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텃밭

2021. 11. 25. 20:34삶의 잡동사니

 요새 며칠간의 추위로 텃밭이 얼기 시작했다.

양파밭에 씌운 비닐 위에 고인 물이 얼어 붙어있다.

영하 5도 이하의 날씨가 지속되는 경우 개수대의 수도와 농막 안의 간이 욕조의 물 공급을 아예 끊어 동파를 방지한다.

따라서 12월 본격적인 겨울날씨에 농막에서 지내는 경우는 불편과 고통을 감수하여야 한다.

삭풍이 추위를 데리고 오면서 영하 10여 도의 날씨가 되면 대개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2월 중순경 까지는 동토텃밭에서 농사를 위한 할 일 또한 전혀 없다.

 이전과 다르게 농사일이 없는 때의 한가함을 이용하여 농막 창문에 뽁뽁이를 붙였었다.

그리고는 열지 않아도 되는 창문은 아예 통째로 한 겹 더 덧씌우니 한결 농막이 아늑한 기분이다.

뽁뽁이를 덧대기 전보다 2~3도 정도의 보온효과가 나는 듯하다.

 

 콩 타작을 다 못하고 간이욕조통에 넣고 말려 둔 콩대를 마지막으로 세차게 두들겨서 콩알을 빼내니 쏠쏠한 양이 나왔다.

콩깍지를 밟으며 댄스를 하고나서 체로 치고, 콩깍지를 걷어내고, 티개비를 입바람으로 불어내며 거둔 콩알이 1키로 반이다.

오늘은 날이 추워서 귀도 시리고, 콧물도 흐른다.

 

 점심 후에 비닐하우스 한편에 건조장을 만들기 위해 철재사각파이프를 자를까 말까 망설이다가 커피 내려 마시며 제천지역 일기예보를 보니,

모레부터 최저기온이 영하6도이고 최고기온이 영상10도 이하인 추운 날의 연속이다.

텃밭은 송학산 바로 아래라 제천지역 온도보다 2도 쯤 낮은지라 아예 마음을 바꿨다.

12월중에 이상난동으로 날이 춥지 않을 때가 며칠 있으면 그 때에 일을 하는 것이 좋을 게다.

 

 요즘은 오후 다섯 시에 해가 지고, 산골 텃밭의 여섯시는 바로 적막강산이다.

저녁때엔 춥고 어두워 농막에서의 운신의 폭과 속도가 느려지게 되니 여러 가지로 불편하다.

동토텃밭에서는 설거지가 여의치 못하니 스님의 식사법을 따라 마실 물 한 컵으로 그릇의 깨끗함을 이루고, 물 적신 수건 하나로 몸을 개운하게 닦아내는 기술을 부려야 한다.

그리고 용변은 내 텃밭의 명물인 인분주공장을 이용하지 못하고 텃밭이 달라는 대로 공급하는 방법을 대충 써야 한다.

아무래도 콩 타작을 끝으로 예년과 비슷한 11월 하순인 내일 일단 철수를 하여야겠다.

 올해 계획한 아담한 건조장은 또 다음으로 미루게 되었다.

 

*농막의 난방은 카본히터 하나를 주로 쓰고 보조기구로 냉난방용 벽걸이 에어컨을 사용한다.

좁은 공간에 화목이나 연탄용 난로를 놓기 곤란하고, 공기를 태우지 않기에 농막에 알맞은 난방기구로 생각된다.

 

*농막 안의 요리기구로는 1구 하이라이트, 전자레인지, 전기주전자를 사용한다. 좁은 농막이기에 연기와 냄새가 나지 않도록 간단한 식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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