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6. 26. 17:31ㆍ마음, 그리고 생각
귀농에 관하여 생각해 본다.
1. 귀농의 사전적 의미
내가 갖고 있는 국어대사전은 귀농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1)관직을 그만두고 농업에 종사함
2)농사짓기를 그만둔 사람이 다시 농사짓기를 함
3)고향에 돌아가서 농사를 지음
위의 세 가지 모두를 차분히 생각해보면 출세를 한 사람이, 그리고 계속 잘 뻗어가는 사람이 귀농하는 당사자가 아님은 분명하다. 즉, 자의든 타의든 험한 꼴 보기 전에 관직에서 물러나서(그냥 있으면 쫓겨나거나 더 이상 별 볼일 없게 되므로) 자유롭게 택할 수 있는 농업을 하는 경우, 농사짓기 싫어 딴 직업을 택했던 사람이 그 또한 먹고살기 힘들어 배운 게 농사일이라 에라 다시 농사나 짓지 뭐 하는 경우, 이런 저런 사유로 타관을 떠돌다가 고향이 그리워 고향으로 돌아가 하는 일 없으니 슬슬 농사일이나 하는 경우라고 볼 수 있는 바, 도무지 야심 차거나 진취적인 기상이 엿보이는 단어가 절대로 아니다.
2. 귀농의 현대적 의미
위의 사전적 의미 이외에 다음의 경우를 더하고 싶다.
1)농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대규모의 농업으로 크게 성공하려고 농업에 종사함(이 경우 귀농지가 시골이든 도시근교이든 도시이든 문제아님)
2)인간들 부대끼는 숨 막히는 공해에 찌든 도시에서 벗어나 시공이 여유로운 상태에서 본인이 먹고 살 정도가 되든 안 되든 중소규모의 농사를 마음 편히 지으며 나름대로의 인생을 즐기기 위하여 시골로 가서 생활함(이 경우 귀농자의 나이, 출세여부, 돈의 많고 적음 등이 문제되지 않을 것임)
3. 귀농자가 땅을 소유해야 하는가?
땅의 소유가 귀농의 전제조건이 아님은 분명하다, 단지 귀농하는 마당에 남의 땅을 얻어 불안한 안주를 하느니 돈 들어도 내 땅을 갖고 마음 편하게 지내야지 하며 땅을 사는 것이다. 그런데 땅값이 엄청나다. 돈 없고 능력 없는 사람이 귀농하려고 마음을 먹어도 무지막지한 땅값 때문에 실행을 하지 못한다.
돈 많은 사람은 밭떼기에는 별 관심이 없고 펜션이나 레저타운을 겸한 대규모 농원을 할 수 있는 투자가치가 있는 땅으로 눈을 돌린다. 부자들에겐 땅이 별 문제가 될 수 없고 땅이 투자의 대상이 되나, 여유가 없는 사람에겐 귀농의 필수요건인 땅이 장애가 되는 것이다.
피땀 흘려 생산해낸 농산물이 제값을 못 받아 대부분의 중소농민들의 주름이 펴질 날이 없는 이 때에 논밭 한 평을 2 만원 넘게 사서 무슨 이문이 남겠는가?
나의 기준으로 마음에 드는 땅 좀 사겠다고 여기 저기 미친 사람처럼 돌아다녀본 결과 알은 것이나 주택을 지을 만한 터를 갖고 있는 땅은 보통 15 만원 이상 달라고 한다.
평당 5 천원 정도의 땅도 있으며 그러한 땅에도 농가주택이나 펜션을 지을 수는 있다. 내가 다녀본 곳 중에서 강원도 홍천군 내면, 영월군 중에서도 오지에 해당되는 곳은 풍광이 좋은 밭 한 평에 1만원이 안되는 곳도 많았다. 그런데 그런 곳은 나 같이 무서움을 타지 않는 사람도 들어가기가 싫었다. 정확히 말해 옛날 화전하던 곳이라 보면 정확하다. 화전을 할 정도의 의지와 완전 고립된 생활을 하려는 이 에게는 별 큰 돈 없이 농토를 취득할 수도 있다.
땅을 구입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귀농을 할 수 있다. 좀 깊은 산골마을로 들어가면 깔린게 밭이다. 노는 밭이 엄청 많으며, 주인 찾아 싼값에, 잘만 하면 몇 년이고 공짜로 농사의 허락을 얻어 낼 수도 있다. 주인이 누구인지도 몰라 농지사용의 승낙여부도 필요 없이 땅을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는 땅도 많다.
그러나 귀농하는 사람 대부분은 자기 땅을 원하고, 편하게 내왕할 수 있는 교통 좋고 환경 좋은 곳을 선호하기 때문에 땅의 취득은 귀농의 첫 단계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다.
어쨌든 땅 소유의 문제는 많은 귀농희망자들의 결정과 실행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4.여러 가지 귀농
인생살이에서 상처받고 귀농하는 이,
평소 귀농을 꿈꾸어 오다 드디어 찬스잡고 기쁘게 귀농하는 이,
오염되지 않은 환경에서 살고 싶어 귀농하는 이,
부자 되려고 귀농하는 이
등 귀농의 목적과 원인 등의 태양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어떤 귀농이 교과서적으로 좋은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다.
누구든 본인의 생각과 필요와 사정에 의하여 귀농을 하면 그만인 것이라 할 것이다.
5.귀농 후의 생활
시골생활에 만족하며 적절한 규모의 농사로 즐겁게 땀을 흘리며 생을 즐기는 이,
고생스럽지만 시골생활에 적응을 하려 노력하며 살아가는 이,
잘못 귀농했다고 푸념하며 다시 도시로 나갈 기회만을 찾는 이,
이 것 저 것 포기하고 한심스럽게 세월을 보내는 이,
별장 지어놓고 손에 흙가루 한 번 안 묻히고 빈들거리며 노닐다가 도시의 단맛을 주기적으로 보러 왔다갔다 하며 팔자 좋게 살아가는 이
등 여러 행태의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어떤 것이 좋은 지는 각자의 인생관에 따라서 다를 수 있으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귀농 후의 생활에 만족하며 인생에 있어서의 활력소를 각자 좋은 방식대로 마셔가며 기분 좋은 땀을 흘려가며 귀농생활을 즐길 수 있다면 성공한 귀농이라 하겠다.
6.바람직한 귀농
내가 생각하기에, 아래와 같은 귀농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삶의 여유를 찾고, 능력에 맞는 적절한 규모의 농사를 즐기는 귀농이어야 한다.
귀농 후에 돈을 못 벌거나 적게 벌어도 먹고 사는 재주가 있어야 하며, 돈이 없어도 마음이 부자라 생활이 찌들어지지 않고 인생이 달라짐이 없어야한다(물론 돈 많은 부자이면 금상첨화이다. 그러나 누구나 부자일 수는 없는 데, 내가 어찌 꼭 언제나 부자이어야 하는가).
시골의 일원이 되어 이웃과 자연과 동화되어가며, 나름대로 시골마을에 봉사하는 생활을 하여야 한다.
귀농 후에 환경변화에 따른 생활방식과 취미 등을 개발하여 조화로운 삶을 유지하여야 한다.
7.나의 귀농
나는 바람직한 귀농을 하고 싶다.
그런데 그 바람직한 귀농이 생계문제, 가족문제, 마음가짐, 자금문제 등에 비추어 볼 때 그리 만만한 게 아니다.
또한 나 혼자 귀농할 수도 없다. 물론 하면 되겠지만 그 건 반쪽귀농이다.
나는 귀농이 바로 인생의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인생에서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며, 그러하기 때문에 아직도 귀농을 준비하고 있는 중인지 모르겠다.
현 상태에서 자금문제 즉, 돈이 제일 큰 장애물이라 하겠다.
아마 내가 부자이면 얼마나 좋을까?
웃기는 일이다. 내가 돈 많은 부자이면 이렇게 골 아프게 이리 저리 기웃거리며 시골공부하며 귀농하려 애를 쓸까?
어쨌든 나는 귀농을 준비하고 있으며, 귀농의 장애요소를 없애도록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한 장애요소들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해도 언젠가는 완전한 귀농을 실행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