를 내가 모두 수리한 적도 있다. 그런데 소파를 구입하여 사용한지 30여 년이 지나니 팔걸이와 등받이도 모두 낡아 사용하기가 점차 꺼려진다. 손님이 오더라도 소파에 앉기를 권하기가 민망스럽게 느껴진다. 보수에 비싼 돈을 들일 일이 아니니 아예 소파를 없애자는데 아내와 생각이 일치했다. 그리고 칠십중반의 나이에 큰돈 들여 소파를 새로 살 일이 아니고, 거실에 편히 앉을 수 있는 팔걸이의자 두 개로 소파를 대신하자는 의견의 합치를 본 것이다. 암체어는 디자인이 좋아 보이고 실용적이고 튼튼한 것으로 고르기로 하고 여기저기 가구회사를 검색하다가 가격 또한 합리적인 것으로 판단되는..
2024.06.11 -
요 며칠간
텃밭출입구에 핀 붉은병꽃은 떨어지기 시작했다.붉은 병꽃이 져가면서 하얀 쥐똥나무꽃의 향이 농막을 감싸고 있는 중이다.작년에 보기 힘들던 벌들이 눈에 띄게 많이 늘어났다.죽어가던 지구가 다시 살아나는 기분이 든다고나 할까? 텃밭에서 지내기가 무료하게 느껴질 때에는 이따금 아브리에쎄르를 찾아 남이 내리는 드립의 신선한 맛을 보기도 한다.잠깐 짬을 더 내어 의림지 윗쪽에 있는 비룡담저수지 둘레를 걸어보았다.물이 너무 깨끗해서 한기가 느껴지는 것과 관련이 있는가?숨을 닫고자 하는 이의 마음을 돌리려히는 전화안내표지가 깊은 물이 보이는 길 난간에 서있다. 텃밭 개울가에 있는 양앵두나무를 적당히 잘라 매달고는 앵두를 두 냄비 쯤 따서 백설탕에 재운 것과 농막 뒤 딸기받에서 농익은 딸기 한 관 따서 원당에 재운 ..
2024.06.04 -
들깨모종 만들기
매년 오월 말 즈음에 들깨씨앗을 밭에 직파하여 모종을 만들어 심는다.폭 세 자, 길이 아홉 걸음 되는 밭을 고르고 들깨씨앗을 골고루 뿌리고 갈퀴로 슬쩍 긁어주었다.그 다음 상토를 세 번에 걸쳐 골고루 흩어 뿌려주었다.내일 새들이 개판을 만들기 전에 강선을 걸친 다음 고라니 망을 씌워주면 된다. 들깨밭은 들깨모종을 정식하기 전에는 완전 풀밭이다.들깨모종을 심기 일주일 전쯤에는 예초기 칼날로 크게 자란 잡초들을 뿌리부분까지 잘라 토벌하여 들깨모종 심기 편하게 괭이로 구덩이를 파낸다.일기예보를 참작하여 비가 적당히 내리는 날 이후에 들깨모종을 정식한다.그럴 즈음 들깨모종의 크기는 두 뼘 반 내외의 크기로 자란다.시장에서 팔거나 프로들이 직접 만드는 모종이 아니라 어찌 보면 들깻잎을 바로 따서 먹을 수 있는 크..
2024.05.24 -
민들레 꽃밭
농막 개수대 뒤에 10여 크기의 토종민들레 꽃밭이 있다.토종민들레는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매년 세력을 넓히며 텃밭주인의 보살핌을 받는 귀한 존재로 산다.텃밭의 토종민들레꽃이 만발하고 나서는 멋스런 씨앗풍선을 여기저기 이백여 개쯤 만들었다.녀석들이 날이 맑고 바람이 잘 불 때를 기다리는 중이다. 저놈들은 아주 과학적으로 만들어진 놈들이다.바닥에서 높이 올려 꽃을 피우고는 바람을 타며 패러글라이딩을 한다.그리고 잔잔한 바람결 타고 살포시 내려앉아 아래쪽의 끈끈한 발로 점찍어 놓은 데에 떡하니 꽃씨를 붙여놓아 이듬해에 후손을 퍼트리는 재주를 가졌으니 말이다. 엊그제 비 내리고 나서는 오늘내일은 비소식이 없다!저놈들이 번식여행을 떠나느라 기상청하고 이미 내통한 모양이다.다음번에 여행할 놈들은 다음 차례를 ..
2024.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