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상차리기

2005. 9. 18. 21:44마음, 그리고 생각


 

추석명절

모든 것이 풍성한 추석이다.

오곡이 무르익어 가고 하늘은 점점 높아간다.

주머니에 관계없이 마음만이라도 부자가 되는 여유를 부려보는 좋은 계절이다.

집사람이 일주일 전부터 무척 바쁘다. 덩달아 나도 바빠진다.

집사람은 매년 여러 차례 하는 일이지만 이번에도 예외 없이 차례를 준비하느라 밤늦도록 상차리기 목록작성 등으로 정신이 없다.

상을 풍성하게 차려야 한다는 게 우리 부부의 생각이다.

그런데, 자꾸 상다리가 휘어지지 않고 곧아지는 느낌이다.

조상님들에게 바치는 상이지만 결국 우리들이 배부르게, 맛있게 먹어야 할 상인데 자꾸 작아지는 느낌은 나만의 생각인가? 집사람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가 모르겠다.

정성들여 차리는 상이라 외국산 농산물은 절대로 안 쓰고, 가능한 한 친환경농산물급 이상의 것으로 차리니 비용이 버거워진다.

에라, 모르겠다! 굴비대신 부서로, 한우 1등급대신 수입쇠고기로, 친환경 과일대신 싼 과일로..... 바꾸자고 마음먹고 장 보러 가서는 그래도 정성들여야 하는 차례상인데 하며 특급으로 장을 보아 결국은 지갑이 얇아진다.

각 신문지상에 예시하는 제사상 차리는 비용조사는 순 엉터리다. 그 비용을 써서 상을 차리면 집식구 일회 식사도 제대로 못한다. 사과 한개, 배 한개, 감 한개, 대추 아홉 알? 쇠고기 100그램 등, 정도로 하여야 그 비용대로 맞출 수 있다.

우리 집의 경우 일년에 두 차례 명절, 그리고 부모님 기제사 두 차례, 합이 네 차례인데 기분 우울하지 않게 풍성하게 하지 뭘! 하면서 지내왔지만 자꾸 제수비용을 걱정하게 된다.

상차림에 낭비안하고 그러나 풍성하게 차리고, 얼마 되지 않는 식구이니 즐겁게 음복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면서 가족애를 느끼게 하자는 게 나의 생각이고, 이를 내 아들 둘과 돌아가신 형님의 아들인 조카에게 심어주자고 실천을 하고 있지만, 아이들은 그러한 나의 생각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상 차리느라고 고생하고 몸살이 난 마누라가 한없이 예쁘다. 마누라의 고생이지만 우리 부부가 이 세상 떠날 때까지 풍성한 제사상 차리기를 그침 없이 유지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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