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생활과 취미

2005. 11. 14. 19:37마음, 그리고 생각

사람은 참으로 묘한 존재이다.

시끌벅적한 도시에선 시골의 느긋함을 그리워하고, 한적하고 하늘 높아 시원한 산골짝에선 어느덧 밤중의 휘황찬란한 도시의 역동적인  거리와  화려한 인간들을 그리워한다.

사람은 대부분 자기가 처해 있는 현실은 별로 의미가 없어 보이고, 자기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특별한 것의 가치를 더 쳐주는 묘한 버릇이 있다


참으로 묘한 존재는 사람이다.

뼈 빠지게 고생하며 살아가던 옛날 농민의 생업인 농사가 요즘엔 농촌사람들이 동경의 대상으로 삼던 도시의 바쁘고 멋진 도시인들이, 그나마 여유가 있는 도시인들이 자랑스럽게 선택하는 취미생활의 한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하니 말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흔한 것에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

자기가 갖추고 있지 않은 것을 항상 갈망하며 욕심을 부린다.

자기가 잘하고, 충분히 많이 소유하고, 언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것 보다는 땀흘려가며 못하고, 모자라고, 범접할 수 없는 대상을 그리워하고, 열심히 찾고, 잘 하거나 많이 갖기 위해 단련을 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조물주는 참으로 공평하게도 사람들을 만들었다.

모든 것을 갖춘 팔방미인은 그리 흔하지 않고 무언가 항상 부족하게 사람들을 만들어 놓았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항상 무언가 잡으려고 땀 흘리고, 공부하고, 치열하게 싸움을 하고 있다.

사람이 자기가 갖고 있지 않은 것에 대한 욕심이 없고, 좋은 대상을 찾기에 게으르고, 갖으려고 땀 흘리는 과정이 없게 되면 의욕이 빠져버린 사람이 되고, 따라서 숨쉬는 죽은 사람이나 별반 다를 바 없다.


취미란 사람의 생업이 아니고 재미있게 즐기는 대상이다.

아무리 생업을 재미있게 즐기고 있다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먹고 살기 위하여 하는 생업이고 절대로 취미가 아니다.

취미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

재미가 없어지면 취미로서의 가치와 의미를 잃게 된다.


단순하고 재미없는 농촌생활로 삶의 멋과 맛이 날아가 버려 농촌생활이 지겨움과 고달품으로 변해가고 있는 단계에 접어들은 귀농한 사람들이나 기존의 농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취미로의 전원생활과 농사는 생활의 방편으로서의 농사와 같이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취미로 시작한 농사로 생활이 가능해 졌다면 그 취미는 직업이 된 것이므로 이때에는 농사 이외의 취미를 빨리 찾아야 생활이 바쁘고 즐겁게 될 것이다.

취미 없는 생활은 무미건조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농촌생활에서의 취미를 개발하는 것이 쉽지만은 아니할 것이나, 귀농한 사람이나 전원생활만을 하는 사람들 모두가 각자의 형편과 관심에 맞추어 농사 아닌 무엇인가의 취미를 찾는 데 게으름이 없어야 더욱 보람된 농촌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취미는 줄기차게 재미가 있어야 하며, 재미가 없어지게 되면 그 대상이 변하도록 변화에 항상 힘써야 될 것이다.

언제나 재미있고 다양한 취미생활이 귀농인이나 전원생활을 즐기는 모든 이에게 삶의 윤택함을 보장할 것이며, 자칫 무료해지기 쉬운 우리를 의욕이 넘치는 인간으로 유지하게 하는  방편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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