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사니 행복해요
2022. 5. 6. 21:59ㆍ마음, 그리고 생각
지난 4월 말일이 결혼 45 주년이었다.
직장생활에 쩔어 까먹고, 부부간 냉전 벌이면서 오기로 지나치고, 노는 데 정신빠져 까먹는 등 그냥 지나친 경우가 더 많았다.
올해는 멤버들 넷이서 남해로 놀러가는 2박3일 일정으로 작대기질하러 갔으니, 또 아내와 결혼기념일을 오붓하게 보내질 못했다.
미안스런 마음으로 궁리 끝에 큼직한 핑크색 장미꽃 45 송이로 만든 꽃다발을 홀로 집에 있는 아내에게 보냈다.
이틀 밤을 지나고 다음날 미안스런 마음이 담긴 어설픈 얼굴로 귀가하여 둘러보니 중간크기 항아리에 장미꽃이 아담하게 담겨있다.
그리고 작은 꽃항아리 두 개에 장미꽃들이 탐스럽게 담겨있다.
"핑크색이 더 예쁜 종류가 있다.
꽃잎이 너무 크고 두꺼워 말릴 수 없다.
너무 많아 꽃다발을 나누어 항아리 셋에 담고도 남아 작은 다발을 더 만들어 놀러온 친구에게 줬다."
연신 핀잔을 들어가면서도 미안한 표정의 내 얼굴은 슬그머니 평화롭게 펴졌다.
같이 사는 동안 힘들었는데도 하염없이 응원해주니 그저 고맙다.
텃밭에 가서 혼자 놀아도 뭐라하지 않고 잘 놀다 오라하니 맘 편하다.
그래서,,
"같이사니 행복해요"
라고 리본을 달았다.
내가 행복하면 아내도 행복할 꺼라는 이기적인 생각이 옳을 것이라는 망상을 하면서 잠시 눈을 감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