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는 아닐 테고

2021. 11. 18. 23:03삶의 잡동사니

 

마늘과 양파 밭에 보온비닐을 씌우고 농사일은 마땅히 할 일이 없기에 잡초 밭을 어슬렁거린다.

끝이 아득하게 보이는 미루나무를 올려다보니 안전사고예방차원에서 나무 위에 묶어놓은 자일이 암만해도 이상하게 보인다.

올라가서 확인해 보니 묶인 자일이 나무 속으로 묻힐 태세다.

미루나무에 묶인 자일이 옥죄이니 나무의 굵기가 커지면서 발생되는 현상으로 그냥 놔두면 미루나무의 중간부분이 변형될 것이 분명하다.

보조 자일을 몸에 묶고 10여 미터 위에 올라 미루나무에 묶은 자일을 풀고 다시 헐겁게 고정하는 작업을 하였다.

작년 봄에 오른 나무에 못 오를 거 있겠냐고 작업을 했지안 은근 조심하는 마음이 커서 조심조심 하였다.

미루나무 돌보고 나니 연못가의 소나무들 중 한 녀석이 눈에 들어온다.

올 초봄에 함박눈이 엄청 내려서 네 치 굵기의 가지가 뒤틀려 아래로 쳐져서 모양이 괴상하고 언젠가는 죽은 가지가 될 터이니 손봐주어야 할 소나무이다.

두 길 넘는 정도의 높이를 올랐지만 안전을 위해 보조 자일을 묶은 후에 이상 없이 가지를 깨끗이 잘라냈다.

부상당한 가지를 자르고 나서 소나무를 바라보니 모양이 아무래도 어색하다.

자르고 난 가지 보다 아래쪽에 있는 왼편으로 뻗은 굵은 가지가 소나무의 균형을 이상스레 만들고, 소나무의 주된 줄기가 왼편으로 더욱 기울게 만들 것이라 아예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싶었다.

비닐하우스 쪽으로 쭉 뻗은 가지는 여섯 치 굵기이니 더욱 조심하며 톱질을 했다.

아랫부분과 옆 부분을 고르게 둘러서 톱질을 한 후에 윗부분을 깊숙이 톱질을 잘 하였는데 가지가 분리되는 과정에서 내 왼쪽다리의 정강이를 스치면서 아래로 떨어졌다!

악 소리와 함께 아찔했으나 발의 움직임에 이상이 없음을 안후에 내려와 바지를 걷어서 보니 살 껍질을 벗겨냈지만 깊은 상처를 내지는 않았다.

꿰매거나 특별한 치료를 요하지 않는 상처라 다행이었다.

분명 나뭇가지를 자를 때에 나무에게 고하고 "나무야 건강하게 잘 자라라" 하며 어루만져주었는데도 나무가 내 정강이를 긁었다.

아니, 나무는 내가 자르는 대로 가만히 있었고 톱질이 끝나갈 때에 맞추어 아래로 떨어졌는데 내가 좀 더 주의를 하지 않은 관계로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내가 나무에서 떨어지거나 상처를 크게 입지 않은 것 자체를 감사하게 여겨야 마땅할 것이다.

예부터 나무를 함부로 자르면 동티난다고 했다.

그 동티는 벌을 받아 아주 큰 일이 남을 말하는데 내 찰과상이야 뭐 동티라고나 할 수 있겠나!

좀 난이도가 큰 작업을 하였고 자그마한 부상을 입었으니 좀 더 주의해서 일을 하라는 충고 정도를 받은 것이라고나 볼 일이다.

* 청계보다 큰 요 녀석은 추운 아침에 30여 분을 미루나무 15M 높이에서 꼼짝하지 않고 저러고 있다. 

집을 떠나 홀로 텃밭생활을 할 때에는 손끝에 작은 찰과상이라도 나면 생활에서의 불편한 점이 여러 가지로 많다.

좀 더 큰 상처가 나는 사고를 당하면 힐링이 고통이 되고 자연속의 행복함이 저 멀리 사라지니 풀 죽어서 바로 집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

나이 들어 순발력이 떨어지고, 집중력과 판단력이 저하되는 때가 많아지니 부상의 빈도 또한 높아지게 된다.

부족을 만족처럼 생각하면서 불편함도 편안으로 느끼는 도인적인 삶을 살아가는 경우라 하더라도 손가락의 작은 상처 하나에도 생활의 리듬이 깨지고

짜증이 유발될 수 있다.

아무쪼록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지내도록 조심할 일이다!

농촌생활, 자연에서의 홀로 하는 생활이 쉽지만은 않다.

오늘도 잘 지내고, 내일도 잘 지내도록 몸 관리에 유의하여야 할 일이다!

(21.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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